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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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가 사는 법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4.0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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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연 연구원

생명과학을 전공한 정유연 연구원은 연구원이란 본업에 충실하면서 블로그, 웨딩홀 등 어떤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에게 N잡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다. 연구소 밖의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 세상의 다양한 면들을 겪을 수 있어서 성장의 자양분이자 자산으로 만들고 있다.

정유연 연구원  ⓒ 사진 이현석 팀장
정유연 연구원 ⓒ 사진 이현석 팀장

 


낮에는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퇴근길부터 블로거와 블로그 매니저로, 주말엔 웨딩홀 사무직으로. 평일과 주말, 월화수목금금금인 셈이지만 그래도 즐겁다. 매일 자기 전 하루를 떠올리면 의미없이 이래도 되나 하며 잠못이루던 때보다 훨씬 낫다. 정유연 연구원의 직업은 지금 현재만 따져도 4개, 투잡도 쓰리잡도 아닌 진짜배기 N잡러다. 연차 하루만 쉬어도 충분하다는 그가 ‘워라밸’ 보다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무엇일까.  

 


월화수목금금금 
처음부터 N잡을 결심한 건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해온 카페 알바를 취업한 이후 다시 시작했고 우연찮은 기회로 웨딩홀로 옮겨서 일하고 있다. 대학 때도 카페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했는데, 취업한 이후 주말에 쉬고 있자니 공허한 느낌이었다. 대학 시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 커피를 만들고 음료를 제조하던 즐겁던 기억이 떠올라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N잡의 시작이었다. 

카페 아르바이트는 정유연 연구원이 파워블로거이자 인플루언서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럽여행 후기를 올리면서 주목받은 블로그에 카페의 신메뉴를 포스팅하자 방문객들이 많은 댓글과 좋아요로 응원을 전했다. 이어지는 체험단 신청을 받아들였고 인플루언서로 자리잡은 뒤 제안온 블로그 매니저도 자연스럽게 수락했다.

얼마 전까지 헬스장 데스크 업무를 보기도 하는 등 정 연구원에게 너댓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건 기본이 됐다. 사실 많은 N잡러가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시작하는데 비해, 정 연구원은 본업인 대학병원 연구원으로도 성실함을 증명하고 있다.

“특정 균에 대한 약물과 백신 테스트 실험을 주로 하고 있어요. 약과 백신이 시판되기 전의 과정을 테스트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연구 프로젝트로 기밀을 유지해야 해서 여기까지만 설명할게요. 하하.”

 

정유연 연구원  ⓒ 사진 이현석 팀장
정유연 연구원 ⓒ 사진 이현석 팀장

부자 되는 왕도란 
정 연구원의 N잡은 직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일을 못하게 하는 사규도 없고, 만류하는 동료도 없다. 대신 “주말에 또 일을 하냐”, “안 쉬고 일하면 힘들지 않냐”라며 신기하게 여긴다고 한다.

“‘힘들지 않냐’라고 하면 ‘연차가 있잖아요’라고 답합니다. N잡에 관심을 보이는 동료나 친구들에게 블로그를 해보자고 권해보기도 했는데, 결국 지금까지 꾸준히 하는 사람은 저 뿐입니다. 어렵진 않지만 오래 지속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이참에 N잡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블로그를 예로 들어 방법을 물었다. 첫째, 포스팅을 꾸준히 할 것. 하루 하나씩은 꾸준히 올려야 한다. 둘째, 양질의 콘텐츠. 협찬 경우 위치 등 정보를 상세히. ‘내돈내산’이라도 공을 들여야 한다, 그렇게 포스팅을 하면서 콘텐츠가 쌓이면 포털사이트에서 상위 노출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즈음부터 체험 신청하라는 제안이 온다.

체험한 내용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반응이 좋으면 또 제안이 들어오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블로그만 꾸준히 해도 수입을 더 얻을 수 있다는 결론. 투잡이든 쓰리잡이든 ‘돈 버는 방법’에 역시 왕도는 따로 없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정 연구원은 N잡을 하면서 “새로운 분야의 일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라는 장점을 첫째로 꼽았다. 대개 이직을 해도 같은 분야로 옮기지만 N잡은 전혀 다른 분야의 일도 경험할 수 있으니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셈이다. “N잡은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경험하고 새로운 걸 할 수 있다고 봐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그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그로 인해 저의 생각도 넓어질 수 있어요.”

한몸으로 수 개의 일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체력에 한계가 온다. 생존 운동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체험단을 통해 하게 된 운동이다. 뭘 하든 하나만 하진 않으니 타고난 N잡러이자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라고 하겠다. 정 연구원은 또 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 블로그와 블로그 체험단 매니저 일을 좀 더 크게 성장시켜서 스스로를 ‘브랜딩화’한다는 것이다. “그저 N잡이 아닌 하나의 사업 덩어리로 만들고 싶어요. 이제 막 세운 계획이라서 앞으로 하나씩 배우고 따로 공부도 하면서 틀을 잡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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