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람 점주는 오전에는 <이지쿡>을, 오후에는 공부방을, 저녁에는 남편과 함께 무인세탁소 점검을 하는 일과로 강철체력을 자랑한다. 한꺼번에 3가지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지만, 그는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 주식에 비트코인 열풍이 휩쓰는 시대라지만 성실근면한 납세자의 길이 가치관과 딱 맞는 선택이라서다.

<이지쿡>으로 생애 첫 창업을 하게 된 박가람 점주는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은행 문턱이 닳도록 다니면서 친분을 쌓게 됐고, 고객 응대하는 방법, 포장 등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 너무 많았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라면서 박가람 점주는 <이지쿡> 오픈과 함께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홍제역 상권은 내 것
‘몰라서 창업한 것’이라고 말하는 박가람 점주는 일반적인 창업 절차와 다른 순서로 진행했다. 매장 자리부터 일단 선점하고, 그후에 ㈜서래스터에 연락하여 가맹점 오픈을 진행한 것이다. 과감한 결단력에 가족들도 놀랐지만 박 점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밀키트라는 아이템에 무인 운영이라는 장점이 자연스럽게 <이지쿡>을 택하게 했다.
박 점주 자신도 바빠서 요리를 매끼 하지 못하니 채소를 늘 버리게 돼서 아까웠다. 밀키트는 자신같은 사람들이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해 창업아이템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대창전골, 큐브스테이크 같은 시그니처메뉴가 있는 밀키트 전문 브랜드는 <이지쿡> 뿐이었다.
‘하루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말에 덥석 시작했는데, 아직 초반이라 그보다는 더 걸린다고. 채소 써는 것도 예상보다 녹록지 않고, 진공포장도 기계 다루기가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금방 손에 익으면서 오픈한지 3주 만에 주말에 여유가 생겨 가족과 놀이공원도 다녀올 수 있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홍제역 근처에 추가 점포를 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이미 서있다.
업그레이드한 개미의 길
박 점주의 인생 목표는 ‘남들처럼’ 건물주였다. 그 전에 점포 하나를 갖고 운영해보자는 계획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오고 있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MZ세대의 최대 관심사라는 주식과 비트코인 열풍은 성실한 직장인이자 납세자인 박 점주 가족을 흔들었다. 어느날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 명품백을 갖고 나타난 친구들이 비트코인으로 대박났다는 얘기에 괴리감마저 들었다.

“20살 때부터 과외 등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일확천금은 생긴 적도 없고 바란 적도 없는데, 하루 사이에 부자 됐다는 사람들 얘기에 ‘난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데 비트코인으로 돈 버는 사람들은 그런 것도 없잖아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저렇게 갑자기 부를 얻으면 돈의 가치를 우습게 알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월급 외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던 박 점주는 본인의 가치와 다르지 않은 ‘창업’을 택했다. ‘개미의 길을 가되 업그레이드된 개미가 되겠다’라는 결심이었다. 실패해도 젊을 때 실패하는 게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온라인 건물주로 한걸음 더
홍제역 상권은 오래 된 동네로, 주민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재래시장 이용자가 많은 홍제역 상권에서 주인없는 무인가게, 그것도 밀키트 판매 전문점이라고 하니 호기심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뭐하는 데냐’며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박 점주는 친절하게 하나하나 답해주며 궁금증을 풀어준다.
처음엔 뭘 이런 걸 사먹냐는 사람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도 환경 오염이 된다고 설득했고, 집에 있는 재료를 밀키트에 좀 더 넣으면 더 맛있게 된다고 안내했다. 설득과 안내라는 수고가 조금씩 매출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온라인 건물주’라는 말이 있어요. 블로그 등의 온라인 활동은 자고 있는 시간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죠.
무인점포의 장점도 점주가 집에서 자고 있을 때도 누군가 1개는 사간다는 겁니다. 주식과 비트코인을 해야 돈번다지만 저는 대신 창업을 택했어요. 일하는 만큼, 수고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으니 창업이 제 주식인 셈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