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진정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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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진정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가?
  • 창업&프랜차이즈
  • 승인 2015.03.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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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손해를 보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이건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 손해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늘 그렇듯 이득을 보는 쪽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 쪽이 생기기 마련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활용한 아주 흔한 실험이 있다. 10만 원을 떨어져있는 두 사람에게 나눠주려고 한다. 한쪽에게 준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상대방에게 주게 되고, 이 금액은 서로가 동의를 해야만 지급된다. 이 실험의 결과는 당신이 알다시피 뻔하다. 둘다 단돈 1만 원이라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내가 3만 원을 가지고 상대방이 7만 원을 가지게 되는 경우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3만 원도 나에게는 생기는 것인데도 상대가 더 가진다는 그 사실이 내가 손해를 보았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보통 득실을 따지는데 절대적이지 않은 상대적인 기준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왜 뜬금없이 이런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했냐하면, 인간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심리는 거의 본능과 다름없고 이 기준은 대개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 심리를 거꾸로 이용하는 것이 우리를 항상 호구로 만드는 금융회사들의 영악한 마케팅이다.
광고를 하나 보자. 100세 보장 암보험을 홈쇼핑에서 판매를 한다. 보험료도 저렴하지만 무엇보다 만기에 낸 돈 100%를 환급해 준다고 엄청나게 강조를 한다. 만기 때까지 보장도 받고 만기가 되면 낸 돈 그대로 다 돌려받을 수 있으니 절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식이다. 그리고 보통 만기환급형이 순수보장형에 비해서 비싼 편이긴 하다. 하지만 만기환급이라는 장치로 돈을 더 내는 것을 충분히 감수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고 그를 강조해서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30세인 가입자가 납입기간을 20년이라 가정하고 보험료가 5만 원이었다면, 이 사람은 총 1200만 원을 납입한 셈이고 보험가입 70년 후에 1200만 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지금부터 70년 후에 1200만 원이 지금 1200만 원과 같은 값어치인가? 감을 잡기 쉽게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부터 약 50년 전인 60년대 중반의 서울 가구당 월 평균 생활비가 2만5000원이었다. 계산은 당신이 직접 해 보기 바란다.

저축성보험을 가입한 지 6~7년 정도 지났다. 담당 설계사라는 사람이 그동안 연락도 없다가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지금 마침 해지환급금이 100%가 되었으니 지금 이 돈을 찾고 새로 저축을 하나 또 시작하면 어떻냐고 유혹을 한다. 이렇게 글로 보면 참 우스운 상황일 수 있으나 실제로 전화가 이렇게 오면 해지하고 새로 가입해도 난 손해보는 일은 없는 듯하게 여겨지곤 한다. 7년 동안 열심히 납입해서 원금이 되었다면,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상품인가? 말은 된다.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목적자금을 만들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보험회사의 저축성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원래 설계되었던 상품의 구조를 무시하고 비교적 단기간에 이득을 보려는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서 계약을 창출시키도록 하면서 원금 100%를 강조하는 것은 아주 고전적인 보험사의 꼼수 마케팅이다. 사실 마케팅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고 상스러운 술수다. 그래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계속 이어오는 것이다.
당신은 항상 손해만 보고 있던 것이다. 내가 머리를 두 번 굴리면 상대는 일곱 번은 굴리는 세상이다. 밥먹고 그런 궁리만 해내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자, 이제 생각을 조금 뒤집어서 해보자. 내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머리를 굴리느라 애를 쓰지 말고, 상대가 이득을 덜 가지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 
만기환급형 대신 순수보장형으로 선택을 해서 만기가 되었을 때 돌려받는 금액은 없더라도 보험사로 들어가는 돈을 줄여보자. 70년 후의 절대가치 1200만 원이 너무나 아까워서 잠도 못자겠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난 보장은 충분히 받는다. 보험사는 돈을 덜 받아갈 것이고, 난 그만큼 덜 낸 돈으로 하다못해 매월 한 번씩 깜짝 간식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깜짝 선물을 할 수도 있다.

오래 납입한 저축성보험의 해지환급금이 100%가 되었다면, 이제야 보험사에서 내 돈을 떼어가는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럼 그때부터 납입하는 돈은 이전보다는 더 많이 내가 생각했던 저축의 개념으로 굴러가게 될 것이다(수익이 기똥차게 나서 비교적 이른 시일에 해지환급율 100%에 도달한 케이스는 제외하고). 보험사는 수수료도 덜 떼면서 더 커진 돈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 아닌 부담이 생기게 된다.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닌 이상, 절대적으로 손해라는 것을 안 보면서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손해를 덜 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상대가 이득을 덜 보는 방향으로 생각의 전환을 하게되면 스트레스도 덜 받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기자인 지인이 해 준 말이 있다. 어떤 기사에서 팩트를 유추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 기사로 인해서 이득을 보는 쪽을 생각해보면 그 기사의 팩트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 권유하는 쪽에서 왜 그렇게 그 상품의 장점을 강조하는지를 생각해 보라. 그러면 정말 나에게 조금 더 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도 결국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원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 원천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강경완 메트라이프생명 FSR은 국민대학교 마케팅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언론사를 통해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으며, 금융교육 전문기업 이패스코리아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mail koolnjo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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