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보다 백년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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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보다 백년가게
  • 김민정 부장
  • 승인 2020.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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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특집Ⅰ백년가게에서 배우다 : <동신면가> 박영수·김문자 대표

강동 송파 일대에서는 냉면을 먹으러 시내까지 가지 않는다. <동신면가>가 있어서다. <장군의 아들>로 유명한 홍성유 작가도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칭찬한 <동신면가>. 부모님의 뒤를 잇겠다는 의지로 굴지의 대기업을 나온 박영수 대표는 이제 아들에게 3대째 자리를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선대인 아버지는 평안북도 정주, 어머니는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이었다.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이모의 권유로 동두천에 자리잡고 국수 장사를 시작한 때가 1964년, 무려 56년을 이어온 것이다.

동신면가  박영수·김문자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동신면가 박영수·김문자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3대를 잇다
“평안도에서는 냉면을 국수라고 불렀다고 들었습니다. 평소엔 동치미국물에 겨울엔 꿩을 잡아서 고기국물에, 면을 말아서 냈어요. 냉면은 조리과정이 너무나 섬세해서 만들 때마다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동치미 만으로는 냉면 국물 맛을 내기 어렵습니다.

산도가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달라지니 먹을 때마다 맛도 만족도도 달라질 수 있어요. 대부분의 냉면집이 고기육수로 바뀐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박영수 대표는 동치미국물과 고기육수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지금의 평안냉면을 완성했다. 직접 제분한 메밀로 만들어 내 은은한 메밀향이 나는 면과 동치미국물과 고기국물을 배합한 국물이 만나니 기가 막히다. 오래 연구하고 많이 먹어본 박 대표는 냉면을 비롯해 음식 맛이 달라지진 않는지 수시로 살펴본다.

한식은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분야다. 특히 동치미국물에 메밀면을 말아서 낸 평양냉면은 맛을 제대로 내기 어려워서 전문으로 다루는 식당이 많지 않다. <동신면가>는 이 어려운 평안냉면을 표준화하여 직원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아내 김문자 대표가 어머니가 알려주는 대로 따르면서 레시피로 정리했다. “아내가 종갓집 딸이라 음식을 잘 할 줄 알았는데 정작 음식하는 사람은 며느리라고 해요, 하하. 시집와서 음식을 배웠는데 아무것도 모르니까 제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그게 오히려 56년 동안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 됐습니다.”

동신면가 ⓒ 사진 이현석 팀장
동신면가 ⓒ 사진 이현석 팀장

 

국가 공인이라는 자부심 
냉면은 표준화도 어렵지만 고객 입맛도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므로 전문 식당으로만 끌고 가긴 어려웠다. 더구나 매년 8월 15일만 지나면 희한할 정도로 냉면을 찾는 고객이 확 줄어들었다. 따뜻한 음식도 해야겠다는 판단으로 떡갈비와 만두를 시작했다. 한동안 <동신떡갈비>라는 상호명으로 유명세를 탈 정도로 떡갈비는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다. 여름엔 냉면과 떡갈비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반반 세트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 

냉면 외에 고기 메뉴도 넣어보자는 박 대표의 제안에 선친은 ‘백정질까지 하려는 거냐’라며 역정을 내셨다. 양반 가문에 건축 전문가여서 음식장사에 대해 잘 몰랐던 선친을 이어 2대 사장이 된 박 대표는 아예 정육점을 인수해 고기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 고기 유통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직접 우시장에 가서 소를 고를 정도였다. 요즘 유행인 ‘소고기 오마카세’는 박 대표가 원조격이다. 

반백년이 넘은 내력에 맛과 서비스로 미식가들에게 이름 높았던 <동신면가>는 ‘백년가게’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면서 국가 공인이 된 셈이다. 소상공인대출, 매스컴 홍보 등의 혜택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 ‘백년가게’로 선정되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박 대표는 미슐랭가이드 별 받는 것보다 ‘백년가게’ 타이틀이 더욱 기분 좋다고 얘기했다.

동신면가 ⓒ 사진 이현석 팀장
동신면가 ⓒ 사진 이현석 팀장

 

맛보다 중요한 것 
박영수 대표는 신한대 외식산업 CEO과정 주임 교수로 강의를 맡고 있기도 하다. 성공 창업에 대해 열심히 강의하면서도 상암동에서 고깃집을 하는 아들에게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말 백 마디 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냉면 만드는 법을 익히는 등 아들은 대를 이을만한 소양이 보여 흡족스럽다. 박 대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아들이 더 뛰어나다’라며 자랑이다. 

음식 장사는 ‘경영 매뉴얼+맛’이라고 하는 박 대표는 10명 중 6명만 만족해도 성공이라고 얘기했다. <동신면가>도 옛날 방식만 고집하지 않았다. 여름 한철 장사였던 냉면에 떡갈비와 만두, 숯불구이, 갈비탕 등을 추가하면서 사계절 운영이 가능해졌다. 오래 전에는 여름이 오면 냉면집에 대한 단속이 특히 심했다. 단속원들이 큰 스피커를 차 지붕에 얹고 다니면서 냉면집 간판만 보이면 경고 사이렌을 울렸다.

콜레라나 장티푸스가 번질 때도 있는 등 굴곡이 심한 냉면 장사를 하느라 박영수 대표는 등록금 걱정을 하고 살았다고. 코로나 19로 한동안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은 것도 롤러코스터 같은 냉면 장사에 단련된 덕분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 19 이후 닥칠 경제 위기와 바뀔 외식 트렌드에 대비해 집에서도 맛을 재현할 수 있는 밀키트를 열심히 개발 중이다.

동신면가 ⓒ 사진 이현석 팀장
동신면가 ⓒ 사진 이현석 팀장

 

01. 백년가게의 자랑

1. 직접 면을 뽑고 육수를 제조하는 평양냉면
2. 남녀노소 불호 없는 떡갈비와 만두
3. 대를 이어 찾아오는 고객들 

02. 창업자에게 바란다

자영업자들도 노력해야 합니다. 포스만 봐도 안 팔리는 메뉴, 잘 팔리는 메뉴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데이터도 경영에 활용하면서 시장 흐름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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