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으로 교감하는 카페 <슬로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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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으로 교감하는 카페 <슬로 스텝>
  • 조주연 기자
  • 승인 2015.12.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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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4일에 만으로 오픈 1년을 맞이한 대학로 카페 <슬로 스텝>은 여러 가지로 특별한 곳이다. 눈이 가기 어려운 3층에 위치해 있지만, 감탄이 절로 나는 테라스 좌석과 유아 동반부터 어르신까지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는 좌식 테이블까지 있기 때문. 한 번 가기는 어렵지만 한 번 가기 시작하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 카페 <슬로 스텝>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메뉴와 서비스 면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다.

테라스와 좌식 테이블로 편안한 카페

대학로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기형 대표는 오랫동안 카페 운영을 꿈꾸고 있었다. 드디어 카페 오픈을 결심했지만 위치와 비용 면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지금의 <슬로 스텝> 자리를 찾게 된 후 아내를 데리고 갔어요. 3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니 힘들어했지만 테라스 자리를 보면서 제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아내 역시 탄성을 질렀어요. 그래서 이곳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결심을 했죠. 3층이라는 위치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테라스 카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매우 만족스러워요.”
리뉴얼을 앞두고 매장은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큰 뼈대는 두고 대대적으로 인테리어를 다시 하겠다고 결심했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편안함이었다. 그래서 의자와 테이블의 배치는 물론 간격도 여유를 두었다. 윗층의 경우 전체가 다 좌식 테이블이었지만 분위기를 색다르게 하기 위해 일부만 남겨두고 다철거하기도 했다.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었지만 가능한 한 편안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마음은 여전했고, 그만큼 바뀐 지금의 모습에 만족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의 사이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소소한 소품에도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가려고 했지만 부담을 느끼는 손님들이 많아서 콘셉트도 바꾸었다. “가격은 합리적이면서도 분위기는 호텔 로비같은 고급스러움을 가진 카페를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죠. 덕분에 일부 인테리어를 다시 해야 했지만, 수업료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분위기를 가질 수 있게 됐으니까요.”
믿을 수 있는 매니저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집에서 괜찮은 아이템들을 가져오기도 했다. 직접 바느질하고 칠하고 글씨를 써서 만든 소품들은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었고, 일부 손님들은 사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역시 인테리어 소품으로 만들었던 드라이 플라워 역시 인기가 좋아 지금은 판매를 하면서 수익금은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는 데 쓰고 있다. 음악 역시 인상적이다. 김 대표가 좋아하는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고 한때는 가야금에 빠져 다양한 가야금 곡이 흘러나오도록 했다. 편안함은 물론 개성 있는 곡들이기 때문에 고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슬로 스텝>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바로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유기농 티를 판매하던 중 쿠키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매니저와 함께 쿠키를 만들게 됐는데, 좋은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인지 호응이 매우 좋았다. 모든 것을 매장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많이 만들지는 못하지만, 고객이 찾거나 단체 주문이 들어올 때는 며칠 전부터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마냥 뿌듯하다. “사실 손으로 반죽해서 틀 없이 만드는 쿠키라 예쁘거나 화려하지는 않아요. 하
지만 건강한 맛은 한 번 먹어보면 다 알기 때문인지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자랑같지만 아직까지 맛없다고 불평하는 손님은 본 적이 없으니까요. 쿠키에 드라이 플라워에 각종 인테리어 소품에…….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이것저것 만들 게 많다 보니 늘 바쁩니다.”

두 개의 매력, 두 개의 <슬로 스텝>
대학로에는 <슬로 스텝>이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다. 카페 <슬로 스텝>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해산물을 파는 <슬로 스텝 2>가 있는데, 김 대표의 고향이기도 한 포항에서 직접 보낸 해산물 등이 가득하다. “<슬로 스텝 2>에서는 100% 포항산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삶은 해산물로 만들어내는 음식은 정말 맛있고 좋거든요. 포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공유 정신이 바로 <슬로 스텝 2>의 중심입니다.” 아직은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손님들이 많지 않지만, 결국 고객이 먼저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슬로 스텝> 매장 한 곳을 이용하고 다른 곳에 영수증을 가져가면 10% 할인이 가능하니 두 곳 다 이용한다면 기억해 두자.
김 대표가 꿈꾸는 카페는 손님끼리도 친분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메뉴와 서비스 면에 더욱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자주 찾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분위기만큼 메뉴도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쉬라고 해도 쉬지 않고 서로의 일을 덜어주려고 하는 매니저와 직원, 그리고 두 개의 <슬로 스텝>을 오가면서 늘 열심히 일하는 김대표라면 ‘Slow’가 아닌 ‘Fast’한 성과를 곧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슬로 스텝> 테라스 자리와 윗층에는 김 대표가 좋아하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늘 틀어져 있다. 새로운 공간이 이어지는 하울의 특별한 성처럼 <슬로 스텝>도 세 가지 공간을 제각기 활용하면서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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