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의 11데이의 사용은 11번가의 11데이 상표권 침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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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의 11데이의 사용은 11번가의 11데이 상표권 침해인가?
  • 김민철 변리사
  • 승인 2021.04.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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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이야기

갈수록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 보호를 위해 상표권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사용하고자 하는 상표를 출원해 상표권을 획득해 나가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김민철 변리사의 특허이야기를 통해 자사 브랜드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 보자.

 

2020년 6월에 SK그룹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11번가가 경쟁사 위메프를 상대로 20여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내용은 11번가가 위메프 측을 상대로 위메프 측이 ‘11데이’라는 이름으로 할인 행사를 하는 등 11번가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상표권 침해 주장에 대한 의문 
필자는 위 기사의 제목과 소제목을 보면서 과연 위메프의 행위가 11번가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인가 라고 즉각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기사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니, 위메프는 1월 1일에는 ‘11데이’, 1월 11일에는 ‘111데이’, 11월 11일에는 ‘1111데이’라는 식으로 특가 할인 행사를 했고, 11번가는 이 행사로 자사의 등록상표 ‘11days’, ‘11데이’ 등의 상표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위메프 측은 2017년부터 매달 월/일이 겹치는 때에 ‘OO데이’로 할인 행사를 해 왔으며 ‘11데이’ 브랜드에 대한 소유권이 11번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양측의 주장을 사실이라 인정하고, 필자는 왜 상술한 바와 같이 기사의 제목만으로도 11번가의 상표권 침해 주장에 의문이 들었을까?

상표법상 상표권자는 자신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가진다. 이를 바꾸어 설명하면 상표권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자가 상표권자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상표권자의 상표권 침해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상표의 동일 또는 유사와 지정상품의 동일 또는 유사에 대해서는 해석이나 설명을 생략한다(필자의 견해로는 이 사건의 주요 논점이 아님). 여기서 주의하여 살펴볼 논점은 ‘사용’에 있다. 즉 어떤 행위가 상표적 사용인가 하는 점이다.

 

상품 또는 서비스업에 상표 사용해야 가능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각목에는 상표의 사용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상표의 사용’이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 또는 인도하거나 양도 또는 인도할 목적으로 전시·수출 또는 수입하는 행위, 상품에 관한 광고·정가표·거래서류·그 밖의 수단에 상표를 표시하고 전시하거나 널리 알리는 행위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그렇다면 상기 위메프의 행위가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각목의 어느 하나의 행위에 해당하는 것인가를 분석해 보면, 위메프의 행위가 11번가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인지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1번가가 ‘11데이’를 유통업(인터넷종합쇼핑몰업 등)에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1데이’라는 상표권의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11번가의 허락을 얻지 않고 ‘11데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인터넷종합쇼핑몰이나 이와 유사한 유통업에 사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메프는 ‘11데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인터넷종합쇼핑몰이나 이와 유사한 유통업에 상표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상표적 사용이란 상품 또는 서비스업에 직접 그 상표를 사용하거나 그 상표를 사용한 상품을 유통하거나 각종 광고적 행위로 그 상표를 광고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위메프는 인터넷종합쇼핑몰에 상표로서 자신의 상표인 ‘위메프’를 사용하였지, ‘11데이’를 사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위메프는 인터넷종합쇼핑몰에 ‘위메프’라는 상표를 사용하면서 별도의 브랜드를 가지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을 운영한 것이지 ‘11데이’를 상표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1월 1일에는 ‘11데이’, 1월 11일에는 ‘111데이’, 11월 11일에는 ‘1111데이’ 등 특가 행사의 행사명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11번가가 제기한 침해소송의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는 기다려 봐야 할 것이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위메프의 ‘11데이’ 사용은 11번가의 ‘111데이’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특정한 날짜와 특별한 기념일 상표 인정 안돼 
그리고 위 침해소송과는 별개의 문제로서, ‘11데이’와 같이 날짜를 연상시킬 수 있는 상표에 대하여 독점권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이런 식으로 상표등록을 인정한다면 ‘33데이’, ‘58데이’, ‘1225데이’ 등에도 상표등록을 인정하여야 하는데 그렇다면 특정한 날짜와 특별한 기념일을 특정인에게 독점시킴으로써 공공적 특성이 있는 날짜의 독점화라는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날짜 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1번 출구’, ‘23번지’ 등 지하철역 출입구나 지번 등에 대하여도 그 등록을 인정한다면, 전국의 모든 지하철역 1번 출구의 지리적 상권 등에 대하여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상기 기사에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표현도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위메프가 2014년 ‘블랙프라이데이’로 상표등록을 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후 동종업계에선 특가 할인행사를 할 때마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이름을 고심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는 잘못된 사실 파악이라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쇼핑이 이뤄진다고 하는 날을 의미하며,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주 금요일로서,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 등의 관념을 가지고 있어 유통업과 관련해서는 서비스업의 성질을 나타내는 표시이고, 관련업계에서 다수인이 사용하고 있어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는 상표이기 때문이다.

즉 다른 상품에는, 예를 들어 의류에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식별력이 있어 상표등록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유통업에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서비스업의 성질을 나타내고 실제로 다수인이 현실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므로 상표등록을 인정할 수 없는 상표인 것이다.
 

 

만약 위메프가 ‘블랙프라이데이’를 유통업에 상표출원하였다면 상표등록이 거절되었을 것이고, 등록된 상표가 존재한다면 이는 유통업이 아닌 다른 상품류에 등록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바, ‘블랙프라이데이’, ‘BLACKFRIDAY’는 유통업을 하는 모든 자들이 전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용어라고 할 것이다.   

 

김민철 변리사 현재 G&W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이며, KT 등 다수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등 10여개 대학에서 지적재산권 특강을 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산업재산권법』, 『특허법』 등이 있다.   e-mail kmc02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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