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을 창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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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을 창조하는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08.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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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8푸드 강민서 대표
▲ 주)8푸드 강민서 대표ⓒ사진 황윤선 기자

Break Time  품격이 빚어낸 강민서 대표의 말말말

“사장실이 회의실보다 큰 회사는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한다.”
(주)8푸드가 창의적인 브랜드를 내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권위주의를 멀리하고 분권화된 기업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먼저 실력이 있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구색을 갖춰야 자동차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가듯, 북미시장에서 초밥이 높은 가격을 받는 모습만 부러워하지 말고 어떻게 대중성을 얻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며.
“<콩불>이 보통명사가 되어가고 있다.”
<콩불>이 기존에 없었던 조리법을 만들어내면서 포크레인, 호치키스, 샤프, 에프킬라, 미원처럼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화하고 있다며.

<콩불>, <팔색삼겹살>을 운영하는 (주)8푸드의 강민서 대표는 혼자 일하고 있었다. 인터뷰 때문에 언론 담당 직원들만 아직 회사에 남아 있었다. 강 대표는 “강제퇴근을 시켰다”고 말했다. 오후 4시였다. 가장 편한 시간에 일하라고 출퇴근 시각을 없앴더니, 다들 일한다고 퇴근을 안 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각을 없애기 전에 (주)8푸드의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였다. 책상에 오래 앉는다고 일 잘되지 않는다는 강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능력
(주)8푸드는 다른 어떤 프랜차이즈 업체보다 창의성을 강조한다. 콩나물을 돼지고기, 닭고기, 오징어 등과 다양하게 섞어서 먹도록 한 <콩불>, 8가지 양념의 맛과 색을 즐기는 <팔색삼겹살>처럼 기존 아이템을 재해석하는 강점이 있다.
강민서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의 본질은 창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보편타당한 가치를 특별한 가치로 재해석해야 차별화된 품격을 갖출 수 있다”며 “여기 커피잔에 커피가 있다. 이걸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그저 커피 잘 만들어서 팔자고 하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겪이다. 남들도 다 열심히 하기 때문에 똑같은 방법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비빔밥으로 색다른 요리를 곧 선보인다. 비빔밥을 한류 음식으로 많이 홍보했지만 다 실패했다. 한 마디로 비빔밥에 품격이 없었다”며 “분명히 한식이지만 기존과 다른 비빔밥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한식은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주)8푸드에서 만들었다면 (주)8푸드의 색깔을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주)8푸드가 준비하는 비빔밥은 정말로 달랐다. 밥을 무쇠솥에 하는데, 무쇠솥이 주방에 있지 않고 식탁 위에 놓인다. 그간 한국 업체들은 주로 양은냄비나 뚝배기에 밥을 해서 내놓았다. 무쇠솥을 식탁에 놓고 요리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주)8푸드의 비빔밥은 솥뚜껑도 재미있게 활용한다. 솥뚜껑을 뒤집어서 별도의 국물요리를 만든다. 이를 위해 식탁에는 가열장치가 두 개가 있다. <콩불>과 <팔색삼겹살>에 이어 또 한 번의 대박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분권화의 힘
어떻게 이런 참신한 생각을 연이어 할 수 있을까. 강 대표는 “대표 중심의 기업이 아니라 직원 중심의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표의 생각보다 직원의 생각이 중요하다.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대표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잘 모이지 않는다”며 “창의적인 기업을 만들려면 대표부터가 권위적인 모습을 버리고 분권화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예전에 내 명함에 대리라고 표기하고 분권화를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대표가 최전방에서 일하는 대리가 되고, 대표 자리는 비워놓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모두가 회사의 대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분권화된 조직의 의사결정은 많은 경우에 팀 단위에서 해결한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그렇게 해야 내공이 생기고 창의력이 나온다”며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비용이 아니라 수업료다. 직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 브랜드의 완결성, 즉 품격이 생겨난다. 사무실에 내가 주로 쓰는 책상이 있지만 컴퓨터 때문에 없애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표 전용 공간이 아니라 직원들이 쉬면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장소”라고 덧붙였다.
(주)8푸드는 직원들이 창의적인 발상을 마음껏 하도록 교외에 전용 힐링공간을 세웠다. 7월 11일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 만든 ‘8푸드 문화관’이다.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쉬면서 좋은 생각을 많이 하도록 배려한다. 멋진 경치와 더불어 시설도 괜찮은 편으로, 직원들의 부모님이 편하게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준이었다.
이처럼 (주)8푸드가 독창성 있는 콘셉트를 자주 내놓으니 이를 베껴가는 몰염치한 업체들이 많다. 그래서 (주)8푸드는 어떤 프랜차이즈 업체보다도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강 대표는 “<팔색삼겹살>의 서빙트레이가 곧 2단으로 간다. 모양은 한강 잠수교를 생각하면 된다. 역시 특허를 등록했다. 우리 직원들이 3D프린터로 시제품을 계속 만들어보면서 고생 끝에 개발한 지적재산권이다. 독창성을 가지고 경쟁하고 결과물을 서로 지켜줘야 하는데, 현실은 남을 밟고 흠집 내기로 일관하는 경쟁문화가 만연하다”며 “<콩불>과 <팔색삼겹살>도 비슷한 상표가 너무 많다. 나훈아가 유명하니 너훈하가 나오는 것처럼 (주)8푸드의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이렇게 됐다. 개인 음식점은 오죽 힘들면 이렇게 할까 싶어서 소송까지는 하지 않지만, 명색이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은 종합 예술이다. 소중한 지적 재산권을 훔쳐가는 행위는 그 브랜드의 가맹점주의 소중한 자산을 강탈하는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주)8푸드 강민서 대표ⓒ사진 황윤선 기자

영속하는 한류로 가려면
(주)8푸드는 새롭게 해석한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자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 대표는 “‘진출’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외국에서 한식을 팔긴 하지만 한국 사람보다 더 많은 현지인이 매장에서 일하고, 고객도 대부분 현지인이라면 ‘파트너십’이 더 좋은 표현이라고 본다”며 “대신에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식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분별없는 현지화는 당장 매출을 높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독창성을 잃는 선택이다. (주)8푸드의 해외점포는 간판에 한글을 더 크게 쓰고, 인사도 한국말로 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한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제대로 된 연구와 표준화가 필요하다.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듯 정부와 대학이 연계된 프랜차이즈 밸리를 구축하자. 그렇지 않고서 어설픈 한식 홍보 마케팅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8푸드가 한류가 품격을 확보하는데 한 부분을 담당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이 말도 안 되는 음식을 먹고 가는 바람에 재방문율이 낮다고 한다. 이래갖곤 한류의 미래가 없다. 제대로 된 한류전문음식점을 보여줄 각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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