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의 미래
상태바
고깃집의 미래
  • 김태경 Ph.D
  • 승인 2021.08.06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랜드 식당

모처럼 ‘고깃집의 미래’라는 주제로 오프라인 강의를 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고깃집을 해서 돈 많이 번 식당들이 여럿 있으니 모두 그들처럼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지만, 내 강의의 요지는 고깃집의 미래는 그렇게 밝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희망과는 거리가 먼 한국 외식 시장
현재 고깃집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이름있는 브랜드 고깃집만 살아남는 힘든 시대가 됐다. 사람들은 지금 고깃집이 안되는 이유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원도 영업시간도 제한하니 당연히 손님이 없고 매출이 감소한다고 생각해 백신으로 집단 면역이 생기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 다들 보복적 소비가 생겨나 고깃집이 아주 잘 될 거라고 지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20년에 생겨난 모든 사회적 변화를 코로나가 원인인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는 내수 시장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며 적은 인구가 문제다. 늘지 않는 인구수에도 식당의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식당 운영이 망해도 다시 할 사업이 없으니 다시 어떤 형태로든 식당을 다시 연다. 한국 외식업 전체의 테이블 수, 식당 규모는 줄어도 식당 사업자 수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우리나라 외식산업도 일본의 외식산업처럼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할 거라 예상된다. 일본은 1997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다소 회복이 되어도 1997년 수준의 시장 규모를 회복하진 못했다. 일본의 이런 외식 시장의 축소는 단순히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소비가 둔화된 것이 아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가장 큰 문제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도 곧 외식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


고깃집의 어두운 미래
고깃집의 미래는 더 어둡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외식업의 최근 트렌드는 더 건강 지향성이 강화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알코올 기피 및 이탈이 확산돼 음료 주체의 업태가 쇠퇴하는 경향이 있다. 집에서 술 마시는 홈술, 혼술족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른 육식 민족이라 압축산업화시대에 유독 고깃집이 성업해서 지금도 고깃집이 외식산업에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불행한 건 고깃집은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는 음식점이 아니라 그저 좋은 고기만 구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낮은 파티 장소 대행업 같은 성격이 크다. 고깃집은 술집(음료 주체의 업태)이다. 차별화된 요리 솜씨가 필요한 식당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음식점이다. 아마 이런 진입장벽이 낮은 고깃집의 성업이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식당이 가장 많은 나라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에서 앞에서 이야기한 여러 이유 때문에 고깃집으로 성공하기가 어렵다.

 

고깃집 운영의 유의 사항
지금 새로운 고깃집을 시작하기에는 시대적 상황이 매우 불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고깃집을 하고 싶다면 이것들을 지켜라. 첫째, 점심에도 장사가 가능한 고기 밥집으로 콘셉트를 잡고 입지나 메뉴 구성을 점심식사가 메인이 될 수 있을 만큼 유념해서 준비해야 한다. 고깃집이 고기술집의 업태에서 벗어나야 산다.

둘째, 인바운드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하는 고깃집을 기획해 보자. 코로나 이전 2019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인바운드 관광객이 1,970만명이 넘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BTS, 영화 기생충, 배우 윤여정 등 많은 한류 문화를 보유한 나라다. 실내 식당 안 테이블 가운데 화로를 넣고 고기를 구워 먹는 독특한 고기 소비문화를 가진 나라다.

혹자는 이걸 일본에서 수입한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일본 음식학자들은 그들의 책에 분명 이건 한국에서 수입된 독특한 고기 소비문화라고 기술하고 있다. 지난 40~50년간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테이블 직화구이가 인바운드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한류 문화 체험이 된다. 

 

일두백미의 최고, 한우
거기에 한우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는 세계 최고의 소고기다. 다른 나라에서는 먹어 볼 수 없는 소고기다. 고려말 몽골 간섭기부터 맹렬 소고기 탐식의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는 인류 학자 마가렛 미드 박사가 이야기한 거처럼 세계에서 소고기를 가장 세부적으로 정형해서 먹은 민족이다.

일두백미(一頭百味), 소 한 마리에서 100가지 맛을 찾아낸 세계에서 가장 소고기 탐식의 역사가 긴 민족이다. 세계에서 소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영국인들도 소고기 탐식의 역사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다. 우리나라는 몽골 간섭기인 14세기부터였으니 우리나라의 금속활자가 서양보다 200년 앞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듯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소고기 탐식의 역사가 가장 긴 것 역시 우리 한우의 소중한 문화다.

그 결과 소고기는 가장 다양한 부위를 맛있게 먹는 우리만의 각종 요리법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불고기, 곰탕, 설렁탕, 육개장, 육회, 평양냉면, 머릿고기수육 등 수많은 우리의 소고기 요리가 인바운드 관광객에서는 놀라운 체험 상품이다. 코로나 이후 고깃집의 미래에 성공하고 싶다면 인바운드 관광객 수요에 대한 관심들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이제 한우, 한돈이 새로운 국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식품유통경제학교 겸임교수.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에서 학부과정과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롯데햄우유, 도드람양돈농협, TGIF 등 국내외 주요 육류생산과 가공, 그리고 외식업체에서 식육마케터로 활약해왔다. 국내 축산물이 처음 브랜딩 되기 직전 축산물 브랜드화의 필요성을 가지고 학위논문을 작성했고, 실제로 1세대와 2세대 돈육브랜드 론칭 과정에 참여하며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며 축산물 전문 마케터로 오랫동안 활약해 왔다.   e-mail pigresort@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