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시작하여 크게 키워라!
상태바
작게 시작하여 크게 키워라!
  • 박홍인 사무국장
  • 승인 2021.05.10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창업

자본주의의 ‘정당한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토종 점포들은 막다른 곳으로 내몰렸다. 소점포 자영업이 기대야 할 것은 지역 생태계다. 글로벌은 지역과 양립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미 소점포 중에는 지역 주민의 삶에 깊이 파고든 곳이 많다. 그들의 생존 확률은 지역 생태계에서 필수불가결한 일원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이미지 ⓒ www.iclickart.co.kr

 

소점포는 평범한 일상적 풍경을 구성하는 ‘흔한 업종’이기 때문에 점포는 주인장과 동네 주민이 어우러질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주인장은 자기만의 핵심기술로 운영해야 하고 부부 또는 가족의 힘을 보태면 금상첨화이다. 적은 투자금으로 창업하고, 엄청난 수익은 아니더라도 그것으로 먹고 살며 내 삶의 터전을 지켜갈 수 있으면 이상적인 창업이 된다.

임신한 여성에게 의사들이 종종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아이는 작게 낳아 크게 키워야 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작게 시작하라. 시작은 부담이 없어야 하며, 남은 돈이 있다면 예비비로 가지고 있는 것이 백번 낫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돈 쓸 때는 자주 찾아온다. 그러나 지역에서 작게 시작하여 마을 속으로 스며드는 게 장기적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늘 방해하는 요인들이 따라 다닌다.

“프랜차이즈요? 그거 할 수 있으면 좋지요. 근데 돈이 있나요? 인테리어비 내고 가맹비 내고 하려면 최소한 1억 이상은 들잖아요” 예비 여성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에 대하여 갖고있는 일반적인 생각 가운데 하나다. 이 말은 돈이 좀 있으면 프랜차이즈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오래가기 힘든 이유 가운데 하나에는, 초기에 과도하게 쏟아부은 창업투자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투자금 회수율 20% 미만의 도박
소점포 자영업 현장에서 만나는 위험한 현상 중 하나는 예비 여성창업자들의 창업투자금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비싼 임대료, 높은 인건비, 무리한 인테리어 욕심은 비용을 상승시킨다. 사회적으로 골칫거리인 주차문제도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된다. 주차공간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면 그게 다 돈이다.

우리는 과도한 선투자의 위험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예비 여성창업자들의 로망은 치열한 영업 경쟁을 하더라도 보다 좋은 상권에서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럭셔리한 인테리어 속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더 좋은 자리, 더 좋은 점포, 높은 권리금이 주는 검증된 시장, 럭셔리한 인테리어 등이 성공 경영의 필수 조건이며 경쟁 우위라고 절대적으로 믿는다.

하지만 창업자들을 늘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오히려 실패의 첫 단추가 된다. 아마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는 통계적인, 경험적인 사실이기도 하다. 소점포 자영업자의 80% 이상이 초기 시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가게를 운영하거나 끝내 문을 닫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비용을 만회한 창업가들은 거의 없다
예비 여성창업자들이 제출하는 사업계획서를 보면 평균적으로 창업 후 6개월 정도로 ‘정착기’를 잡는다. 보통의 경우 점포 계약은 2년이다.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더이상 추가 자금이 들지 않는 안정적인 영업 기간은 18개월 정도다. 만약 인테리어를 업체에 맡겨 2천만 원 정도 들였다고 하자.

그가 1차 계약기간인 2년 안에 투자원금을 찾으려면 그 장사로 먹고 살면서, 18개월 동안 따로 2천만 원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랬을 때 2년이 되면 그냥 본전 장사한 것이다. 물론 창업자가 정리하고 나갈 때 인테리어 비용을 다음 인수자에게 시설권리금으로 되찾을 확신이 있으면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테리어 비용은 매몰비용이다. 이미 내 통장에서 사라진 돈이란 뜻이다. 일단은 들어가면 포기해야 한다. 장사를 하면서 100% 회수한 사람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의 대부분이 상담기에는 권리금을 받아 인테리어 비용을 충당하면 된다고 자신하던 사람들이었다.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인테리어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들어가는 일이다.

적게 벌더라도 투자금을 낮춰 작게 시작하면 리스크는 그만큼 낮아진다. 적게 벌어도 된다. 물론 인테리어 비용을 적게 들였다면 상대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일은 많아진다. ‘부족한 럭셔리’만큼 육체적인 수고와 힘 혹은 아이디어로 보충해야 한다. 어쩌면 소점포 창업이란 돈과 수고 중 무엇을 투입할지 결정해야 하는 갈등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창업가 여러분의 계획에는 없는 ‘만의 하나’를 가정하고 접근하기를 권한다.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은 좋으나 실패의 가능성을 제로로 두고 출발하는 것만큼 냉정하지 못한 판단도 없다.

한 발 더 나가보자. 오래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한 자리에서 4년을 장사하고 다시 재계약하면 연수로 5년차에 든다. 이때가 되면 처음 창업할 때 설비했던 시설들이 낡기 시작해서 예상치 않던 비용이 발생한다. 재계약 두 번 했다고 매출이 올랐을까? 아마도 특별한 이슈가 아니라면 매출은 변동이 없을 것이다.

시설 투자금만이라도 건지려면 오래 하는 게 옳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돈 들어갈 일은 더욱 생겨난다. 그래서 초기의 부담스런 투자가 소점포의 단명을 재촉한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부디 작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박홍인 (사)한국여성창업교육협회 사무국장  현재 과천시 창업상권활성화센터 센터장, (사)뷰티산업능력개발협회 이사, (사)한국강사협회 명강사회원, (사)한국여성창업교육협회 사무국장, 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사업 멘토, (재)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인천ITP 멘토 및 운영위원,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청년창업 상생서포터즈 시장전문가로 있으면서 여성창업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예비창업자 및 창업인들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e-mail phi3d@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