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실패를 즐기는 창업가’라 말하는 이정협 대표. 그는 창업이란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면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맞이할 때까지 버티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망할 창업이라면 당장 해보고 싶은 일을 도전하라는 그의 이야기는 성공 창업 일색인 요즘 시대에 새로운 응원의 메시지다. 결국 창업을 해야 하는 그의 60가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보았다. 

누구나 승자가 되는 길 
이정협 대표는 ‘40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현대자동차 마케팅부서에 입사했다. 이후 홍보실과 스타트업 육성팀을 거치며 사회생활을 한 그는 약 10년간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했다. 그런 그에게 창업이란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로 안내한 것은 다름 아닌 직장생활의 고루함이었다.

직장 내에서 확연한 평사원의 한계, 평균 수명 100세 시대라지만 턱없이 부족한 경제 생산 시간을 이 대표는 그저 바라볼 수 없었다. 그는 모두가 1등을 향해 한 방향으로 달리기보다 방향을 바꿔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직장인으로서의 창업이었다.

회사에 근무하면서 창업하는 것은 겸직과 무관했기에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창업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하루 루틴의 시간을 벌기 위해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정도의 시간을 만들었다. 일주일이면 20시간이 생성됐고, 여기에 주말을 활용한 12시간을 더해 일주일에 45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창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홍보실에서 근무하던 그가 창업으로 시작한 첫 번째 일은 스마트폰 앱 개발이었다. 개발시간 1년, 론칭시간 3개월. 하지만 앱 개발일은 론칭 3개월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16번의 창업을 시도해 11가지 사업을 중단했다.

모바일앱 개발에서 온라인 커머스, 숙취해소제, 여성 화장품, 수입차 부품 대행까지. 그의 창업 아이템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클래식 문화예술 공연 기획을 시작했다. 그는 직장인이 창업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지 시작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창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어요. 다만 실패가 두려워 실행을 못 합니다. 주사위를 던지면 되는데 계속 들고 고민만 하는 거죠. 굴리면 1이라는 숫자가 나오는데도 말이죠.”

끊임없는 도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교통사고를 당해 1인실에 누워있던 이 대표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구상하다 창업에 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2022년 어머니의 위암 수술까지 병실에서의 생활은 그를 작가로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그가 연락한 출판사는 20~30곳.

여러 번 퇴짜를 맞은 후 연락이 온 출판사는 바로 김승호 회장의 『사장학개론』을 출판한 곳이었다. 글을 쓴 작가가 궁금하니 한번 만나자는 출판사의 제의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 대표는 한달음에 출판사를 찾았다. 이후 출판사를 통해 글쓰기 레슨을 받으면서 책을 다시 쓰게 된 그는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내가 쓴 글을 계속 보는 일조차 힘들었어요. 분량이 많다보니 제가 쓴 내용도 기억이 희미하더라고요. 그때의 경험 이후 책을 쓴 모든 작가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이 대표는 책을 통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창업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정년퇴직 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는데 30년 남짓의 직장생활로는 남은 인생을 결코 대비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책의 제목처럼 그는 창업 자체를 독려하지만 창업은 실패로 귀결되는 과정이라고 직언한다. 하지만 그는 실패를 끝이 아닌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수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계속해서 실패하다 보면 덜 실패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덜 망하게 되면 그때부터 이익을 내고 사업을 성장시킬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자꾸 실패하다 보면 맷집이 늘고 회복탄력성이 커지면서 다시 도전할 힘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언젠가는 실패하지 않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이 대표는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해나가는 컴퍼니 빌딩의 방법으로 창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비더시드 역시 새로운 사업의 운영을 돕고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컴퍼니 빌더다. 회사를 통해 초기 스타트업에 브랜딩, 홍보, 투자유치 등 운영 전반에 걸친 맞춤형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사업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진정 성공한 삶
현재 이 대표는 유튜브 채널 ‘시작선’을 운영하고 있다. 책을 탈고한 후 유튜브를 시작한 그는 직장인, 일반인들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세워주겠다는 의미를 담아 채널 시작선을 만들었다. 채널의 콘텐츠 역시 미래를 직시해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방법은 곧 창업이라는 기본 이념을 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튜버 외에 현재 세종대학교 융합창업전공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어느 날 창업을 가르칠만한 교수를 찾는다는 전화를 받은 그는 여러 분야의 창업 경력이 인정받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피력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면 당장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팔고, 여름에는 대천해수욕장에서 폭죽을 판매하라는 청춘식 창업법을 이야기한다.  

기계적인 삶을 살던 직장생활은 미래가 보장되는 사회적 궤도였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끝이 보이는 궤도를 따라만 가다 보면 어느덧 스스로를 속이는 삶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자신 역시 직장생활을 벗어난 궤도 밖에서의 삶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내 자신을 성장시킬 수만 있다면 궤도 밖 세상에서도 충분히 엘리트가 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 대표는 그의 두 번째 책으로 창업가들의 삶을 다룬 옴니버스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책의 주제는 평범한 사람들도 창업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그가 주장하는 창업의 당면적 과제를 다룬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말한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창업을 통해 빠르게 실패하고 그 속에서 다른 길을 찾으라고. 결국 창업 후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실패를 거듭하며 계속 정진하는 것이라고.  

지유리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