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죽> ‘갑질’ 사태, 프랜차이즈 업계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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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죽> ‘갑질’ 사태, 프랜차이즈 업계에 악영향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5.05.18 08: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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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 논리 부각돼 논란 키워…<본죽>측, “일부 가맹점이 무리한 요구해”
▲ ⓒ사진 박세웅 팀장

<본죽>의 ‘갑질’ 논란이 뜨겁다.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상생을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질 논란은 잊을만 하면 불거지곤 한다. <본죽>의 갑질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번 사태가 <본죽>의 설립자인 김철호 대표 부부의 비리 혐의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갑질 논란이 가맹본부가 너무하다는 식의 윤리적 비난에 그쳤다면, <본죽>의 갑질은 대표부터가 형사적 처벌이 가능한 위법행위 혐의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김 대표와 <본죽>이 다른 어떤 프랜차이즈 브랜드보다도 상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여론이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본죽> 김철호 대표 부부를 둘러싼 의혹
<본죽>만큼 기업의 대표가 상생을 강조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별로 없다. 김 대표 부부부터가 소자본 창업주였고, 조그만 죽 가게 하나로 시작해 국내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로 키운 성공 스토리가 감동을 줬다. <본죽>에는 「꿈꾸는 죽장수」라는 김 대표 부부의 책을 보고서 가맹계약을 했다는 가맹점주들이 많다. <본죽>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서도 김 대표 부부가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상생의 철학을 보고 입사지원을 했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주) 내부에서는, 대외적인 이미지와 달리 속에서는 아픈 부위가 많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창업공신으로 대우받던 임원이 김 대표 부부의 부정을 내부고발하며 퇴사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협력업체를 운영하던 업자가 김 대표 부부의 잘못을 폭로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본아이에프(주)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고, 일부는 <본죽>의 갑질을 막겠다며 경쟁업체를 돕기도 했다.

계속되던 김 대표 부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한껏 힘을 얻은 계기는 한 지상파 방송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관련 의혹이 보도되면서부터다. 의혹의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김 대표 부부와 함께 일했거나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직접 증언한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가맹점주들 또한 “<본죽>의 갑질은 김 대표 부부의 뜻이다. 가맹본부 직원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 대표 부부가 창업 초기의 정신을 잃었기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며 책임 있는 모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철호 대표 부부, 초심을 잃었나
현재 김 대표 부부가 받고 있는 많은 비판 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살펴보면, 먼저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들 수 있다. 김 대표는 협력업체가 자신의 개인 통장에 장기간 큰돈을 입금하게 했다. 협력업체가 <본죽>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 금액의 2%에 해당하는 돈이었고 이는 <본죽> 측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본죽> 가맹본부는 김 대표가 벌이는 봉사활동에 협력업체 관계자가 동참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본죽> 가맹본부협의회는 정황상 김 대표가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고, 정말로 순수한 기부행위였다면 어째서 돈을 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지를 지적했다. 만약 이 돈이 봉사활동에 전액 쓰이지 않았다면, 가맹점주들에게 부당하게 비용이 전가된 셈이다. 또, 김 대표는 회사의 수익을 가로챘으므로 형사적인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상표권 및 기술이전료 역시 김 대표 부부들 둘러싼 대표적인 의혹 중 하나다. 김 대표 부부는 개인등록을 했던 상표를 회사로 이전한다며 돈을 받았다. 또, 조리기술 등의 소유권을 회사로 이전한다며 역시 돈을 받았다. 총 금액이 <본죽> 가맹본부가 인정한 것만 해도 수백억 원에 달한다. 가맹점주를 위해서 가맹본부를 튼실하게 꾸려가겠다던 김 대표 부부의 발언에 비추어볼 때, 호의적인 여론의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김 대표 부부의 행위는 윤리적인 비판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법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다. <본죽> 가맹본부가 김 대표 부부에게 지불한 금액이 과연 적절했는지 법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본죽> 가맹본부는 당연히 제대로 평가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누가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서 상표 및 영업기술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지적재산권을 평가하는 주체와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감정평가사가 하는 경우도 있고 변리사가 하는 경우도 있고 분야를 나눠서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의 평가액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털어놨다.

계속 증폭되는 <본죽>의 ‘갑질’ 논란
갑질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의 원인을 갑질 논란으로 설명했다. 어느 날 작은 도시국가 에피담노스의 민주정파가 코르키라와 코린트에 가서 과두정파를 물리칠 구원병을 요청한다. 하지만 코르키라는 “신의 세계(자연)에서 약자가 강자에게 제압당하는 일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라며 거절했다. 반대로 코린트는 “인간의 세계(문명)에서 강자라는 이유로 약자를 짓밟는 것은, 막아야 하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파병을 결정한다. 이후 그리스 세계는 갑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둘로 나뉘어 대립하게 된다.

이처럼 <본죽> 사태가 단순한 갑질 논란을 넘어서 커다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원인은, 갑질의 현실을 체념하면서도 몹시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대립하는 까닭이다. 어떻게 보면 ‘상생이 옳다’며 브랜드 포지셔닝을 했던 김철호 대표 부부가 경영하는 기업이 이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니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도 당연한 자업자득이다.

<본죽>의 한 가맹점주는 “가맹본부 말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강자가 약자를 함부로 해도 된다고 치부하자. 하지만 김 대표 부부가 상생을 실천하겠다고 가맹점주들에게 한 말은 무엇이었나. <본죽>만은 가맹점주를 끝가지 배려하겠다는 말은 다 기만이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갑질, 어디까지 참아야 하나
<본죽> 가맹점주협의회가 지적하는 가맹본부의 갑질 중에서 권리금 문제를 한 번 살펴보자. 이 문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권리금은 성문법적인 규정은 없지만 관습법으로는 분명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죽>의 가맹점주는 <본죽>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돈을 벌었고,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서 각종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벌었다. 즉 <본죽> 브랜드의 업력과 가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함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중요한 자산인, 매장을 찾는 단골손님들에 대한 권리가 일정 부분 자신들에게 있고, 따라서 발생하는 권리금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가맹본부가 가맹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해지하리라는 전망이 뚜렷하다면, 즉 사업권을 잃게 된다면 이 권리금의 가치는 급락하고 만다. 10년을 가맹본부와 함께한 가맹점주들에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가맹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가맹점주는 커다란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본죽>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한 가맹점의 경우 기존 매장보다 더 면적이 넓어야 하는 카페 전환을 요구받으면서 1층에서 2층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러면 같은 건물에서 층만 이동해 죽을 파는 까닭에 기존 자리의 권리금을 받을 수가 없다. 반면, 새로 들어가는 자리는 권리금이 있어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결국 <본죽> 가맹본부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가맹점주는 부인 친구의 이름으로 다른 죽 브랜드와 계약했다. 그러자 <본죽> 가맹본부는 실질적인 운영주체가 같다며 경업금지 조항을 들어 새 매장의 영업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냈다.

위의 이야기는 가맹점주협의회의 주장으로 100%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전체적인 맥락을 통해 가맹본부의 태도가 상생과는 거리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본죽> 사태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 중 하나인 갑질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갑질을 어찌할 수 없다는 시각과 함께 이제는 막아야 한다는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좀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점점 더 확대될 전망이다. 고대 그리스 세계가 갑질 논란으로 전쟁까지 치렀을 때, 다른 도시국가의 어려움을 도우러 나선 군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야만의 질서가 당연한가. 그렇다면 사람이 짐승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자세한 내용은  월간<창업&프랜차이즈> 5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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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2015-05-15 20:10:16
정말 하고 싶었던 말 다 써주셧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기자님~
본죽 회장 부부의 초심 회복을 진심으로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민호 2015-05-15 19:52:12
참으로 명쾌하고 정곡을 찌른 기사입니다.
이는 본죽 뿐만 아니라 모든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이나 어떤 프랜차이즈 업체도 10년이 되었다고
가맹점주들을 거리로 내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본죽 본사야말로 독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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