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나의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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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 나의 주식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10.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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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쿡> 홍제점 박가람 점주

박가람 점주는 오전에는 <이지쿡>을, 오후에는 공부방을, 저녁에는 남편과 함께 무인세탁소 점검을 하는 일과로 강철체력을 자랑한다. 한꺼번에 3가지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지만, 그는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 주식에 비트코인 열풍이 휩쓰는 시대라지만 성실근면한 납세자의 길이 가치관과 딱 맞는 선택이라서다.

이지쿡 홍제점 박가람 점주 ⓒ  사진 윤정원 기자
이지쿡 홍제점 박가람 점주 ⓒ 사진 윤정원 기자

 

<이지쿡>으로 생애 첫 창업을 하게 된 박가람 점주는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은행 문턱이 닳도록 다니면서 친분을 쌓게 됐고, 고객 응대하는 방법, 포장 등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 너무 많았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라면서 박가람 점주는 <이지쿡> 오픈과 함께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홍제역 상권은 내 것
‘몰라서 창업한 것’이라고 말하는 박가람 점주는 일반적인 창업 절차와 다른 순서로 진행했다. 매장 자리부터 일단 선점하고, 그후에 ㈜서래스터에 연락하여 가맹점 오픈을 진행한 것이다. 과감한 결단력에 가족들도 놀랐지만 박 점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밀키트라는 아이템에 무인 운영이라는 장점이 자연스럽게 <이지쿡>을 택하게 했다.

박 점주 자신도 바빠서 요리를 매끼 하지 못하니 채소를 늘 버리게 돼서 아까웠다. 밀키트는 자신같은 사람들이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해 창업아이템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대창전골, 큐브스테이크 같은 시그니처메뉴가 있는 밀키트 전문 브랜드는 <이지쿡> 뿐이었다.

‘하루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말에 덥석 시작했는데, 아직 초반이라 그보다는 더 걸린다고. 채소 써는 것도 예상보다 녹록지 않고, 진공포장도 기계 다루기가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금방 손에 익으면서 오픈한지 3주 만에 주말에 여유가 생겨 가족과 놀이공원도 다녀올 수 있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홍제역 근처에 추가 점포를 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이미 서있다.


업그레이드한 개미의 길
박 점주의 인생 목표는 ‘남들처럼’ 건물주였다. 그 전에 점포 하나를 갖고 운영해보자는 계획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오고 있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MZ세대의 최대 관심사라는 주식과 비트코인 열풍은 성실한 직장인이자 납세자인 박 점주 가족을 흔들었다. 어느날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 명품백을 갖고 나타난 친구들이 비트코인으로 대박났다는 얘기에 괴리감마저 들었다.
 

이지쿡 홍제점 박가람 점주 ⓒ  사진 윤정원 기자
이지쿡 홍제점 박가람 점주 ⓒ 사진 윤정원 기자

“20살 때부터 과외 등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일확천금은 생긴 적도 없고 바란 적도 없는데, 하루 사이에 부자 됐다는 사람들 얘기에 ‘난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데 비트코인으로 돈 버는 사람들은 그런 것도 없잖아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저렇게 갑자기 부를 얻으면 돈의 가치를 우습게 알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월급 외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던 박 점주는 본인의 가치와 다르지 않은 ‘창업’을 택했다. ‘개미의 길을 가되 업그레이드된 개미가 되겠다’라는 결심이었다. 실패해도 젊을 때 실패하는 게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온라인 건물주로 한걸음 더 
홍제역 상권은 오래 된 동네로, 주민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재래시장 이용자가 많은 홍제역 상권에서 주인없는 무인가게, 그것도 밀키트 판매 전문점이라고 하니 호기심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뭐하는 데냐’며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박 점주는 친절하게 하나하나 답해주며 궁금증을 풀어준다.

처음엔 뭘 이런 걸 사먹냐는 사람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도 환경 오염이 된다고 설득했고, 집에 있는 재료를 밀키트에 좀 더 넣으면 더 맛있게 된다고 안내했다. 설득과 안내라는 수고가 조금씩 매출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온라인 건물주’라는 말이 있어요. 블로그 등의 온라인 활동은 자고 있는 시간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죠.

무인점포의 장점도 점주가 집에서 자고 있을 때도 누군가 1개는 사간다는 겁니다. 주식과 비트코인을 해야 돈번다지만 저는 대신 창업을 택했어요. 일하는 만큼, 수고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으니 창업이 제 주식인 셈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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