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최저임금 논쟁
상태바
반복되는 최저임금 논쟁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3.08.17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임금·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를 주장하고, 기업은 고용 감소와 자영·소상공인의 피해를 주장한다. 팽팽히 맞서는 논쟁 속에서 최저임금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삶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최저임금 9,860원 확정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9,620원보다 240원 (2.5%) 오른 금액이다. 월 환산액으로는 (209시간 기준) 206만 74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4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의결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가 제시한 최종안인 1만 원과 9,860원을 놓고 투표한 결과 사용자 안 9,860원이 17표, 노동자 안 1만 원이 8표, 기권이 1표로 최종적으로 사용자 안이 채택됐다. 

최저임금 사상 첫 1만 원 돌파라는 관심 속에서 노동계의 염원인 1만 원에는 못 미치는 결론이 났다. 막판까지도 자정을 넘겨 차수가 변경되고, 정회와 속개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오전 6시가 되어서야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됐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심의에 걸린 기간이 110일로 역대 가장 오래 걸린 연도로 기록됐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을 비교해보면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이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프랜차이즈업계 반응
(사)한국외식업중앙회는 최저임금 결정에 ‟정부가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힘든 시기에 있는지 현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며,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주장했다. 

(사)한국외식업중앙회는 이미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며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한 바 있다. 특히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지급 능력과 미만율 등 경영지표가 다름에도 단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OECD 국가 중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30개국으로, 이 중 19개 국가에서 연령·지역·업종 등 여러 형태로 구분 적용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회 공동대표는 ‟올해 전기요금만 20만~30만 원씩 더 나가고, 안 내던 배달 수수료까지 추가로 나가는 돈이 많아졌는데 여기에 인건비까지 매달 몇십만 원씩 부담해야 하니 점주들은 살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최저임금이 9,860원이라고 하지만, 주휴수당 포함하면 1만 1,800원이고, 4대 보험까지 내주면 1만 2,900원이라 사실상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연 지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계 공동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발표 후 근무 시간을 늘리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겠다는 점주들이 많다”며 ‟작년 대비 매출은 계속 떨어지는데 지출은 늘어나니 아르바이트생이 점주보다 월급을 더 많이 가져간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 측은 ‟편의점을 포함한 소상공인들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내수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고금리로 3중고를 겪으면서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미 지급 능력이 없어진 편의점 업종 등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도 2년 연속으로 부결시켰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지급 능력을 더욱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편의점들은 폐업하거나 야간 무인화와 고용 축소를 통한 인건비를 줄여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일자리 감소와 편의점주 등의 장시간 근로에 따른 문제 등 사회적·경제적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어 이에 따른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노동계 반응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 시급을 9,860원으로 결정하면서 노동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노동계 역시 올해 물가 상승 전망치(3.5%)보다 낮은 최저임금 인상(2.5%)에 당황한 모습이다. 급여가 최저임금과 연계된 노동자가 최대 335만 명으로 추정되는 현실에서, 이들 저임금 취약 노동자가 실질임금 감소를 겪을 거란 우려가 크다. 

최저임금 결정에 참고하는 한국통계학회의 ‘비혼 단신 노동자(혼자 사는 무주택 임금노동자) 실태 생계비’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근로자 생계비는 241만 원. 최저 생계비로 241만 원이 필요하다는 뜻이지만, 올해 최저임금(월 201만 원)이나 내년 최저임금(월 206만 원)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 원 이상 인상을 요구했던 배경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역시 성명서를 내고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퇴진 없이는 노동자는 기본적인 삶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앞으로의 대정부 투쟁 강화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을vs을의 갈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를 넘은 1999년에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1,525원이었고, 2만 달러를 넘게 된 2010년에도 4,110원에 불과했다. 노동자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00년까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가 2016년에야 50.3%까지 올라왔다.

그 결과 전체 노동자 중 4명 중 1명꼴이 저임금노동자들이었다. 이렇듯 최저임금의 인상은 저임금노동자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정치적 협의였다. 그 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이 정책으로 실행되었지만 문제는 경제적 취약계층인 영세자영업자와 저임금노동자와의 을과 을의 갈등이 야기됐다.  

통계청이 지난 2월에 발표한 ‘2021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를 보면 자영업자 등 개인기업체의 월평균 소득은 196만 원이었다. 당시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월급이 182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약간 웃돈 수치다. 특히 직장인의 근로소득과 격차도 심했다.

조직 형태별 소득을 보면 회사법인이 월평균 375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정부·비법인단체(338만 원), 회사이외법인(334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법인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소득 격차가 월 179만 원까지 벌어진 셈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낮은 소득이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우리 경제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일수록 임금 근로자의 비율이 높다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지면 노동시장이 경직된 우리 경제에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지역· 업종별 차등화 갈등
최저임금 논쟁의 해법으로 떠오른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올해도 불발됐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업종별 차등적용’과 ‘지역별 차등적용’으로 나뉜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 최저임금법상으로도 적용이 가능하지만, 지역별 차등적용은 법적 근거가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싱크탱크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인 9,620원으로 설정하고 전체 산업에 일괄 적용하면 GDP(국내총생산)는 0.12% 감소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0.6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차등적용 땐 GDP는 0.06% 감소하고 물가지수는 0.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음식점과 숙박업 등 대부분 서비스업이고, 보통 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로하는 분야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성별 임금 격차가 큰 나라인 만큼 오히려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종별뿐 아니라 지역별 차등화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지역 간 격차가 심해 지역별 차등 임금은 지역을 아예 없애겠다는 이야기라는 주장이 팽팽히 논의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