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양파 같은 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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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 양파 같은 금융상품
  • 창업&프랜차이즈
  • 승인 2015.10.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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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갈 즈음이 되면 언론이 항상 연말정산에 대한 대비를 하라고 하면서 연금저축 상품을 권하곤 한다. 세테크라는 이름으로 근로소득자이건 사업소득자이건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400만 원까지 세액을 공제해주는 혜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의외로 연말에 400만원을 일시로 연금저축에 납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그럴만한 상품일까.

우선 연금저축이라는 상품을 가입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도록하자. 필자도 상담을 하면서 연금저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상품을 왜 가입했느냐고 물어보면 98% 이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소득공제 때문이라고. 연금이 필요해서 가입했다고 답하는 사람은 7년 동안 한 명도 못 봤다. 은행에 가니 권하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니 당연히 다들 하는구나 하고 가입했고, 어쩌다보니 가지고 있게 된 셈이다.
맞다. 소득공제 기능이 가장 매력적이긴 하다. 그럼 얼마나 나에게 이득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만큼의 큰 이득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연금저축의 틀이 지난해 바뀌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정부의 연말정산에 대한 공제의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똑같이 불입액 중 40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을 해 보자. 예전 방식을 따르면 4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연 소득에서 제해줬다. 이것이 소득공제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소득세율을 얼마를 적용받느냐에 따라 공제되는 소득이 차이가 난다. 다음 표를 보자.

 


과표에 따라서 적용받는 소득세율이 다르다. 공제받는 소득은 400만 원으로 같지만, 세율 적용이 다르므로 그에 해당하는 공제되는 세액은 소득이 많아질수록 많아진다. 그런데 변경된 방식을 적용하면 소득공제가 아니라 일괄적으로 12%의 세액을 공제받는다. 이 말은 세율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400만 원의 12%만큼 납부해야할 세액에서 공제를 해 주겠다는 뜻이다.
48만 원을 머릿속에 넣고 위의 표를 다시 한 번 보자. 6%의 세율을 적용받는 구간이 아닌 층에서는 모두 공제세액의 규모가 줄었다. 이는 부의 재분배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정부에서 순전히 세액부족을 이런 방식으로 메우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연간 400만 원을 납입하려면 매월 약 34만원이라는 돈을 최소 5년 이상 투입하고 그마저도 최소 55세까지는 사용할 수도 없으며 55세부터는 또 연금의 형태로만 받아야 하니 최소 20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계속 묶어두려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정말로 연말정산에 대비해서 총 48만원을 세금으로 덜 내자고 매월 34만 원씩 납입하는 선택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른바 가격 대비 성능비가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매달 5만 원씩 통장에 넣어서 쌓이는 60만 원으로 연말정산 폭탄을 대비하거나 1년에 한 번씩 쓴다면 매달 29만 원만큼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많아지는 셈이 아닐까. 그래서 연말정산에 대비하는 적금을 붓는 편이 낫다고 본다.
그래도 연금저축보험을 하겠다는 분에게 추가 설명을 드리겠다. 어찌어찌 연금을 개시시키는 순간까지 잘 유지를 했다고 가정하자. 근로활동을 하는 동안 내내 매년 400만 원씩 20년간 연금저축을 이어갔다. 원금은 8000만 원이겠지만 그래도 20년간 잘 굴러가서 적립금이 1억 원이 되었다. 이제 개시를 시키려고 하는데 예상치 못한 조건이 붙어버린다. 바로 연금수령한도 라는 기준이다. 다음 그림을 보자.

 

그림만 보면 어떤 뜻인지 알기 어렵다. 설명하자면 연금 개시년도에 연금수령연차가 1이다. 평가총액은 1억 원이고 결국 첫해의 한도는 1200만 원이 된다. 공적연금을 제외한 연간 연금수령총액이 1200만 원이 넘어가면 종합과세에 합산이 된다는 의미이다. 지금 이 경우는 연금저축만으로도 연간 12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퇴직연금까지 고려하면 종합과세에 합산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퇴직연금의 연금외 수령 적용에 대한 부분이 있지만 이 역시 최대 300만 원이기 때문에 한도는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역설적으로 오래 꾸준히 납입했을 경우 나중에 받는 세금폭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중요한 건 소득세율이 앞으로 올라갈 수는 있어도 낮아질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소득세율이 6~38%이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서 우리가 연금을 받을 정도의 나이가 되면 조세부담률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조세저항이 약한 세율을 올리려는 경향이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법인세는 손도 대지 못하면서 담배 값은 2000원을 올렸다. 이제는 주세까지 개편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세금 말고도 걱정할 부분이 또 있다. 연금저축의 경우 추후 연금으로 받게 되면 연금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한다. 지금은 연금을 받는 연령에 따라 적용되는 세율이 다르다. 55~69세는 5%, 70~79세는 4%, 80세 이후 3%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얼마나 올라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수십 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나 크다. 그런데도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 연금저축을 가입하면 안 되는 것일까. 꼭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연금저축을 노후준비의 일환으로 간주하지 말라는 뜻이다. 연말정산을 대비하거나, 환급되는 금액을 이자로 생각한다면 연 10%가 넘는 고수익 상품,절대 해지해서 사용할 수 없는 금융상품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연금저축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계좌변경이라는 방법도 있다. 연금저축상품을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로 변경하고 납입을 중지하거나 정말 소액만 납입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중도해지에 따른 기타소득세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매월 2~30만 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금융상품은 완벽할 수가 없다. 혹해서 가입한 상품치고 내가 생각했던 상품인 경우가 거의 없다. 한번쯤은 연금저축상품을 비롯해 자신이 보유한 금융상품에 대해 주변의 전문가와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강경완 W에셋 지점장은 국민대학교 마케팅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언론사와 각종 강의를 통해서 솔직하고 정확한 금융의 이면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뜬구름 잡는 기존의 재무설계에서 벗어나 삶을 가장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설계 상담을 하고 있으며 이패스코리아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www.facebook.com/hellohog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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