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보다 더 보호받지 못하는 ‘가맹지사’…81% “물품 강매, 계약해지 통보”
상태바
가맹점보다 더 보호받지 못하는 ‘가맹지사’…81% “물품 강매, 계약해지 통보”
  • 정경인 기자
  • 승인 2021.11.22 2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 가맹지역본부 실태조사
사업구조상 가맹점까지 피해
[제공=경기도]
[제공=경기도]

경기도가 ‘2021년 가맹분야 가맹지역본부 실태조사’ 진행 결과를 18일 밝혔다.

가맹지역본부(이하 가맹지사)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곳이다. 각 지역에서 가맹점이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을 유지하도록 영업 활동의 교육과 지원 등을 수행한다.

문제는 가맹본부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대행하지만 가맹사업법 등 명확한 규정이 없어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에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가 7~10월 전국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등록된 교육서비스업과 세탁업 가맹지사 중 119곳(교과 33, 외국어 37, 세탁 49)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들 업종은 최근 본사와 가맹지사 간 분쟁이 발생한 업종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조사 결과 가맹지사의 80.7%가 가맹본부의 부당행위나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 보면 세탁이 95.9%에 달했다. 교과는 78.8%, 외국어는 62.2%였다.

즉,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가맹지사 10곳 중 8곳은 가맹본부로부터 물품 강매, 계약해지 통보 등 불공정 행위를 경험한 것이다. 이같은 불공정 행위는 구조상 가맹점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정작 가맹본부는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A 가맹지사는 가맹점 교육 시 가맹점에 교재를 판매하는데, 가맹본부로부터 5개월 동안 500부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A 가맹지사의 연간 최고 판매실적이 412부였기 때문에 통보는 사실상 계약 해지를 의미했다.

B 가맹지사는 가맹지사 운영과 상관없는 수천만원 상당의 기계 구매를 요구받았다. B 가맹지사는 재계약을 앞둔 상황이라 가맹본부의 강매에 응해야 했다.

가맹점은 투자금 회수 등을 위해 10년간 계약유지를 보장받고 있지만 가맹지사는 관련 규정이 없어 일방적 계약 해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가맹지사 47.1%가 가맹본부로부터 계약종료 언급(계약 해지, 갱신 거절, 사업 포기 등)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 대상 중 14건의 가맹지사 계약서를 분석했더니 그 중 10건은 갱신 없이 자동 종료되는 1년 계약이었다.

도는 해당 사항이 약관법 9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약관법 9조는 ‘존속기간을 단기 또는 장기로 규정해 고객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다.

또 ▲물품대금에 대한 손해배상 시 이자제한법 최고이자율보다 높게 책정 ▲계약기간이 1년임에도 설비 확충을 의무화하면서 이의제기를 원천 금지 ▲손해배상청구권 사전 포기를 규정하는 조항 등도 가맹지사에게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맹지사들은 본인이 ‘가맹지사’라는 걸 38.7%만 인식하고 있었다. 가맹지사가 가맹점처럼 창업 시 가맹금 명목의 금액을 가맹본부에 지급하다 보니 자신들을 가맹점, 대리점, 가맹본부 협력업체 등으로 잘못 알았다.

이렇다 보니 가맹지사는 불공정 피해를 당한 이후에야 비로소 본인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사 결과 가맹지사 약 80%는 본인들이 가맹사업법, 공정거래법, 대리점법 등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 관계자 간담회 등을 거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등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국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달리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중간관리자인 가맹지사 보호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다”면서 “가맹지역본부 보호 규정을 추가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건의, 약관법 위반사항 검토, 표준계약서 권고 등 경기도 차원의 조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