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점주의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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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점주의 인생 역전
  • 지유리 기자
  • 승인 2023.02.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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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인생 한 그릇 나왔습니다』
저자 임성주
덮밥 전문점 <림꼬또> 대표

임성주 작가는 생계형 자영업자다. 돈이 없어 시작한 장사였지만 단순히 장사치의 점주가 되기는 싫었다. 당장 내일 망하더라도 그는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의 열정과 노력으로 현재 그는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소상공인에게 작게 시작해 크게 키우는 자기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저자  임성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저자 임성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인생의 좌절을 경험하다
임성주 작가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소위 금수저로 통한 인물이었다. 건설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중소기업 회장의 자제였던 그는 어린 시절 부족함 없이 자랐다. 진로 역시 이미 정해져 있을 만큼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그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해 아버지의 회사는 부도가 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대보증을 섰던 그는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후 가장이 된 임 작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보수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뿐이었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던 임 작가가 선택한 일은 동대문 새벽 시장에서의 커피 배달 일이었다.

동대문 새벽시장은 임 작가에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알게 했고, 그에게 덮밥 메뉴를 구상하게 해줬다. 바쁘게 돌아가는 동대문 시장에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덮밥 메뉴가 있다면 상인들에게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임 작가의 삶은 퍽퍽했지만 동대문 새벽시장에서의 경험은 훗날 그에게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준 소중한 경험이 됐다.  

임 작가는 어린 시절 주방의 도우미 이모들 덕분에 항상 최고의 고급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여기에 그의 타고난 미각과 후각 덕분에 그는 한번 맛본 음식은 이미 머릿속에서 조리가 완성되곤 했다. 지인들을 위해 판매했던 간장게장 역시 소소한 생활비를 벌기 위한 일이었지만 한번 요리에 손을 대면 많은 이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지인들을 위한 메뉴는 외식업으로 판이 커져 그에게 첫 창업의 경험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에게 덮밥 전문점 점주라는 새로운 인생을 열게 해줬다.    

 

절박한 심정으로 도전하다
2015년 임 작가는 그의 첫 매장인 <림꼬또 임 비스트로>를 개점했다. 상호를 풀어쓰면 ‘임셰프가 요리하는 집’이란 뜻이다. 당시 송파구에 있는 유명 연어덮밥집을 벤치마킹한 임 작가는 소스를 직접 만들어 자신만의 연어덮밥, 스테이크덮밥, 매운 삼겹덮밥 등을 판매했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그 후 임 작가는 강남 지역과 판교, 지금의 매장까지 <림꼬또>라는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들을 틈틈이 블로그에 올렸고 이야기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그는 책을 통해 소자본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절박한 상황에 몰린 창업자와 예비창업자들에게 그는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 그가 지금까지 10여 개의 매장을 전수 창업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예비창업자는 은퇴자금을 쏟아부어 매장에서 사장 놀이 식의 창업을 꿈꾸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임 작가는 개인적으로 아버지의 실패를 보면서 실패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한 번에 무너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임 작가는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느린 걸음으로 한 단계 한 단계 걸어왔다. 손님이 오는 날은 즐거웠지만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은 불안했다. 일희일비하는 마음을 버리기까지 그 역시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온 만큼 세상을 보는 시야는 넓어졌다고 그는 말한다.  

임 작가는 자신이 쓴 글귀 중 ‘비 온 뒤 땅은 굳어져도 비는 다시 온다’라는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비가 오고 다시 질퍽대는 상황이 반복돼야 그나마 땅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저자  임성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저자 임성주 ⓒ 사진 이현석 팀장

 

창업은 계속된다
임 작가는 장사란 하나의 정교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기까지. 손님에게 다가가는 발걸음과 음식을 내놓는 손의 위치, 응대하는 멘트까지. 일의 순서, 동선 모두가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자세라고 그는 강조했다. 

“음식의 맛은 기본이고 장사를 하는 마인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희같이 작은 매장에서는 주방과 홀이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여야 운영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일의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임 작가는 과거 계속 넘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일은 물론 만나는 사람까지도 다 맞지 않는 사람들 일색이었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작은 성공의 열매를 무엇보다 행복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오피스 상권에서 주거상권으로 매장을 이주한 임 작가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 중이다. 자영업을 넘어 사업체를 꾸리는 것을 목표로 그동안 체득한 숙성 노하우와 냉장 상태의 육질을 그대로 보존하는 냉동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멸균 제품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한 메뉴 개발로 유통시장에 진출할 꿈을 가지고 있다. 

임 작가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는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제가 꾸는 꿈이 오늘 저를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면 설령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저는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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