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재창궐 외식업계 악몽 되살아나나
상태바
구제역 재창궐 외식업계 악몽 되살아나나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6.01.14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식당들 “2011년 기억 떠올리기 싫어”

한동안 조용하던 구제역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프랜차이즈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1년 구제역으로 약 347만두의 소·돼지가 살처분되면서 외식업계 폐업대란으로 이어진 악몽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매출이 반토막까지 났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다.

구제역이 창궐하면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다루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는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은 널뛰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멀리하므로 매출은 급감한다. 고기뿐만 아니라 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뛰므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도 고통을 겪게 된다.

정부는 구제역이 아직까지는 걱정스러운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12일 정부는 전북 김제군의 한 축산농가에서 구제역 감염 의심 돼지를 정밀검사한 결과 양성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이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 670마리를 이날 살처분하고 김제 관내 돼지 25만 5000마리에 구제역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또, 김제군과 주변 기초자치단체들은 발굽이 두 개씩 달린 동물의 이동을 금지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가 무색하게도 13일 전북 고창군 돼지 사육농가에서 구제역 양성반응이 또 나옴에 따라 안심하고 있을 상황만은 아님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는 이미 구제역이 전북지역에 퍼졌고 자칫 잘못하면 전국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구제역 피해가 가장 컷던 시기는 2011년이다. 그때는 한 마디로 사람들이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2011년 10.2㎏에서 2012년 9.7㎏으로 줄었다.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1990년 4.1㎏이던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2005년 6.6㎏, 2010년 8.0㎏으로 급증하고 있었다. 돼지고기 1인당 소비량 역시 1990년 11.8㎏, 2005년 17.8㎏, 2010년 19.2㎏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었지만 2011년 18.8㎏로 뒷걸음쳤다.

당시 한국소비자연맹의 ‘축산질병이 소비자의 축산물 인식·구매에 미친 영향조사’ 보고서를 보면 구제역 발생 후 국내산 축산물 구입횟수를 크게 줄였다고 답한 응답자가 쇠고기 43.7%, 돼지고기 43.2%에 달했다. 구입횟수를 줄인 이유는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서’가 쇠고기 43.5%, 돼지고기 39.9%로 가장 많았고, ‘언론에서 살처분 등 관련 보도를 접하니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서’가 32.4%로 뒤를 이었다.

더 큰 문제는 소비량이 줄었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올라갔다는 점이다. 대규모 살처분으로 축산농가의 생산기반이 무너지면서 공급물량이 더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당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돼지 332만두는 전체 988만두 중 33.6%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이에 따라 돼지값은 구제역 발생 전월인 2010년 10월에 비해 2011년 3월 31일에는 1㎏당 경락가격이 61.3% 상승한 6149원을 기록했다.

유제품 공급도 부족해졌다. 2011년 낙농농가의 모임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1ℓ에 704원인 원유가격을 173원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무기한 원유 납품 거부 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구제역 피해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들의 신음소리 역시 날로 높아져 갔다. 돼지고기 구이를 취급하는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떠나서 물량을 구할 수가 없었다. 부르는 대로 가격을 쳐주겠다고 해도 가맹점에서 주문한 물량의 50%도 맞출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쇠고기·돼지고기 메뉴를 아예 포기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많았다. 당시 <스쿨푸드>가 돈가스 메뉴 판매를 중단한 것에 이어 수많은 업체들이 팔면 팔수록 손해인 쇠고기·돼지고기 메뉴를 포기하고 말았다.

정부가, 생산자인 축산농가에는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펼쳤지만 2차 생산자 격인 외식업체에는 이렇다할 보상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도 피해를 키웠다. 당시 정부는 2조 원 넘는 정책지원자금을 긴급지원했지만 축산농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부가가치세 한시적 경감 및 분할납부, 폐업대란을 막기 위한 긴급 생계자금 대출, 프랜차이즈 기업의 고용유지 지원대책, 중간 유통상인 사재기 폭리 감시 및 수급대책 등을 요구했지만 대부분 묵살됐다.

 

그렇다면, 2011년도와 같은 피해상황이 올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결코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2011년 구제역 사태에 관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백서를 보면 “2011년 3월까지 약 347만두 이상의 살처분으로 2000년과 2002년의 구제역에 따른 살처분 규모 비교가 안 되게 넘어선 상황”이라며 “몇 년간 구제역이 전파되지 않다보니 안심하고 대응했기 때문에 직접피해만 3조원에 달하는 참사를 빚었다. 특히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지키려고 머뭇거리다가 상황이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고기구이를 주메뉴로 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하남돼지집>의 장보환 대표도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구제역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구제역은 기본적으로 관리가능한 질병이다. 하지만 완전한 예방이 어려운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라 변종이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또, “일부 축산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백신을 돼지 목 부분에 접종하면 드물게 살 안에 염증이 생기는데, 먹어도 괜찮지만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구제역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프랜차이즈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평안도찹쌀순대>의 이영민 차장은 “아직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전 구제역 사태 때는 우리 가맹본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가맹점과 고통을 분담했다. 당시 가맹점에 납품하는 일부 식자재의 단가를 내렸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