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창업, 함부로 시작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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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창업, 함부로 시작해도 될까?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11.1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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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1인 밀키트 창업…식품위생법·법률사항 무시

비대면 시대에 밀키트 창업은 조리할 필요가 없고 소규모, 무인매장으로도 창업할 수 있어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밀키트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생기고 있는 지금, 유행에 마냥 편승하는 것이 아닌 장단점을 확실히 알아보고 따져보고 시행착오를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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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밀키트 브랜드
요즘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창업박람회에서도 밀키트 업체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와 집쿡 문화가 확산되며 1인가구와 집콕족의 수요가 올라가고,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는 창업자들의 니즈가 맞물린 결과다.

창업자와 소비자 모두 편리하게 높은 만족도를 얻는다는 장점에 수요와 공급이 많아지면서 밀키트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00억원 규모로 2017년 100억원 규모에 비교해 3년 새 20배가량 성장했다. 나아가 2025년에는 7,000억 규모로 성장할 것을 예측했다.

프랜차이즈 컨설팅 전문기업 맥세스컨설팅 서민교 대표에 따르면 2021년 10월 초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밀키트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6개다. 1년도 안 돼 가맹점 200개가 넘는 브랜드도 종종 볼 수 있다. 밀키트 프랜차이즈 <담꾹>은 지난해 10월부터 1년 만에 가맹점 350개를 돌파했다. 짧은 기간 엄청난 인기로 가맹사업을 이루고 있는 <담꾹>은 점포에서 원팩 소스와 간단한 소분, 팩킹 진행 후 배달·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하며 편리함을 원하는 창업자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 ‘AI 딥러닝 자동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원격 매장 관리가 가능한 <팔도만찬>은 예비창업자들의 높은 관심에 올해 안에 100호점 돌파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팔도만찬> 또한 점주가 본사로부터 식재료를 공급받아 소분 포장하고 냉장고에 채워 넣기만 하면 돼 보다 편리하게 운영 가능하다. 이번 IFS 프랜차이즈 하반기 창업박람회에서도 밀키트 업체 수가 확연히 늘어나 다양한 업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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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그맨 윤형빈이 론칭한 <윤형빈의 하이키친> 부스에는 윤형빈이 직접 상담을 진행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윤형빈의 하이키친>은 기존 밀키트 전문점과 다르게 밀키트, HMR 외에도 반찬, 수산물, 육류, 건어물 등 다양한 상품을 파는 프리미엄 푸드마켓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외에도 <밀땅>, <원쉐프의 행복식탁>, <터치쿡> 등 밀키트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대거 참가해 밀키트에 대한 예비창업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최근 론칭 하자마자 주목받고 있는 모 밀키트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밀키트가 장점이 많아 예비창업자들에게 인기라고 말한다. “간편한 레시피와 뛰어난 맛, 가성비로 고객을 모으고, 1인 창업이 가능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보니 가맹계약 문의가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불을 다루지 않아도 돼 화재의 우려가 없고 공급 받은 물류를 손질해서 포장해 쇼케이스에 진열만 하면 업무가 끝나 최소한의 매장 방문 운영으로 최대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해외는 이미 밀키트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국내도 팬데믹를 겪으며 달라진 소비자들의 생활방식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시대 맞춤 비대면 사업에 밀키트 창업이 잘 맞아 전망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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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본사가 조심해야 할 것
밀키트 프랜차이즈 창업 열기가 뜨거운 만큼 밀키트 시장 전망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밀키트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문제는 없을까? 소비자에게도 창업자에게도 편리하다는 장점을 안겨주는 밀키트 창업에 있어 ‘식품소분·판매업등록’ 여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맥세스컨설팅에 따르면 밀키트 무인점포 창업의 경우 재포장금지법과 도소매업, 식품소분·판매업 등의 법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재포장 금지법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로 다시 감싸 포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관련 법률을 어길 시 과태료를 물게 된다.

수많은 밀키트 프랜차이즈들이 본사에서 점포로 식재료를 공급해 점주가 재료 손질 및 소분 포장 처리해 판매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밀키트 브랜드들 또한 식자재를 대량으로 공급받아 점포에서 소분 포장이 진행되는데 이 같은 행위는 식품소분·판매업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벌크로 본사에서 받아 임의대로 묶음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제조업체에서 원팩으로 점포에 보내 소분 및 재포장이 이뤄지지 않고 그대로 판매하면 문제 되지 않는다. 밀키트 프랜차이즈 본사는 식품소분·판매업등록이 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관련 법률을 숙지해 법적 문제가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또 지난 9월 입법예고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에 따르면 즉석판매제조·가공업체에서 만드는 신선편의식품, 간편조리세트가 자가품질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도시락, 김밥류, 햄버거류 등 즉석섭취식품과 순대와 같은 즉석조리식품만이 검사 대상이었다면 샐러드, 새싹채소 등 신선편의식품과 밀키트 등 간편조리세트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밀키트 제조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감독에 따라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본사는 식품 판매에 있어 위생법을 지켜야 하고 밀키트 온라인 판매 시에도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률사항을 숙지해 안전한 판매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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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수익성은 제대로 보장되나?
레드오션이 되어가는 밀키트 시장. 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점포에 비해 수익성은 매우 낮다고 토로한다. 현재 수많은 밀키트 전문점들이 일매출 30만원 수익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시작한 1인 소자본 창업에 본전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맥세스컨설팅 서민교 대표는 줄어드는 밀키트 전문점 매출에 대해 ‘답이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밀키트 전문점은 코로나19에 의한 비대면 판매 수요가 높아지며 유행한 것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게 돼 생긴 형태의 새로운 판매 플랫폼으로 볼 수 있는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고 코로나19가 점차 풀어지면 외식이 늘어나 고객이 10명에서 많게는 2~3명까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여전히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수요가 있긴 하겠지만 이전만큼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밀키트 전문점 평균 매출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가 풀리고 억눌렸던 외식 소비가 늘어나면 밀키트 전문점은 20~30%를 제외하곤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 대표는 밀키트 창업이 기존 가정간편식(HMR), 레스토랑 간편식(RMR) 시장이 있음에도 코로나 특수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기에 유행에 휩쓸려 밀키트 창업에 뛰어들고 있는 예비창업자들을 우려했다. 현재는 외식이 어렵고 홈쿡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났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외식 소비가 늘어나면 밀키트를 주식으로 소비하는 수요층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직장인 김 모씨는 밀키트를 애용하는 편이다. “브랜드마다 맛이 다르긴 한데 일단 편해서 종종 사 먹어요. 처음 나왔을 땐 신박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캠핑 갈 때만 한 번씩 사 먹었었는데 이제는 주변에 판매점이 많아져서 음식 만들기 귀찮을 때 종종 사 먹는 편이에요. 정량의 재료와 소스 덕에 음식물 쓰레기도 안 남고 따로 장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집에 있는 재료를 넣어 먹으면 하나의 요리가 완성되기도 해 빠르게 제대로 된 요리를 직접 만든 듯한 뿌듯함도 느껴져요. 하지만 버리게 되는 일회용 쓰레기가 너무 많아 불편한 마음에 구매를 망설이게 될 때가 있어 환경을 생각한 새로운 방도가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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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시장 회복 후 밀키트 시장을 대비하라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떠나갈 가능성이 있는 소비층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공급은 무한으로 늘어나고 수요가 빠져버릴 위험에 처한 밀키트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상도 있는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전광대(2021), 한성대학교 창업·프랜차이즈 전공 석사논문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자산의 지각된 가치가 확장 제품(HMR)의 태도 및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밀키트 전문점은 매장방문가치와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 구매는 매장과 품질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는 구매에 있어 참고사항일 뿐 매장과 상품 품질이 뛰어나면 브랜드 인지도는 구매 결정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상품 품질이 좋으면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본사는 무엇보다 상품 품질을 상승시키는 것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또한 전방기능을 활용해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한다. 전방기능을 무시한 매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맥세스컨설팅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2018년 5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코로나 전·후 업종별 방문고객들과 가맹점주 조사결과, 오프라인 점포는 지나가다 방문하는 고객이 가장 많다고 한다. 매장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점포 전면을 활용해 마케팅을 하고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고객이 지불한 비용만큼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100% 무인시스템으로 매장을 운영하면 절감되는 인건비만큼 매출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외식업은 맛을 판매하는 업종이며 맛의 만족도는 서비스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시대, 인건비를 낮추고 소자본 창업을 할 수 있는 밀키트 창업이 만연하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밀키트 프랜차이즈 브랜드마다 장점이 있고 노하우가 다르겠지만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급격히 커진 시장인 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렌드와 시장 상황에 편승해 무조건 뛰어들기보다는 창업과 프랜차이즈화에 앞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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