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먼저 내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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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먼저 내밀어야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08.14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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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딤푸드 이범택 대표
▲ (유)디딤푸드 이범택 대표ⓒ사진 황윤선 기자

Break Time   품격이 빚어낸  이범택 대표의 말말말

“내가 몇 살인데 전차를 봤겠나, 마포종점이 어딘지도 모른다.”
서울에 전차가 다니던 시절, 서민들이 마포 종점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애환을 달랜 정겨운 풍경을 <마포갈매기>로 재현했다는 다른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자, 그냥 홍보용으로 만든 문구라며.
“방위라서 취사병을 할 방법이 없었다.”
실내 포장마차를 하다가 요리를 맡은 친구가 그만두는 바람에 접고 입대했는데, 요리를 배우고 싶었지만 방위라서 취사병 보직이 없었다며.
“직원들만 쓰는 업계 용어 다 안다.”
요리를 배우려고 식당에서 설거지부터 시작해 주방장까지 해봤기에 현장을 잘 알고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다며.

(유)디딤푸드 이범택 대표는 얼굴에 소탈한 사람이라고 쓰여 있는 사람이다. “어제는 사정이 있어서 정장을 입고 출근했었는데 안타깝네요, 언제 또 입을지 모르니 평소 모습대로 찍죠.” 사실 그는 정장보다 편안한 복장이 어울린다. 어느 골목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마주하고 앉고 싶은 매력이 있다. 직원들에게 지분투자 기회를 통해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방침에 대해 물어보자 “제 입으로 자랑하기 민망하니까 홍보담당 직원에게 들으세요”라고 손사래쳤다. 이 대표의 부탁에 따라 이 글에 나오는 해당 내용은 그가 직접 자랑한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몸으로 배운 지혜
<마포갈매기>와 <애플삼겹살>, <호랭이돌곱창>, <미술관> 등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디딤푸드.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백제원>, <도쿄하나>, <풀사이드>, <오백년장어> 같은 직영 체인점도 갖고 있다. 하지만 점포의 다양성과 수익성만을 보고 (유)디딤푸드의 저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50억 원의 시설비를 들여 만든 육가공 공장이 사업의 큰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든 생산품은 (유)디딤푸드의 점포는 물론이고 ‘에버랜드’ 같은 급식업체 등 여러 곳에 납품된다. 사실 이런 최첨단 생산·물류 시스템이 있기에 (유)디딤푸드가 운영하는 브랜드도 잘 되고 있는 것이다.

(유)디딤푸드의 이범택 대표는 외식사업을 하려면 자신이 직접 고기와 요리를 알아야 하고, 반드시 자체 생산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생산 및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했기에 <마포갈매기>가 빠른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마지막 승부수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마포갈매기>는 불과 몇 년 사이에 가맹점 400여 개를 세우는 신화를 썼다.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중에서도 가금류가 아닌 육고기를 다루는 경우는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나기 어렵다. 고기는 칼로 발골과 정형을 해야 하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으므로 손기술이 중요하다. 고기의 손질과 유통은 이론보다 경험으로 체득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까닭에 프랜차이즈 사업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를 ‘암묵지’라고 하는데, 자전거 타는 이론을 아무리 학습해도 직접 몸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익히지 않으면 탈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면 잘 배울 수 있는가 하면, 워낙 텃세가 심해서 어깨너머로 보는 눈썰미가 필수다.

세상으로 나가다
이 대표는 고기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 요소를 알고서 <마포갈매기>를 시작했다. 그는 고기와 음식을 알았고 자체 시설이 있었다. 그가 이 두 가지 요소를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깨져’ 보고 나서 얻은 교훈이다.


이 대표는 십대 시절 육상을 했고 성인이 되고부터는 피트니스 선수 겸 트레이너를 했다. 그러다가 군대에 가기 전에, 직접 나무로 포장마차를 만들고 음식을 팔았더니 쏠쏠한 수입이 나왔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이른바 ‘노가다’라고 하는 일용직 일당보다 두 배는 됐다. 그래서 실내 포장마차로 확대했는데 요리를 맡았던 친구가 그만둬버렸고, 그 맛을 내지 못하니 장사를 접게 됐다. 여기서 얻은 첫 번째 깨달음이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군대를 다녀오고서 요리를 배우러 식당에서 일했다. 시작은 설거지였다. 설거지를 하면서 선배들의 동작을 눈으로 읽은 뒤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연습했다. 몇 년 간 고생 끝에 주방장이 되었고 드디어 가진 돈을 끌어 모아 가게를 차렸다.

새 사업은 대성공이었다. 대나무에 담아내는 음식이 당시만 해도 신선했다. 점포가 늘어났다. 그런데 점포가 많아져도 이익이 그만큼 늘지 않았다. 음식 재료, 특히 단가가 높은 고기를 다른 곳에서 사오느라 이문이 적었던 탓이다.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수익구조는 물류에서 나온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무리해서 7~8억 원을 들여 공장을 지었고, 지금 있는 공장은 50억 원이 넘게 들어가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이 대표는 “<마포갈매기>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게 없고 자체 생산공장이 있었다는 점이다. 고기 값은 공산품에 비해서 가격 변동이 심하다. 그런데 가맹점에 납품하는 가격이 널뛰기하면 가맹점이 괴로워지고 자연히 신규 가맹점이 줄어들게 된다”며 “우리는 가격이 갑자기 올라가더라도 가맹점 공급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디딤푸드 이범택 대표ⓒ사진 황윤선 기자

함께 출사표를 적다
(유)디딤푸드는 이제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해외진출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외부 투자금을 원활하게 유치하려면 주식회사가 편해서다. 현재 중국,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 20여 개 점포가 있고 계속 확장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직원과 협력업체, 가맹점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새 사업을 벌이면 직원이 지분을 투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에게 오너십을 고취시키고, 급여 외의 개인적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또, 어려울 때 함께한 협력업체는 어지간하면 계속 함께 간다는 원칙이 있다. 그는 “대형업체에서 견적을 제시하면 일단은 현 협력업체에 우선권을 주고 가격에 대한 부분을 서로 협의한다. 그리고 현 협력업체에 문제가 없다면 거래를 유지한다”며 “예전부터 함께 했던 협력업체는 지금 우리 회사를 만들어준 은인이다. 이분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이 크다. 사업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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