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실은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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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실은 기차여행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3.07.1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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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 박세영 점장

미국 최고급 호텔 부지배인까지 올라갔던 박세영 점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진로가 살짝 달라졌다.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 점장은 ‘임시직 공무원’의 신분이 됐지만, 미래에 대한 꿈은 전보다 더욱 커졌다.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커피 애호가들이 찾아오는 노원구 명소로 만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 박세영 점장  ⓒ 사진 이현석 팀장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 박세영 점장 ⓒ 사진 이현석 팀장

 

키워드는 기차, 풍경, 모두 함께.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은 상호명이 곧 콘셉트다. 옛날 경춘선 화랑대역 자리에 들어선 <기차가 있는 풍경>은 친구 또는 가족이 함께 기차 타고 여행다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고객들은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꿈과 행복에 젖어있던 기차 여행을 그리며 힐링을 하고 간다.  

 

음료 싣고 달리는 기차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을 유명하게 만든 건 배달 기차였다. 기차역을 콘셉트로 하여 떠올린 아이디어로 미니어처 기차를 만들어 주문한 고객에게 음료를 실어나르게 했다. 음료를 싣고 기차가 움직이면 모든 고객들이 들뜬 모습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는다.

선로를 따라 달리던 기차가 주문한 고객의 자리에서 멈추는 모습에 어린이들은 물론, 중장년 고객들도 ‘귀엽다’, ‘재밌다’, ‘멋지다’, ‘신기하다’ 라며 즐거워한다. <기차가 있는 풍경>은 지자체에서 기획하여 탄생해 더욱 화제가 됐다.

노원구청은 모든 지역사회, 또한 공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힐링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1층은 커피 외에도 생과일을 갈아넣은 우유 등 어린이 음료가 있고. 기차가 제조한 음료를 싣고 배달해준다.

주말에는 1,000 명 이상이 방문하므로 여러 사람들이 배달 기차를 보고 즐기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대기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2층은 커피 애호가들을 위한 특별한 커피들을 마련했고, 커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 박세영 점장  ⓒ 사진 이현석 팀장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 박세영 점장 ⓒ 사진 이현석 팀장

 

코로나로 맺은 인연 
<기차가 있는 풍경>을 총괄하고 있는 박세영 점장은 ‘우연이면서 필연’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특이한 인연으로 입사하게 됐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직장 생활도 하고 있던 그는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코로나로 돌아가지 못하던 때 <기차가 있는 풍경>에 지원한 것이다.

요리사의 꿈을 다지며 고교때 미국 유학을 떠난 박 점장은 CIA 제과제빵학과,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등 식음료 관련 전공을 했다. 이후 호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와인과 커피 등 식음료 전문성을 쌓으며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했다.

“베이킹을 먼저 시작했다가 함께 어울릴 커피에 대해서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주말에 기차 타고 뉴욕시티까지 가서 공부했어요. 커피 공부를 하면서 번역서를 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한국 커피비평가협회 뉴욕특파원도 했었죠.”

특파원 활동을 하던 커피비평가협회를 통해 <기차가 있는 풍경> 공개 채용에 대해서 알게 됐다.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박 점장은 총괄 기획, 예산, 인력, 보수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다. 어린이와 함께 오는 가족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기저귀도 갈 수 있는 수유 공간 등을 만들어 ‘배려해줘서 고맙다’라는 인사를 받기도 한다. 커피 애호가들을 위해 산지와 직접 통해서 제철 커피를 들여와서 1주일에 1번 로스팅하면서 좋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커피 애호가들의 성지로
2021년 3월에 입사해서 9월에 오픈하기까지 반년을 정신없이 보낸 박 점장은 그동안 노력한 결과가 이제 돌아오는 걸 느낀다. ‘커피가 맛있다’라며 2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오는 고객도 있고, ‘저 기억하세요?’라며 단골 고객이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SNS에서 친구,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곤 한다.

“세계 어딜 가도 지자체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카페 중 이 정도로 큰 규모가 없습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은 아니지만 적자도 나오지 않게 운영해야 합니다. 원두, 디저트, 인력, 유지 보수 등 1년 예산을 짜고 운영하는 게 쉽진 않지만, ‘도심 속에 이런 여행지가 있다니’라며  찾아오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박 점장은 미국 아이다호의 특급 호텔 ‘쇼어랏지’의 부지배인으로 있을 때를 떠올렸다. 호텔에는 고급요리와 라이브 음악, 문화행사가 함께 열리는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있었는데, <기차가 있는 풍경> 역시 그 못지 않은 문화 공간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한다. 전국에서, 나아가 세계의 커피 애호가가 꼭 찾아야 하는 공간, 세계 최고의 K-컬쳐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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