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세월을 꼭꼭 이겨 먹으면
적어도 두발 버티고 선 자리는 볕이 든다는 희망 섞인 말에
비록 서투르지만 곧이곧대로 옮겼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희로애락이 첩첩이 쌓이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인생은 첫머리보다 끄트머리가 중하다고 늘 웅얼거리던 어른이 보고 싶다
믿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그 말이 그때는 왜 그렇게 끌렸던지
한해 두해 가다 보면 어느새 10년은 훌쩍 지나간다는
연륜의 흔적이 켜켜이 묻어 있는 말에 더 감동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존재할텐데 간단없이 다가오는
일상의 천둥 번개들을 속으로 삼키고픈 위안이지 싶다
땅 위의 모든 미물들을 다 쓸어버릴 듯한 세찬 비바람과
집채를 집어삼킬 것 같은 광풍보다 더 힘든 건
짧은 만남과 긴 이별로 사라지는 어설픈 인연의 생체기다
10년의 광채도 중요하지만 미려한 존재가 주는
실망이 어쩌면 더 피로하지 않았을까
웅숭깊은 잡지 하나 만들어 볼까 하고 얕잡듯이 덤벼들었는데
한겨울 비어있는 어깨 위를 언제 그랬냐는 듯
사정없이 할퀴고 지나가는 얇은 문창 사이의 칼바람처럼
그러려니 아니려니 반복하며 햇수가 첩첩이 쌓여간다
아! 12월을 깨어 문다
이제 오늘 같지 않은 내일을 다시 그리련다
붓 길이 가지 않은 하얀 도화지 위에 그들을 환히 비출 수 있는
분홍색 등대 하나를 그려 넣고 싶다
또다시 10년의 세월을 맞이하려면
두 손에 붓을 꼭 쥐고 희망과 열락과 기쁨을 색칠하리니
충분히 잘 해왔고 정말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만하다고 토닥대지만
왜 받아들이는 게 그렇게 어색한 것일까
그저께는 후회하고 어저께는 미안하고 오늘은 한숨 쉬는 게 반복되어서일까
완벽은 대충을 넘고 인내는 무딤을 경계하고
최고는 늘 긴장해야 매력적으로 오래 남는다
잡지도 그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주홍글씨처럼
나의 그림자에 새겨져 있음을 본다
월간 창업&프랜차이즈 잡지가 2016년 12월을 맞아 발행 10주년을 맞이했다.
우리가 독자 여러분들한테 듣고 싶은 한마디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잡지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하고 묻는 말에 망설임 없이
“아! 그 잡지 볼게 많았었지” “안 보이면 보고 싶은 내 애인 같은 잡지였지”하는 대답이다.
다시 시작이다.
이전의 10년처럼 또 다른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또렷한 사실은 10년 전에도 경제는 어려웠고 지금도 비슷하다. 무엇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한다. 오롯이 월간 창업&프랜차이즈 잡지를 아끼고 채찍질해 주는 독자 여러분이 있기에 가능했다.
감사하다는 말 대신 올바른 잡지로 거듭나겠다는 말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