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야커피>가 비싸지면, 그래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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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커피>가 비싸지면, 그래도 갈까?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6.05.16 17:11
  • 조회수 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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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측, “가격인상 계획 아직 없어”

양적 성장 조만간 한계 온다

중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가 고급화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점포 수로 국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지금 속도로 확장을 계속하면 수년 내에 출점할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점포당 매출을 올리는 고급화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디야커피>는 올해 2000호점 돌파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한국에서 356개를 출점해 현재 1800개점을 넘어섰다. 가맹본부 매출은 1162억원으로 전년보다 47.9% 늘었다. 영업이익은 130억원으로 66.7% 증가했다. 올해는 매일 하나씩 출점한다는 뜻으로 365개 매장을 더 늘릴 계획이다. 매출은 17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놀라운 확장속도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성장기에 쑥쑥 자랐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크고 나면 성장속도가 떨어진다. 마치 고성장하던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지는 상황과 비슷하다.

무섭게 성장하던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거칠게 뭉뚱그려 표현하면 성장의 엔진이 식어버리기 때문이다. 저개발국일 때는 낮은 인건비로 중저가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고, 문화적 정체성이 덜 갖춰져 있어도 고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진국이 되고 나면 기존 선진국과 후발 개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버려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디야커피>의 경우, 업체 측은 앞으로도 고성장을 할 수 있다는 계획을 내놨다. 문창기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0년까지 가맹 3000호점과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일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현실적으로 가맹점 3000개를 넘기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까지 가맹점 3000개를 넘어선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파리바게뜨>가 유일하다.

단일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가맹점 3000개를 넘기기 어려운 이유 역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이 그 정도로 크지 않다. 커피보다 먼저 성숙기 단계에 접어든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경우 선도업체들은 가맹점 1000개를 넘기면 출점 속도가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맹점 1000개가 되면 전국적으로 어지간한 상권에는 해당 브랜드 점포가 들어선 상태이므로 기존 가맹점주들이 추가 출점을 반대한다.

가맹점 1200개와 500개를 각각 넘긴 죽 프랜차이즈, 빙수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죽과 빙수) 시장 자체는 계속 성장하고 있으므로 출점을 하려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존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서 신도시 같은 곳에만 새로운 가맹점을 내고 있다. 지금 있는 가맹점에서 객단가를 높여 점포당 매출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저가 커피의 매서운 공격

<이디야커피>가 고급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가성비’ 높은 중저가 커피가 무섭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방송인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빽다방>의 돌풍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 말고도 2012년에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해 올해 500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커피에반하다> 같은 숨은 강자가 많다. 게다가 <맥도날드> <던킨도너츠> <GS25> <CU> 등에서 파는 커피도 먹을 만 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이디야커피>는 출점속도 저하, 저가 커피의 공세 속에서 고급화를 안 할 수가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렇지만, 프리미엄 시장을 글로벌 ‘몬스터’ 스타벅스가 장악하고 있기에 이 또한 쉬운 길은 아니다.


위로는 ‘맹주’ 스타벅스가 부담

스타벅스는 2013년 기준 미국 본토에만 1만 1234개 점포가 있는 공룡기업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해마다 약진해 커피 소매시장에서 압도적인 브랜드 가치를 구축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매장 수는 850개. 매출액은 7739억원으로 전년보다 25.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71억 4100만원으로 전년대비 17.2% 늘었다. 2014년에 점포가 142개 늘었고 지난해에도 110개를 출점했다.

 

<이디야커피>도 양적인 성장에서는 스타벅스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100% 직영체제인 스타벅스는 <이디야커피>와 달리 점포 매출이 전체 매출에 포함된다. <이디야커피>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매출 5000억원을 넘겼다.

<이디야커피>와 스타벅스가 ‘쌍벽’을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주요 커피 브랜드는 부진했다. 커피빈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389억원으로 전년대비 5% 감소했다. 지난해 직영점 확장이 9개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68.3%나 급감했다. <카페베네>도 지난해 영업손실이 전년보다 4배가량 늘어난 114억원을 기록했다. <탐앤탐스>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2.6% 떨어졌다.


체급 올렸지만 운영체제는 ‘미흡’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디야커피>가 중원의 패자 자리를 놓고 스타벅스와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다. 몸을 잔뜩 불려 ‘하드파워’는 키웠지만 그에 걸맞은 ‘소프트파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디야커피는> 이른바 스타벅스 옆에 출점하기 전술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던 브랜드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맛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커피이기에 고객을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다.

<이디야커피>와 스타벅스의 네이버 트렌드. 

<이디야커피>가 스타벅스 못지 않다는 근거 자료로 내세우는 소비자 만족도 결과에서도 두 브랜드의 문화적 역량의 차이가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연매출 기준 상위 7개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이디야커피>는 종합만족도에서 스타벅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스타벅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그리 만족스럽지가 않다. 매장 접근성과 편리성, 가격적정성, 부가혜택, 매뉴정보 등에서 <이디야커피>는 스타벅스를 앞섰다. 반면,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직원의 서비스와 메뉴의 맛에서 스타벅스에 밀렸다. ‘진검승부’를 벌이기에는 아직 위험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가격 인상 없이 고급화?

그래서인지 <이디야커피>는 ‘비전 2020’를 통해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창기 회장은 “커피연구소 ‘이디야 커피랩’에서 스타벅스보다 뛰어난 브랜드 역량을 키우겠다”며 “저가 커피전문점은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서 지속 가능성이 없다.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면서 커피의 맛과 품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디야커피>는 그간 하지 않았던 일을 하기로 했다. 질 좋은 원두를 가맹점에 공급하고, 음료 외에 다양한 빵과 디저트를 도입한다. 객단가를 높여 점포당 매출을 올리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밖에, 서울 강남지역에 대규모 신사옥을 마련했고 각 분야의 최고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디야커피>가 빵과 디저트를 강화한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업체의 이러한 행보는 양적인 성장보다 고급화 전략을 준비할 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디야커피>는 아직 메뉴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시간 문제일뿐 <이디야커피>의 고급화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아메리카노 같은 기본 메뉴의 가격은 당분간 그대로 가더라도,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신메뉴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디야커피> 신사옥에 있는 연구개발 및 판매시설.


실질적인 가격 올린 스타벅스

스타벅스 역시 한국 시장에서 사실상 고급화 전략을 펴면서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2014년에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주요 메뉴가격이 200원 정도 올랐지만 상식적인 수준의 인상이었다. 그런데 점포당 매출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도 점포당 매출이 9억 1047원으로 2012년 8억 1963억보다 11% 늘었다. 기존보다 더 비싼 메뉴의 개발이 연이어 이뤄진 덕분이다.

 

스타벅스의 리저브 커피(6000원)는 일반 아메리카노(4100원)에 비해 2000원가량 비싸다. 2014년 3월 출시해 지난해 말까지 누적 판매량 53만잔을 돌파했다. 지난해 4월부터 전국 매장으로 확대 판매한 9종의 수제 탄산음료 ‘피지오’는 출시 6주만에 판매량이 100만 잔을 넘겼다. 아울러 샌드위치, 두부샐러드, 수프 등 식사대용식 메뉴도 확대했다.


<이디야커피>의 깊어지는 ‘고민’

주목할 점은, 스타벅스가 공격적인 고급화 전략을 추진해 매출도 점포도 늘어났지만 정작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것이다. 2005년 이후 영업이익률을 보면 2006년 12.8%, 2009년 8.28%, 2013년 6.7%, 지난해 6.1%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스타벅스의 이익률 감소는 고급화를 위해 지출한 비용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 뛰어난 입지, 더 깔끔한 인테리어, 더 유능한 인재, 더 비싼 재료에 적잖은 돈이 들어갔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매출원가 및 판매 및 관리비로 지출한 금액은 7268억원으로 전년 5769억원보다 26% 늘었다. 이를테면, 임차료가 1451억원으로 전년대비 20.5%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점포 수는 14.9%만 늘었고 이마저 기존보다 작은 매장이 많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이디야커피>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를 가늠해보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문창기 대표는 “우리가 어떤 경쟁전략을 세워야할지 직원들과 끝장토론을 하며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2006년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중국 말고 다른 여러 나라에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태국이 유력했으나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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