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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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강하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3.0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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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감> 마포점 임미숙 점주

임미숙 점주는 <진대감> 마포점을 운영하면서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고객들에게 고기를 구워내면서도 ‘덕분에 제 아이가 유치원비를 냈습니다~’, ‘학원에 등록했습니다~’라며 감사를 전한다. 임 점주의 진심과 넉살에 즐거워진 고객들은 그를 친구처럼, 가족처럼 대한다. 돈과 함께 얻은 소중한 인연에 그는 늘 감사한다.

진대감  마포점 임미숙  점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진대감 마포점 임미숙 점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식당에 밥이나 먹으러 갔지 고기 손질 한번 해본 적 없고, 고기를 구워 남의 밥그릇에 올려본 적 없던 그는 진대감을 운영하면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떼어놓고 온 아이 생각에, 고객에게 하대받고 서러워서, 동료에게 방해될까봐 미안해서 눈물 마를 날 없던 시절이 언제였을까. 그는 이제 요식업 문외한에서 ‘점포 운영의 귀재’로 거듭났다.  

 

신용불량자가 얻은 기회 
“사기를 당해서 빚에 생활고까지 겪던 상황에서 둘째까지 태어났습니다. 아이를 키우자면 돈이 있어야죠. 일을 해야 빚을 해결하는데, 신용불량자는 일도 할 수 없었어요. 영화사에서 프로듀서로 만났던 박문희 대표님을 찾아가 ‘가게 좀 내달라’라며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갓 출산한 산모에다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한번 해본 적 없는 임미숙 점주에게 무턱대고 가게를 내줄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몇 달 동안 눈물로 사정하는 모습에 박 대표는 조건을 걸고 승낙했다. 지점에서 일하는 걸 보고 점주가 인정하면 창업을 도와주겠단 것이었다.

1차 관문은 뚫었지만, 실전은 또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다. 고객의 바지에 국물을 흘리고, 컵을 깨며, 굼뜬 움직임 때문에 다른 직원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뭔가 팔아야 한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있을까요. 먼저 말을 건네는 것도 어려운데 그 앞에서 고기까지 구워내자니 정신이 없었죠.

한번은 일반 직장인으로 보이지 않는 덩치 좋은 남자 고객들이 왔는데, 손을 벌벌 떨면서 고기 굽는 모습이 안쓰러웠나 봐요. 여기 ATM 기계 어디요 하고 묻더니 현금을 찾아와서 팁을 주시는 겁니다. 난생 처음 받는 팁이라서 아직까지 기억합니다. 하하.”

 

진대감  마포점 임미숙  점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진대감 마포점 임미숙 점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진심은 통한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은 고기를 굽는 집게를 쥐고 있었습니다. 이름 대신 이모, 저기요 로만 불렸고 몸에서는 365일 고기냄새가 나게 되었죠. 또 짖궂은 고객들에게 시달릴 때는 ‘내가 왜 여기 있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떠올리며 초심을 다잡았다.

2015년 해경이 해체되면서 해경인 남편의  앞날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가정을 책임질 가장이 될 사람은 임미숙 점주 뿐이었다. 무엇보다 두 아이 엄마로 못할 게 없었다. 박 대표 역시 임 점주의 눈빛을 보고 준비가 됐다고 판단해 <진대감> 마포점 운영을 맡겼다.

‘고객에게 진심을 다하라’란 조언과 함께. 고객에게 진실되게 하면 매출은 따라온다는 조언에 힘입은 임 점주는 성심껏 고객을 맞이하며 ‘최고의 미식 경험’을 하고 가도록 최선을 다했다. 

상견례 자리에서 긴장해 있는 예비 신부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에게는  막걸리 한 잔 씩 돌리며 식전주라고도 얘기했다. 어린이 고객이 방문했을 때 킥보드, 유모차 발렛파킹은 기본으로, 매년 어린이날에는 <진대감> 마포점 방문을 집안 전통으로 아는 어린이 고객들도 많다. ‘고객은 언제나 환영 받으셔야할 분’이란 임 점주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고기 냄새 나는 엄마가 좋아
‘고깃집 여자 사장님’으로서 힘든 점에 대해 임 점주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답했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일 때문에 아이들을 떼어놓아야 하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식당에 온 아기 고객들을 보면 ‘우리 아이는 엄마없이 저녁 먹고 있는데’라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 아이들이 ‘엄마한테서 고기 냄새 나. 그런데 좋아’라고 말해줄 때, 학교 가서 ‘우리 엄마 고깃집 한다’라며 자랑할 때, 고맙고 또 뿌듯하다.

여성으로서 고깃집 운영하면서 힘든 건 많지만, 그 모든 것들이 임미숙 점주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됐다. 덕분에 마포점을 전 지점 1위로 만들면서 강남권만 진출해있던 <진대감>에게 ‘강북 시대’를 열게 한 일등 공신이 됐다.

본사 총괄 업무까지 겸하면서 2023년 본사의 계획이 임 점주 자신의 목표가 됐다. “올해는 <진대감>, <시람사는고깃집김일도>를 비롯해 <순정한우>, <새돌집> 가맹사업을 시작하고, 생선구이 전문점 <박선장> 론칭을 앞두고 있습니다. 육류 전문이었는데 생선구이 전문 브랜드를 내게 돼서 무척 떨리는 마음입니다. 사업이 잘 되어 가족에게 더욱 당당한 엄마이자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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