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을 위한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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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을 위한 예찬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2.1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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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특집Ⅰ노포에서 배우다 : BOOK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 노포(老鋪). 오래된 가게들도 어느덧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노포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도 요즘 세대와는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점포들도 속속 눈에 띈다. 수십년 혹은 100년을 이어가는 노포란, 과거만을 고집하는 것도 좋지만, 변화하는 시대와도 조금씩은 발을 맞추는 것도 진정한 노포가 살아남는 길이 아닐까 조심스런 생각도 해보는 요즘이다. 

 

그 집에는 뭔가 다른게 있다

『간판 없는 맛집』
안병익,식신 저 | 이가서

푸드테크 기업 식신의 안병익 저자가 오랜 기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노포 맛집’을 모은 책 ‘간판 없는 맛집’을 출간했다. 식신은 300만 유저가 즐겨 찾는 맛집 정보 서비스 ‘식신’을 2010년부터 운영해오고 있으며, ‘간판 없는 맛집’은 식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 온 노포 맛집을 모아 엮었다.

생생한 사진과 함께 맛집에 대한 정보와 소개를 꼼꼼하게 담아,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는 일이 허다한 외식 업계에서 수 십년 동안 한자리에서 장사를 이어온 식당들의 비결을 읽는 이로 하여금 탐색해 볼 수 있게 했다.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박찬일 저 | 인플루엔셜 

관록의 요리사 박찬일, ‘노포 탐사 프로젝트’ 10년의 결정판이랄 수 있는 이 책은 셰프 박찬일이 살아 있음을 넘어 전설이 된 위대한 노포들을 찾아 취재한 지 어언 10년! 기나긴 여정을 갈무리하는 노작(勞作)이랄 수 있다. 사실, 이들의 경영법을 살펴보자면 비용, 이론, 효율로는 그 위대한 역사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번 고용한 직원과 끝까지 가는 우직함, 웬만해선 거래처를 바꾸지 않고 값도 깎지 않는다는 소신, 재료 손질부터 내장을 바락바락 씻어내는 방식까지 수십 년째 그대로 지키는 원칙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배포와 내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골목 뒤꼍 할머니 식당 27곳 이야기

『할매, 밥 됩니까』
노중훈 저 | 중앙북스 

작고 허름하고 낮게 엎드린 동네 식당들, 그 식당들을 오래 지킨 사람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그러나 등잔불처럼 스며들어 끼니의 존엄을 수호하고 일상을 밝히는 공간들. 여행작가 노중훈은 『할매, 밥 됩니까』를 통해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긴 세월을 버텨온 골목 뒤꼍의 ‘할머니 식당’ 27곳을 각별히 호명하고, 그곳을 꾸려온 이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작은 마을, 비좁은 골목 뒤꼍, 세월의 더께가 앉은 건물, 포슬포슬한 고봉밥과 통통한 국수, 막걸리 한 잔과 뜨끈한 국물, 음식을 내온 할매의 단단한 손, 웃음, 주름, 농담과도 같은 세월……. 


 

 

낭만이 깃든 작고 오래된 가게

『타이난 골목 노포 산책』
천구이팡 저 | 심혜경, 설시혜 역 | 페이퍼스토리

대만의 옛 수도 타이난의 화려했던 거리를 그림으로 산책한 이 책은 100년 된 가게와 그곳을 지키며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만이 시작된 곳 타이난은 서민들의 의식주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이며 전통 있는 옛 가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거리였다.

책에 소개된 노포들은 대대로 물려받아 내려오는 곳으로, 모두 백 년 넘게 운영해 온 오래된 가게들이다. 작가는 오래된 낭만이 깃든 타이난의 골목골목을 걸으며 조그마한 이 지역들이 일제강점기에 건축한 바로크식 건물들로 이루어진 옛 거리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정나영 저 | 미래의창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 같은 존재, 단골이 되고 싶은 가게가 있다. 저자는 미국 소도시, 작은 가게가 가르쳐준 것들을 이야기한다.

몸살을 앓은 손님에게 뜨끈한 국물을 별도로 포장해서 싸주는 베트남 쌀국숫집 주인 할머니, 베스트셀러 동화작가를 초청해 동네 어린이들을 불러 모으는 지역의 작은 서점, 크리스마스에는 손글씨 카드를 건네고 포인트 대신 정감 있는 나무 쿠폰을 주는 카페, 간판도 없이 주택가 골목에 위치했는데도 사는 사람이 줄을 서는 케이크 가게, 자발적으로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싶은 동네 빵집 등등. 공간과 사람, 관계가 만들어나가는 작은 가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월을 이긴 노포의 비밀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저 | 이자영 역 | 21세기북스

일본인에게 있어 교토란 단순히 관광지가 아닌, 아날로그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이 가장 아날로그답다고 인정하는 ‘마음의 고향’인 동시에, ‘오래된 미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 교토에서 대를 거듭하며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가게를 지켜오고 있을까?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혹은 그 이상으로부터 전해지는 노포의 이야기는 교토에서 대를 거듭하면서 영업해온 여러 업종의 가게들이다. 노포가 밟아온 발자취는 살아 있는 교토의 역사와 만나는 일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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