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껏 만든 음식을 더 맛있고 빛나게 만들어주는 그릇. <리리키친>의 이선미 대표가 만든 그릇을 보면 새롭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속 향수를 자극한다. 언젠가 할머니댁 찬장에서 마주했던 것 같은데 그 익숙한 디자인이 새롭게 느껴진다. 여자의 끝은 그릇이라고 말한다. 그 마음을 만족시켜주는 <리리키친>의 그릇, 지금 만나보자.
코리안 레트로
<리리키친>의 콘셉트는 코리안 레트로다. 북유럽풍 그릇과 영국 웨지우드 그릇이 큰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엔 왜 이같이 개성 있고 매력적인 그릇들이 없을까 생각했던 이선미 대표.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한국의 미를 살린 그릇을 탄생시켰다. 이 대표는 집안에서 손때가 묻은 것들을 잘 버리지 않아 할머니 때부터 쓰던 그릇이 많았다. 관심 없던 그릇이 자주 보니 예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할머니댁 찬장에서 매일 봤을 법한 그릇. 코리안 레트로란 콘셉트는 그곳에서 탄생했다. 그녀가 만든 그릇을 보면 새롭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 대표는 원래 그릇에 관심이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그녀가 처음 그릇을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 그릇의 종류가 참 부족하다고 느껴 자신의 특기를 살려 디자인과 그릇을 접목했다. 한국적인 색채를 더한 디자인은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 연을 모티브로 만든 ‘연 시리즈’는 평소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제품을 추구하는 프랑스 유명 편집숍 ‘메르시’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해바라기 시리즈’는 현재 노르웨이와 일본,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국내에선 <리리키친>을 아끼는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그녀가 처음부터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릇을 만들어주는 업체 대표로부터 이렇게 유행이 지난 제품을 왜 만드느냐는 만류도 받았고, 70~80년대 느낌을 살리기 위해 추가한 손잡이와 굽 때문에 단가가 2배로 뛰어 금전적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아닌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열정을 갖고 견뎌낼 수 있었다. 다른 욕심을 부리기보단 계속 쌓여가는 하나의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줍은 튤립과 행복한 해파리
이상한 말이다. 튤립이 수줍다니? 행복한 해파리도 무슨 말인지 싶지만 <리리키친>에서 가장 인기 많은 제품들이다. ‘수줍은 튤립’은 80년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익숙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제작한 형태는 모던한 느낌을 주지만 여기에 7080세대의 익숙한 디자인을 더해 고객들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밥공기, 국공기, 면기, 파스타 접시, 찬기, 크기가 다른 접시, 컵까지 하나의 식기 세트로 이뤄져 있다. 그릇 테두리에 순도 99.9% 순금을 도포해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살렸다.
‘행복한 해파리’는 코리아 레트로란 콘셉트와 조금은 동떨어진 귀여운 느낌을 주는 그릇이다.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그릇들을 디자인하다 보니 매번 새로운 소재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고민하지 말고 평소 그렸던 그림도 적용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만든 그릇이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이 외에도 ‘모던라인’이란 제품은 심플함을 강조한 새하얀 그릇 테두리에 순도 99.9% 순금을 도포했다. 모던함에 고급스러움을 더한 제품은 신혼부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어 ‘모던그릇세트’라는 신혼부부들을 위한 세트까지 출시하게 됐다. 새로운 디자인을 접목한 양은 쟁반이나 예전 떡볶이집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녹색 플라스틱 그릇, 그릇을 만드는 공장 구석에 쌓여있던 옛 그림들을 모아 새롭게 디자인한 제품 등 다양한 그릇들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리리키친>의 제품들은 다양한 업종에서 구매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파스타 전문 매장, 한식을 선보이는 매장 등에서 포인트를 주기 위한 그릇들을 구매한다. 특이한 형태의 컵은 이목을 끌 수 있어 카페에서 많이 찾는다. 작은 컵은 에스프레소 머신에도 딱 맞아 에스프레소 컵으로도 사용하기 좋다. 유기 티스푼은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 때문에 대량으로 구매해가는 경우도 많다. 빙수 전문점에선 한국적인 멋이 느껴지는 그릇들을 많이 구매해간다.
매출을 올리는 그릇
그릇은 음식을 담는 옷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리 내용물이 훌륭해도 그것을 감싸주는 그릇이 형편없으면 식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푸드스타일링을 위한 플레이팅에서도 그릇은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음식이 화려하면 심플한 그릇을 활용하면 좋다. 화려한 음식에 그릇까지 화려하면 보는 이에게 부담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음식이 밋밋하다면 패턴이 강조된 그릇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요리에 집중도를 높여준다. 전체적인 플레이팅 또한 강약조절이 필요하다. 모든 그릇이 화려하면 시선이 분산돼 좋지 않다. 심플한 플레이팅에 강조하고 싶은 음식은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그릇을 사용하면 포인트가 된다. 커트러리(식기)와 통일감을 주는 것도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좋은 방법이다. 그릇에 금색 포인트가 들어갔으면 커트러리 또한 금색으로 선택해 통일감을 줄 수 있다.
좋은 그릇을 고르는 비법
새하얀 색이 많이 나는 것이 좋다. 의도치 않은 누런색이나 이물감이 느껴지는 그릇은 좋은 그릇이라 하기에 조금 부족하다. 간혹 보이는 까만 점들은 유약을 바른 후 철분이 튄 것으로 크게 상관은 없지만, 외관상 없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핀 자국, 기포, 특정 부위의 재질이 달라진 것 등이 외관을 해치는 작은 요인이다. 또 형태가 삐뚤거나 허물어진 그릇들도 조심해야 한다. 사용하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으면 그냥 사용해도 상관없다. 그릇의 굽이 깨끗하지 않은 그릇들이 간혹 있는데 이럴 땐 사포로 살짝 문지르면 말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