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_불황의 시대, 그래서 주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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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_불황의 시대, 그래서 주점이다
  • 조주연 기자
  • 승인 2015.01.2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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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점의 변천사는 경제 성장의 굴레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가건물인 길거리 포차와 노래와 유흥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가라오케의 전성시대부터 지금의 스몰비어 시장까지. 경제의 성쇠를 따라 주머니사정이 달라진 고객맞춤형 주점이 생겨나기도 했고 꾸준히 동네 호프집 형태의 주점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창간 기념호에서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창업시장의 큰 줄기도 변하는 것을 감지, 여전히 성공창업의 공식인 주점 창업에 대해 알아본다.

불황이 자연스런 시대. 활황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작금의 청년세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황에 익숙하다. 더불어 70~80년대 경제 성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던 기성세대에게도 유난히 가혹했던 2014년이었으리라. 그래서인지 유독 기성세대들은 파란만장했던 왕년의 역사를 술자리마다 퍼 나르며 젊은이들에게 교훈한다. 아마도 어른들은 활황기에만 있을법한 주옥같은 전설을 산더미처럼 갖고 있나보다.

이런 자리는 이맘때 어느 번화가 주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주점은 늘 이런 역할을 맡아왔다. 각 테이블마다 옹기종기모여 서로의 인생사를 허심탄회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술자리고, 연말이면 쌓아둔 이야기로 더 왁자지껄해지는 곳이 주점이다. 그래서 불황일수록 주점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비록 근심 가득한 얼굴일지라도 말이다.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며 지나버린 2014년은 한 잔의 술로 넘겨버리자. 희망을 품고 창업시장에 노크하는 예비창업자나 어려웠던 본사를 꾸려가며 상생을 기치로 달음질한 가맹사업본부 모두 성공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년에는 기대와 상식대로 불황일수록 더 강해지는 주점 브랜드들이 되어주길 바라며 창간 8주년 뜻 깊은 특집기사를 시작한다.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 주점 창업은 이자카야로 대표되는 선술집,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스몰비어와 한국 정통 호프를 잇고 있는 대형 펍들, 그리고 산업성장기부터 길모퉁이를 지켜왔었던 포차까지……. 이 네 가지 분야를 묶어 불황에 갈 곳을 잃은 고객들을 찾아오게 하는 그들만의 노하우와 창업의 이점 등을 짚어봤다.

부디 길고 어두운 터널 같은 근래의 창업시장에서 여기 모인 브랜드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주점 창업의 역사를 돌아보다

맥주와 소주, 서민을 이야기 하다
주점 창업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 술상에 늘 올라와 있던 술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지금은 ‘소맥’이니 ‘예거밤’이니 하면서 칵테일 종류도 많아졌지만, 원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맥주 아니면 소주, 것도 아니면 막걸리로 통하는 탁주가 대부분의 술이었다.

먼저 맥주는 인류가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전환해 농경생활을 하면서부터 만들어진 음료이다. 기원전 4000년경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이 현재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주)가 조선맥주(하이트맥주 전신), 기린맥주(주)가 소화기린맥주(오비맥주 전신)를 설립하면서부터였다. 1945년 광복과 함께 두 맥주회사는 미군정에 의해 관리되었고, 1951년 민간에 불하되었다. 1992년에는 진로쿠어스맥주(주)가 설립되면서 하이트맥주, OB맥주, 카스맥주 등 3개 회사에서 맥주를 양조했다. 이후 카스맥주가 OB맥주에 인수되었고, 현재는 하이트진로(주)와 OB맥주(주)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주는 어떨까? 외지에서 전래된 소주를 일명 아라키주(亞刺吉酒)라 불렀는데, 이는 증류주의 발생과 관련되는 것으로서 페르시아에서 처음 발단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동방으로 오게 된 연유는 몽골인이 페르시아의 이슬람교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증류방식에 의한 술을 함께 들여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증류주를 아랍어로 아라그(Arag)라 한 데서 몽골어로는 ‘아라키(亞刺吉)’라 하고 만주어로는 ‘알키’, 한국에서는 ‘아락주’라 하였다. 지금도 개성지방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 한다. 현재는 ‘안동소주’와 하이트진로 및 지방 소주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런 국민 술들은 애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렇게 산업기를 거치고 현재에 이르러서도 외모만 조금씩 변한 것뿐이지 처음의 그 맛은 잃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고려때부터 시작한 주점 문화
우리나라 주점에 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 비로소 나타난다. 고려 성종 2년(983년)에 송도에 처음으로 주점의 설치를 허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숙종 7년(1102년)부터는 서민이 주점을 처음으로 이용하게 됐다. 그 당시 개경에 좌우 주점을 두고 각 주와 현에 주점을 내었는데 이러한 관설주점은 당시 해동통보, 동국통보 같은 화폐를 유통시키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전해진다.

고려시대 이후 조선시대는 효종에 이르러 화폐의 유통이 활발해지고 숙박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주막이 등장하게 된다. 주막은 조선 후기에 장시가 번성하고 역참제도라는 교통제도가 발달함에 따라 더불어 번창하게 됐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여행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전국의 교통 요지마다 생겨났고, 말기에는 헌주가, 소주가, 병주가, 주막, 목로주점, 내외술집, 모주가, 색주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대로 발전했다.

산업기 거쳐 점점 대중속으로
일제시대에는 ‘나라베’라는 술집이 성행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굶주림에 서러웠던 서민들은 곡물로 빚던 술마저 금하게 되면서 그 서러움이 더했다. 하지만 일제는 조그만 선심을 베풀었다. 일명 ‘나라베(줄서기)’ 술집을 허락한 것이다. 오후 5시만 되면 문열 열던 나라베 술집은 술이 동나기 전에 먹으려는 사람들로 3시부터 줄을 섰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1930년대에는 멋쟁이들만 출입하던 ‘카페’가 등장했다. 담배연기와 술냄새가 재즈음악과 함께 ‘카페’을 가득채웠고, 당시 서울에는 ‘낙원’, ‘왕관’, ‘엔젤’ 등의 카페가 있었다. 이후 5·16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요정’이 성행하게 됐다. 한말 사양의 궁중에서 퇴출당한 궁녀만이 아니라 팔도에서 음식솜씨 좋다하여 선상된 숙수들도 요정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유명한 ‘명월관’은 일제의 강제병탐 후 궁에서 퇴출당한 안순환이 지금의 광화문 네거리 남동쪽 모서리에 차린 요정이다. 당시 풍토로썬 조선 요리집이란 나름의 벤처 기업인 셈이다.

70년대로 들어와 단연 최고의 요정은 ‘삼청각’이다. 이곳은 1972년 서울시 성북동에 대규모로 건축되어 남북 비밀 협상, 한일회담의 막후 협상장소로 이용하던 곳으로 유신시절 요정정치의 상징이었다. 이후 경영난으로 1999년 12월에 문을 닫았다.

도시민들의 포장마차와 학사주점, 나이트 클럽까지
해방이후 경제개발이 이루어지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포장마차. 50년대에는 청계천 주변으로 광목만 두르고 장사하던 것이 70년대 들어 요즘의 모습을 띄었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주점으로 인식돼 지금도 중년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들르기도 한다. 이후 본격적인 산업활성화가 이루어 지고 신문화가 들어오면서 80년대 3저시대를 맞아 가장 호황을 누린 것이 바로 맥주집이다. 7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서서히 군불을 지피다가 80년대 시대적인 요건으로 소비량이 확대됐다. 이후 비슷하게 성장한 것이 디스코텍과 고고장이다. 젊은 층이 주류를 이루다가 이후 기성세대로 타깃이 변하며 가격도 비싸졌다.

이후 90년대에 들어 X세대들의 록카페와 단란주점이 흥행하며, 음주문화의 격변기를 지내게 됐다. 개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이색적인 주점도 덩달아 발달했다. 게이바라던지 칵테일전문점이 그렇다.

현재는 고급화와 대중화 동시 발달
서민들의 애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어보인다. 그래서 발달한 게 포장마차고, 현재는 실내포차 형태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더불어 한 잔 가볍게 마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몰비어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된다. 대학가와 주거단지 근처에 많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겠다. 일본의 선술집 문화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고급스러운 음주형태로 변신한 게 이자카야다. 사케가 대중화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최근에는 사케 수입량이 늘어났으며, 익히 알고 있던 양주의 왕좌를 노린다는 조사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한국식 호프와 대형 주점들은 성행하고 있다.

- 이자카야
- 스몰비어
- 정통호프
- 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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