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파동, 근본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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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파동, 근본 해결책은?
  • 지유리 기자
  • 승인 2017.09.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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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유럽에서 시작된 달걀파동은 우리나라의 축산계를 뒤흔들었다. 이에 정부의 늑장대응과 오락가락 혼선을 빚은 결과 발표는 국민들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정부는 살충제 달걀이 인체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은 채 근본적인 안전 대책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살충제 달걀 파동의 전말
지난달 1일, 네덜란드와 벨기에 당국이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일부 달걀에서 검출됐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사안의 중대함을 알렸다.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은 EU 15개 회원국뿐만 아니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홍콩에서도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입된 달걀이 발견되면서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가 실시됐다. 그리고 검사 도중 경기도 남양주시와 광주시 농가에서 각각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8월 15일부터 모든 농가의 달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3000마리 이상의 산란계를 키우는 농가에 대한 전수검사에 들어갔다. 

국내 달걀에서 발견된 살충제 성분 중 피프로닐은 동물의 벼룩과 진드기 등을 잡는 데 쓰이는 살충제로 다량 섭취하면 간, 신장, 갑상선에 이상을 일으켜 식용 동물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또한 비펜트린은 진드기 퇴치용 농약으로 사용 자체가 금지돼 있지는 않지만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이다. 살충제가 검출되면서 대형마트의 달걀 판매는 전격 중단됐고, 정부의 전수조사는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그 결과 추가로 발견된 농장은 점차 늘어났고 전국 6개 농장에서 살충제 달걀이 검출됐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안전성
지난 8월 24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과 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 주최로 ‘달걀 살충제 파동 바로 읽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1일에 발표한 ‘살충제 달걀의 인체위해성 평가’에 대한 각계 반응을 정리하기 위해 열린 자리였다.

오창환 세명대학교 한방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이날 “국내에서 ‘피프로닐’이 달걀 1㎏당 최대 0.0763㎎가 검출된 데 반해, EU 17개국에선 최대 1.2㎎이 검출됐다”며 “EU가 우리나라보다 16배 정도 많았다”고 전했다. 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19kg 체중을 가진 3~6세 어린이 기준으로 하루에 달걀을 4개를 섭취해도 급성 독성 증상이 생길 가능성은 11% 정도로 산출된다.” 또한 분유나 이유식에 사용되는 달걀에 대해서도 “가공식품에 쓰는 달걀은 깨서 난황이나 난백을 섞어서 쓴다. 하나가 높은 수치의 살충제가 검출된다 하더라도 대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줄어 들 수 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최경철 충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5종의 살충제가 체내로 흡입됐다 해도 (소·대변으로) 90% 정도가 대부분 7일 이내 배출되므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 모두 “달걀에서 검출된 살충제에 의한 급성 독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불똥 튄 프랜차이즈 업계 
달걀파동으로 외식업계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김밥과 냉면, 베이커리 등에서 달걀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경북 지역 산란계 농장 두 곳에서 맹독성 살충제인 DDT가 달걀에 이어 닭에서 발견됐다. 더 큰 문제는 도계장의 경우 출하한 일부 농장 닭만 샘플링해 살충제 성분 검사를 해 닭고기 농약 검사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DDT 성분이 검출된 농장 두 곳에서 출하한 닭들이 중간유통업체를 거쳐 시장이나 음식점에 공급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란계와 달리 육계의 경우 사육기간이 30일로 짧아 진드기 발생 확률이 낮고, 30~35일 만에 도축을 하기 때문에 사육 주기가 짧아 살충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불신은 일파만파 퍼져 치킨 주문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살충제 달걀 파문이 불거진 지난 15일 이후 약 일주일간 치킨 영업점들의 매출이 15~20%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AI, 치킨가격 인상, 브라질 닭고기 파동, 치킨프랜차이즈의 갑질, 성희롱 사건 등 유난히 수난을 겪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살충제 파문은 더욱 뼈아픈 사태가 되고 있다.

 

 

농피아, 전문성의 유착관계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이 더욱 큰 충격을 준 것은 대부분의 오염이 친환경과 동물복지 달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정부와 민간이 운영하는 인증제도의 파행 운영은 국민들의 공분을 낳았다. 사용이 허가된 살충제의 종류와 잔류허용 기준을 정해놓은 법과 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특히 농식품부가 살충제 관리를 방치했다고 하니 갈수록 태산 격이다. 특히 1973년에 사용이 금지된 DDT가 친환경 산란계에서 검출된 것은 과히 충격적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양계장에서는 어떠한 유기합성 살충제도 살포할 수 없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주면서도 안전하고 신선한 달걀을 소비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사태로 농피아(농식품부 퇴직 공무원 + 마피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살충제 달걀 농장의 상당수가 농식품부 산하 농관원 출신이 퇴직한 이후 재취업한 민간업체로부터 인증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농피아에 장악된 인증업체들의 부실관리가 있었고 농관원과 민간 인증업체간의 유착관계가 결국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해석이다.

 

먹거리 사태, 근본 해결책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면서 축산계의 복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최소한 닭들이 스스로 진드기와 싸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 또한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를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생산성 위주의 축산환경이 직면한 문제라고 해석했다. 낮은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 달걀 시장의 환경 속에서 쾌적한 사육환경과 동물복지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환경과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동물복지 차원에서의 정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한 안전문제에 대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매번 반복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의 모습을 이제는 확실하게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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