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에 과징금 약 33억 부과…“우월적 지위 남용, 대기업에도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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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에 과징금 약 33억 부과…“우월적 지위 남용, 대기업에도 갑질”
  • 정경인 기자
  • 승인 2021.08.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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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공정위 결정 불복 소송 진행
[이미지=쿠팡 홈페이지]
[이미지=쿠팡 홈페이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쿠팡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발표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의미가 크다. 우선, 온라인 유통업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쉽게 설명하면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유통업자의 ‘입김’이 그만큼 쎄졌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특히, 온라인 유통업자와 대기업 제조업체 중 온라인 유통업자가 더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공정위가 판단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쿠팡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과의 거래에서도 쿠팡이 ‘갑질’을 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납품업자가 자사몰에서 제품을 최저가에 판매하도록 압박했다.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쿠팡에 입점한 납품업자에게 G마켓, 11번가 등 다른 경쟁 온라인몰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게 했다. 만약 쿠팡에서 최저가로 판매하지 않으면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를 높이도록 요구했다.

이마저도 듣지 않으면 쿠팡에서 판매하는 납품업자의 상품을 제거하고, 이후 발주를 받지 않는 정책을 썼다. 공정위는 이 같은 방식으로 쿠팡이 그동안 총 101개 납품업자가 판매하던 360여개 제품을 지속 관리해왔다고 봤다.

참고로, 납품업자와 경쟁 온라인몰과의 거래 내용을 제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해 납품업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는 ‘경영간섭행위’로 공정거래법 제23조 위반이다.

쿠팡은 이 외에도 납품업자에게 광고비를 떠 넘기고, 판촉행사를 진행하면서 판촉비 전액을 전가하거나 기본 계약서상에 없던 판매장려금을 받았다.

하나씩 살펴보면 쿠팡은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베이비, 생필품 행사를 진행하면서 소비자에게 다운로드 쿠폰을 나눠줬다. 그런데 이 행사에 참여한 총 388개 납품업자에게 판촉행사에 사용된 할인비용 57억원을 전액 부담하게 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에 따라 납품업자들의 판매촉진비용 분담 비율은 100분의 50을 넘을 수 없다.

2017년 3월부터 2019년 7월까지는 총 128개 납품업자가 판매하던 397개 제품에 대해 총 213건의 광고를 구매하도록 요구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 의사에 반하는 광고를 하게 하는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제17조 제6호 위반이다.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는 직매입 거래를 하고 있는 총 330개 납품업자로부터 ‘성장 장려금’ 명목으로 약 104억원을 받았다.

보통 판매 장려금은 직매입 거래 과정에서 납품업자가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제품을 잘 팔아달라’며 건네는 돈이다. 하지만 대규모유통업법 제15조에 따라, 연간 거래 기본계약 내용으로 지급금과 횟수 등을 정해두지 않은 판매장려금은 받을 수 없다.

쿠팡은 이를 어기고 납품업자에게 연간 거래 기본계약에서 약속하지 않은 판매장려금을 받은 것이다.

쿠팡이 이 같은 ‘갑질’한 이유는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은 쿠팡이 2016년 시작한 것으로 경쟁 온라인몰이 같은 제품의 판매가격을 낮추면 자사몰에 오른 같은 제품의 판매가도 최저가에 맞춰 파는 정책이다. 해당 정책으로 발생한는 마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떠 넘긴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 약 70%가 모바일 앱으로 쇼핑할 정도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번 제재는 거래상 우월적 힘을 갖게 된 온라인 유통업자가 납품업자들에 판매 가격 인상 요구, 광고 강매를 하는 등 다수의 법 위반행위를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번 사건으로 온라인 유통업자가 대기업이나 인기 상품을 보유한 제조업체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 인정됐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향후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하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위반행위 적발 시 적극 제재할 계획이다.

반면, 쿠팡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쿠팡 측은 “과거 신생유통업체에 불과한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유감스럽다”며 행정소송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쿠팡은 “이번 사건은 재벌 대기업 제조업체가 쿠팡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며 “실제 국내 1위 생활용품 기업인 LG생활건강은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주요상품을 쿠팡에게 타유통업체 판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오 기간 공급해왔고 이에 대해 공급가 인하를 요청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기업 제조사들은 신유통 시장이 등장할 때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견제과 갈등을 반복해왔다”며 “일부 재벌 대기업 제조사의 가격 차별 행위가 사건의 본질이었음에도 쿠팡이 오히려 대기업 제조업체에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가 위반행위 대비 적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최대 규모인 70억원 수준을 예상한 것.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 자본잠식 상태여서 현실적인 부담능력이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과징금이 일부 조정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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