오르는 물가, 줄줄이 가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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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물가, 줄줄이 가격 인상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2.03.1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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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피자 한 판의 가격이 3만원까지 치솟았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떡볶이는 1인분에 5,000원. 배달비까지 더해지면 한 끼 식사값이 1인당 1~2만원 꼴이다. 계속 오르는 최저시급,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인한 급격한 배달비 상승, 식재료 가격의 상승 등에 외식 물가가 치솟고 있다. 

ⓒ  사진  김지원 기자
ⓒ 사진 김지원 기자

 

정부의 선택은 ‘외식가격 공표’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며 배달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수요가 증가하며 배달 매출이 급증한 데 비해 지나친 판매 수수료와 배달료 등의 비중에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를 통해 외식가격 등을 비교해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외식가격 첫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브랜드 총 62개 중 16개 브랜드의 가격이 인상됐고 떡볶이의 경우 최대 28%까지 인상됐다. 가장 크게 오른 브랜드는 <죠스떡볶이>로 ‘로제크림떡볶이’ 가격이 28.7% 오른 5,000원으로 변경되었고, <59피자>가 전월대비 20.2%, <굽네치킨>이 6.7%, <본죽>이 4% 이상 메뉴 가격을 올리며 외식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표는 주요 외식 품목 12개 중 품목별 조사 대상으로 프랜차이즈 브랜드 총 62개를 선정, 각 브랜드별 15개 매장을 표본으로 지정한 브랜드의 2월 3주 차 가격 동향 조사 결과다.

피자 브랜드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파파존스>는 8년 만에 일부 피자 제품의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고, <피자알볼로>는 평균 5~6%, <도미노피자>는 피자 10종 가격은 1,000원씩 올리며 가격 인상에 합류했다. 이들 브랜드 모두 지속적인 원재료 가격 인상과 인건비 상승, 배달료 인상 등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공통적인 설명이다.

 

가격 공표제, 과연 실효성 있나?
정부의 외식가격 공표제 시행은 가격 고시를 통해 물가 인상을 억제시키고 시장 가격 감시를 하기 위함이지만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배달료뿐만 아니라 인건비, 재료값 상승 등 실질적인 물가 상승에 따라 생겨난 가격 인상이 정부의 허술한 감독과 가격 담합으로 해결하기엔 어렵다는 의견이다.

외식가격 공표제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시장경제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영업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킨 무리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돈가스 전문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전체 물가가 오르다 보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는 매장에서조차 인건비와 재료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점주들을 위해 가격 인상은 불가결한 선택이었죠. 여러 작용으로 오른 물가에 맞춘 가격 인상인데 외식가격 비교를 위한 공표제는 원인을 신경 쓰지 않고 결과만 따져 외식업체에 책임을 돌리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심정을 전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은 매주 수요일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홈페이지 등에 전월·전주 대비 가격 인상률 등이 게시될 예정이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 ‘농산물유통정보’를 검색한 후 해당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한계에 도달한 자영업자의 부담감
끝없이 오르는 최저시급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오르는 배달료에 힘듦을 짊어지는 건 나홀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사장들이다. 한 피자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이 점주는 오르는 배달료에 직접 배달에 나서곤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배달 직원을 두곤 했는데 이제는 다들 배달대행서비스 업체를 통해 일하다 보니 배달 직원 구하기도 어렵고, 배달대행서비스는 배달료가 갈수록 비싸져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픽업보다 배달 수요가 많다 보니 배달을 안 할 수도 없고 여유로울 땐 직접 배달을 다니고 있기도 하지만 매번 직접 배달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배달대행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요. 제가 아는 한 점주도 3층짜리 피자 전문점을 운영하다 억대 빚을 지고 가게를 접었습니다. 유가와 인건비가 오르며 물류비가 오르고, 재료값에 허덕이다 배달비까지 오르니 이어지는 마이너스 매출을 버티다 결국 문을 닫게 된 거죠.”

이렇듯 무한경쟁을 치르고 있는 외식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배달 수요의 증가로 배달 전문 업체들은 매출이 오르기도 했지만 그만큼 배달대행업체를 거치며 부과되는 배달수수료가 부담이 돼 매출은 높더라도 남는 이익이 없다는 이들이 많다. 배달대행업체의 갑질로 배달비에 붙는 세금까지 떠안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속해서 오르는 배달비에 정부가 소비자 단체를 통해 외식물가 공표에 더불어 배달앱별 배달 수수료를 비교해 공개하며 본격적인 외식물가 잡기에 나섰다. 코로나19로 배달앱 매출 비중이 2년 사이 4배 이상 급증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배달비 체계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현재 배달플랫폼에 의해 배달비가 오르고 배달대행료도 함께 올라가며 자영업자는 음식 가격을 올리는 연쇄 작용에 외식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서울지역 배달료는 기본 500~1,000원 인상됐고 배달 수요가 몰리는 점심시간대 평균 배달비는 적게는 건당 3,000원에서 1만원이 넘어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배달 수요의 증가에 대비해 배달 기사 수가 한정적이어서 배달 대행비가 오르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배달비 공시제 카드를 내놓았지만 이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별 배달앱에서 주문량에 따라 달라지는 배달비를 확인하는 소비자들이 홈페이지를 따로 찾아 비교값을 확인하는 수고로움을 겪을 것인가에 대해 실사용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실질적인 물가 상승 원인을 파악하고 한시적인 정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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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비 상승과 늘어난 제한시간
인건비 및 원자재값, 물류비의 상승에 주류비 인상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진로’ 등 소주류 공장 출고가격 7.9% 인상을 결정했다. 약 3년 만에 결정된 주류 가격 인상 소식에 소주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어 맥주 원자재값 상승이 더해져 맥주 가격 조정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소주 한 병 가격은 식당에 따라 5,000~6,000원, 맥주는 6,000원에 달할 것으로 ‘소맥(소주+맥주)’만 마시려 해도 1만원이 훌쩍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음식 가격에 이어 주류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구매하는 소비자도 가격을 올려야 하는 자영업자도 부담인 상황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이어지는 악재에 급증하고 있는 오미크론발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정부는 방역기준을 소폭 완화했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영업제한시간을 1시간 늘린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큰 변화 없는 방역기준 완화에 도리어 한숨을 내쉬고 있다. 1시간 늘어난 완화는 큰 차이가 없어 도움이 안 된다며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완화가 생색내기에 불과한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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