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김밥의 효시
상태바
품격 김밥의 효시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07.22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김가네 김용만 회장
▲ (주)김가네 김용만 회장 ⓒ사진 황윤선 기자

Break Time  품격이 빚어낸 김용만 회장의 말말말

“프랜차이즈는 교육사업이다.”표준화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가맹점이 성공한다며.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스케줄 관리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
앉아서 답을 구하지 말고, 직접 현장에 나가 사실에 토대를 두어 업무를 해결한다며.


<김가네>는 21년간 프리미엄 김밥을 고집한 장수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했고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가네>만의 품격은 최고의 김밥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장인정신에서 나온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김가네>는 해외시장에서도 현지화를 하지 않고 본연의 콘셉트를 고집한다. 현지화를 하면 당분간 매출이 오를 수 있지만, 국적 불명의 음식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한식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김밥에 품격을 더하다
김용만 회장이 1994년에 <김가네> 첫 점포를 열기 전까지 대부분의 김밥집은 주방에서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고 팔았다. 김밥의 종류도 많지 않았고 빤한 재료로 속을 채웠다. 김밥은 호주머니가 가벼울 때 간편하게 한 끼 때우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였다.
김 회장은 “김밥만큼 대중에게 친숙한 음식도 없다. 온 국민이 즐기는 메뉴임에도 하찮게 취급하는 것이 아쉬웠다. 기존 김밥에 품격을 더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김가네>는 과감하게 주방시설을 출입구 쪽에 배치했다.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오픈 주방에서 주문 즉시 김밥을 만들어내는 혁명적인 변화였다. 김밥을 직접 만드는 모습이 고객에게 호기심을 불렀고 위생적인 환경을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줄 수 있었다. 김밥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가 가게 앞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고객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도 참치, 치즈, 쇠고기, 매콤하게 볶은 멸치와 고추 등 재료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김밥을 맛볼 기대감에 즐거워했다. 그냥 단순한 음식에 불과했던 ‘김밥’이 길게는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렸다 먹어야 하는 ‘명물’로 새롭게 탄생된 순간이었다.

스포츠정신으로 위기 극복
<김가네>의 품격은 축구선수였던 김 회장의 스포츠정신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는 축구를 하다가 부상을 입는 불운을 겪어서 갑작스럽게 사회로 나오게 됐다. 김 회장은 “사회의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지식이나 기술은 없었다. 단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전하는 스포츠정신이 있었을 뿐이다”며 “축구는 품격이 필요한 운동이다. 영국 축구가 실력은 세계 정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영국리그가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은 품격의 차이 덕분이다. 품격에서 나오는 소프트파워, 즉 무형의 자산이 다른 리그보다 월등하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를 하면서 얻은 경험이 외식업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품격있는 하나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겨울 정도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요리기술이라는 기본이 갖춰지면 그 다음은 품격이다. 다양한 선택권을 가진 고객이 최종적으로 <김가네>를 찾도록 하려면 음식의 질을 넘어서는 브랜드 완결성이 필요하다”며 “특히 축구는 유기적인 움직임에 의해 완성되는 ‘팀 스포츠’이므로 개인의 기술보다 전체 구성원의 철학이 중요하다.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팀과 리그의 품격을 높이는 철학이다. 나는 이것을 품격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가네>의 최대 위기는 저가형 김밥집의 공세였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른바 ‘천원김밥’이 맹위를 떨쳤다. 그때 <김가네>까지 저가 흐름에 뛰어들었다면 지금쯤 국내 김밥 프랜차이즈 시장은 공멸하고 없을지도 모른다. 당시 프리미엄 김밥을 고집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 브랜드만 값이 비싸다고 하니 사실 고민이 깊었습니다. 결론은 똑같이 가면 성공하기 어렵다였습니다. <김가네>만의 맛과 품질을 지키면, 반드시 고객도 인정하고 알아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브랜드 품격을 더 높이고자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요. 요즘 프리미엄 김밥집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김가네>의 아성을 위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품격은 하루아침에 갖추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정성 담은 음식이 보약
실제로 <김가네>만의 시스템은 경쟁업체가 금방 따라 하기가 어렵다. 사업 초기부터 30여 가지의 식가공품을 직접 생산한 <김가네>는 업계 최고의 물류시스템으로 정확하고 신속한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항상 신선하고 품질 좋은 원료를 사용해 최상의 맛을 구현하므로 다른 프리미엄 김밥이 감히 흉내를 못 낸다. 또, 가맹점 관리 시스템도 뛰어나 영업, 슈퍼바이저, 교육을 각각 맡은 3명의 직원이 한 조로 움직이면서 가맹점의 매출 향상과 운영 편의를 돕는다.
김 회장은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가맹점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스포츠에서도 최고를 지키는 ‘수성’이 가장 어렵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지쳐서 초심을 지키기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초심을 버리는 행위는 고객을 속이는 기만행위”라며 “정확한 양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외식업은 솔직함이 핵심가치이자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김가네>의 품격 경영은 요즘 해외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04년 중국 베이징에 왕징점을 연 이후 10호점인 태동점까지 확장했다. 기존 중국 음식과 달리 깨끗하고 안전하며 건강에 좋은 김밥에 현지인들이 열광하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아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음식과 건강을 연계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밥을 비롯한 한식은 웰빙시대에 적합한 음식”이라며 “한식에는 ‘정(精)’이라는 정서적인 요인이 중요하다. 발효식품만 봐도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나. 정이 없는 한식은 그 품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