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gram> 권신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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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gram> 권신구 대표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8.0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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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루만지다

한국에선 아직까지 생소한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권 대표는 ‘펫 로스’로 겪는 고통이 생각보다 크기에 제대로 된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려동물 장례서비스는 동물을 넘어 사람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일이다. 

 

<21gram>  권신구 대표

영혼의 무게, 21gram
<21gram>은 영화 제목으로도 잘 알려져 있듯이 ‘영혼의 무게’를 뜻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영혼의 무게는 같기 때문에 차별 없는 장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서비스를 대하는 권신구 대표의 진중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이름이다. 권 대표는 원래 건축업에 종사했다. 어느 날 반려동물 장례식장 설계 제의가 들어왔고, 그 때 반려동물 장례서비스를 처음 접하게 됐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던 권 대표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시설이 워낙 낙후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가건물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장례절차를 진행하거나, 심지어 동물 장례업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이 아이를 둔 가족이나 여성들인데,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끼기 쉬운 환경이었던 셈이다. 권 대표는 ‘좀 더 밝은 분위기에서 반려동물을 보내줄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생각이 사업화로 이어졌다. 


미술관 같은 장례식장
<21gram>이 만든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 경기도 광주 1호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장례식장’보다는 ‘미술관’ 같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직원들도 상조회사나 일반 장례식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력 위주로 채용해 전문성을 더했다. 경건하면서도 밝고 따뜻한 분위기 덕에 견주들이 차분하게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물 화장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광주시로부터 건축상을 받으면서 주민들도 인정하고 이용할 정도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장례를 치르는 반려동물 비율은 10마리 중 3마리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불법으로 매립되거나, 혹은 버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나이 들고 병에 걸리면 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외면하기 급급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권 대표는 반려동물이 건강한 상태일지라도 헤어짐을 대비하고, 장례서비스에 관심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반려동물이 떠나더라도 ‘펫 로스 증후군’ 등 심리적인 타격으로부터 빨리 벗어날 수 있다고. 펫 로스를 겪은 사람들에게 유기동물을 연결해주며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에 도전
현재 포털사이트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검색하면 수백 개에 달하는 업체가 등장한다. 하지만 정식으로 동물 장례업 허가를 받은 곳은 전국을 통틀어 25곳뿐이다. 이외에는 단순 브로커나 불법 장례식장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합동장례 등 소비자 피해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권 대표는 견주들이 제대로 된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현실에 심각성을 느끼고, 2017년 한 해 동안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 견주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 허가 받은 동물 장례식장이 있는지 검색해보고, 해당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이 든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필요한 의학정보를 공유하는 등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펫 로스를 겪은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반려동물을 제대로 보내주는 일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과 같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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