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존재 이유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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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존재 이유를 묻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7.06.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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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뮤다디자인>
 

대표를 포함해 직원이 3명뿐이던 작은 회사 <발뮤다디자인>.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찾아오며 도산 위기에 처했지만 제품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또 자신의 신념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꼬리를 문 질문들, 시대의 흐름을 읽어라
<발뮤다디자인>은 일본인 ‘테라오 겐’이 세운 디자인 가전 기업이다. 공장을 전전하며 배운 기술과 스스로 익힌 디자인을 앞세워 <발뮤다디자인>이라는 회사를 창업한 그는 도산 위기의 기업을 살려내고, 5년 동안 50배 이상을 성장시킨데 이어 업계 1위로 등극했다. 그가 이렇게 위기를 딛고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바로 ‘기술력’과 ‘디자인’이었다. 처음 컴퓨터 주변기기를 제작해 판매하던 <발뮤다디자인>은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위기에 봉착했다. 2009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주문이 뚝 끊겼고, 자신을 포함해 직원이 3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는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절박한 심정의 테라오 겐은 어차피 망할 거라면 정말 좋은 물건이나 한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고민했다. 
‘좋은 물건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는 도구를 만들 수 있는가?’, ‘앞으로 어떤 분야가 주목 받을 것인가?’ 고민 끝에 그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생 에너지 분야의 기술이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냉난방 분야에 혁명을 일으키면 커다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해답을 찾았다. 그래서 거래처 사장에게 돈을 빌려 소비전력이 매우 낮은 초절전형 선풍기 ‘그린팬’을 만들게 된다. 

0.1mm의 차이, 지갑이 열리다
<발뮤다디자인>은 테라오 겐 대표가 직접 디자인 회의를 주재하고, 수백 번 수천 번 모형을 만들며 실험한다. 마케팅에는 거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경비를 줄이지도 않는다. 심지어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지 않고, 모든 부품을 일본 국내에서 생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품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그 돈을 연구 개발에 투자해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이렇게 테라오 겐 대표가 청개구리 같은 경영 방식을 고수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기술력과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은 아무리 비싸도 잘 팔린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풍기 그린팬은 시중 가격보다 7배 비싸고, 공기청정기 ‘에어엔진’도 샤오미의 카피 제품보다 3~4배 비싸지만 늘 판매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아무리 비싸도 가치가 있는 제품에는 지갑을 여는 프리미엄 소비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발뮤다디자인>의 기업 이념은 ‘혁신적인 도구 개발을 통해 소비자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테라오 겐 대표는 신제품을 기획할 때, 생활 속에 존재하는 불편함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최대한 본질에 가깝게, 기능을 강조하면서도 인테리어적으로 돋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집안에서 가장 돋보여야 하는 건 사람이지, 결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에어엔진’을 만들 때에는 가장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LED 라이트 불빛을 찾기 위해 0.1mm 단위로 플라스틱 두께를 조절하며 실험을 거쳤다. 테라오 겐의 말대로 그의 신념을 바탕으로 만든 제품들은 <발뮤다디자인>의 가치를 올렸으며, 도산 위기에 처했던 작은 회사에서 업계 1위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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