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칠이 뭔고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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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칠이 뭔고하니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9.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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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갤러리카페> 최민우 작가

아버지 채화칠기 기능전승자 최종관 관장의 뒤를 이어 채화칠기의 길에 들어선 최민우 작가. 전통 공예의 맥을 잇기 위한 산업화와 명품화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전통문화를 재해석하고 현대화한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일반 대중들이 채화칠기작품과 가까워지길 기대한다. 

▲ 최민우 채화칠기 작가 ⓒ 사진 이현석 팀장

전통공예라고 하면 한복 입는 나이 지긋한 장인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 전통공예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할머니 집에서 보던 그것 
홍대입구역 1번 출구를 나서 골목을 돌면 바로 ‘옻칠갤러리카페’라는 간판이 보인다. 간판만 보면 반짝거리고 앙증맞은 귀여운 소녀 취향일 것 같지만 막상 들어서면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중후하면서도 수려하고 우아한 옻칠공예작품들이 입구에서부터 반긴다.

<옻칠갤러리카페>는 대한민국 채화칠기 기능전승자 최종관 관장과 아내 김경자 작가, 자녀 최민우 작가, 최다영 작가 가족이 운영하는 갤러리 겸 카페다. 홍대 입구에 자리한 배경은 단순하다. 살림집이었던 것. 30년 전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사는 집을 3년 전 리모델링 하면서 1층은 갤러리 겸 카페로, 2층과 3층은 살림집 겸 작업실로, 지하는 수강생 교육실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엔 갤러리로 오픈했는데, ‘갤러리’라는 타이틀에 부담을 느껴 사람들이 선뜻 들어오질 않았다. 그 모습에 최민우 작가와 가족들은 만들어둔 공간을 살리고, 안정된 수입원도 얻을 겸 카페를 오픈하기로 했다. “우연히 들어왔던 손님들이 ‘할머니 집에서 본 거다’라며 전시해둔 작품들을 보고 좋아했어요. 옻칠한 바닥과 삼베에 옻칠해서 만든 벽 등 독특한 분위기와 콘셉트가 소문나면서 이색카페로 알려지게 됐죠.”

 

▲ 최민우 채화칠기 작가 ⓒ 사진 이현석 팀장

50번 만져야 탄생하는 작품  
최민우 작가 가족은 옻과 천연 안료를 배합해 칠기 표면에 다양한 색과 문양을 그려 넣는 채화칠기를 발전시키는데 앞장섰다. <옻칠갤러리카페>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공예작품을 전시로 일반 대중과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꽤 성공적이다. 또한, 작품에 관심을 보인 손님들이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 교육생들도 늘었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갑자기 많이 판매되는 건 아니었다. 예쁘다고 감탄하던 손님들도 컵 한 개 15만 원이라는 가격을 알면 놀란다. 채화칠기 공예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는지, 얼마나 수고로운 과정이 있고, 얼마나 공들인 끝에 겨우 하나가 완성되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갤러리 입구에 소개된 28가지의 공정 과정을 본 사람들은 무척 놀라는데, 실제로는 50가지 이상의 공정을 거친다. 채화작업을 한 후 말리는 데도 무척 까다롭다. 상온에서 마르지 않기 때문에 습도를 맞춰야 하니 에어컨도 보일러도 함부로 틀면 안 된다. 옻칠공예작품은 작가를 엄청나게 고생시킨 끝에 간신히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알면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이란 걸 이해한다. 사람의 손끝에서 나온 작품을 공장의 틀에서 찍혀 나온 상품과 비교할 수 없으니.

 

전통은 대를 이어 전해진다  
<옻칠갤러리카페>는 ‘대를 이은 가족 작가’의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 최종관 관장은 친척 형의 소개로 입문했고, 어머니 작가는 결혼하면서, 아들 최민우 작가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대를 잇기로 정해졌고, 동생 최다영 작가는 집안 분위기 따라 자연스럽게 옻칠공예의 길에 들어섰다. “가족 모두가 같은 일을 하고 있어서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언제든 작품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어서 좋습니다. 그러다 싸울 때도 많고요, 하하. 온 가족이 경제공동체로 묶여있으니 앞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를 계속 합니다.”

대를 잇는 젊은 공예작가로서 최민우 작가는 책임감과 사명감도 크다. 작업 공정을 줄이면 단가는 내려가지만 전통공예라 할 수있는가의 문제가 있고, 이대로 계속 하기에는 대중과 멀어진다는 염려가 있다. 아버지 최종관 관장이 루이까또즈와의 협업으로 채화칠기백을 제작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루이까또즈처럼 마케팅과 판매를 전담하고 공정에 관한 모든 것은 작가에게 맡기는 협업이라면 얼마든지 함께할 생각이다. 세면볼과 벽지 등 옻칠의 특성을 이용해 인테리어에 적용할 방법 등 옻칠공예가 작품으로서 대우 받으면서 실생활에 가까워질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전통공예는 배우기 어렵고 시장이 작아 유지 전승이 어렵습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서도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도 느리지만, 대중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빛을 볼 날이 곧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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