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서비스 시장에 대한 사소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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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서비스 시장에 대한 사소한 분석
  • 장기석 전무
  • 승인 2021.04.0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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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한꺼번에 뒤바뀌는 시대적 변화는 사소하고 작은 여러 변화들이 모여서 서서히 진행된다. 지금 이순간에도 작은 변화들이 하나 둘씩 축적돼 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이슈는 변화의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어느 순간 대폭발 할지도 모른다.

오프라인 외식업계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2021년은 분명 변화의 대폭발 경보음을 울릴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확 뒤바뀌기 전에 오프라인 외식업계에 있었던 사소하고 작은 변화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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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사회학적 문제와 배달, 포장 음식의 대두
배달과 포장을 통한 음식소비는 해마다 증가해왔다. 그러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때문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누구는 모바일 시대 배달 어플의 꾸준한 성장에 따른 젊은층의 적극적인 소비가 견인했다고 한다. 또 누구는 1인 가구의 증가가 한 몫 했다고 한다.

다 맞는 말이지만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해본다면 사소한 변화라고 치부했던 중요한 부분도 있다. 가전제품 중 세탁기를 눈여겨 보자. 세탁기의 등장은 ‘빨래’라는 노동행위를 줄여줬다. 주체는 누구인가? 집에서 가사일을 도맡아 왔던 여성들이다. 여성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증가하자 가사 일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도구가 필요했다(학력과 상관없이 가계 경제의 문제로 40~50대 주부취업도 늘어났다).

그래서 세탁기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다. 최근엔 로봇 청소기가 등장할 정도다.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결혼·출산율은 줄어들었다. 인구도 줄고 도시 집중화 현상이 생겼으며 1인 가구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수보다 2인이상 가구수가 더 많다. 그런데, 앞서 말한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는 단순 가사일 뿐만 아니라 집에서의 식사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변화가 가져 온 여러 현상들 가운데 하나가 배달, 포장 음식소비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일하는 여성은 아름답다지만 퇴근 후까지 육아와 가사에 찌든 여성은 괴롭다. 혼자 사는 여성이라도 사먹는게 편하고, 어찌 생각해보면 직접 조리해 먹는 것 보다 기회비용 측면에서는 이득이다.

 

인건비 상승 문제와 원팩 밀키트 식재료, 키오스크의 대두
노동의 가치는 법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시장상황에 따른 융통성도 필요하다. 최근 국내 고용지표가 하락한 원인에는 인건비 상승도 한 몫했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은 행복한 삶을 영위할 노동자 삶의 가치를 최우선시 하고 있어 법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근무가 가능하다. 연장 근로시 임금은 할증된다. 코로나19는 고용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말았다.

취업이 어려워진 청년들은 알바라도 해야 하는데 알바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업장들 상황도 안 좋아졌다. 특히 외식업장의 사업자들은 가족들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물론 그 이전부터 생계형 창업을 한 사업자들 대부분은 가족 창업이다). 알바 채용도 부담스러운 것이다. 코로나19를 잠시 잊고 2년전, 3년전으로 돌아가보자. 장사가 잘되는 업장이라도 모든 업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사람관리다.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장사가 잘되는 업장도 일이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많으면 이직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다툼도 많고 덩달아 폐업율도 높아진다. 일단 일이라도 쉬어야 한다. 아무튼, 성수기나 불황기에도 외식업장에서의 일은 쉬워야 하고 갑자기 인력이 빠지더라도 바로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지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팩 식재료, 밀키트 식재료의 수요가 늘어났다. 옛날처럼 새벽시장에 나가 식재료를 싸게 구입하고 직접 정성스럽게 손질, 조리까지 한다면 노동의 강도는 그만큼 힘들어지고 그에 따르는 인력수급도 필요하다. 주방파트 일 뿐만이 아니다. 홀서비스에 있어서도 무인 판매,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이 나날이 정착되고 있다.

또 하나, 앞서 제기한 인구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때문에 음식서비스 시장에서 배달과 포장이 늘어난 것처럼 가정간편식, 가정용 밀키트 제품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 문제와 숍인숍, 공유주방의 대두
코로나19는 이태원, 강남, 홍대 등 이른바 빅3 유흥상권의 초토화를 야기했다. 특히, 이들 지역 외식업장들의 피해는 상상 초월이다. 일반인들은 직접 체감이 안될 뿐, 실제 피해를 입은 외식사업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손님이 줄어든 것은 어떻게든 버티어 보겠지만 매월 꼬박꼬박 내야하는 임대료는 감당할 수준을 넘어버렸다.

그래서 수십년 전통의 유명 맛집들도 폐업이 속출하고,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대형 업장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임대료 문제도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은 거주 위주의 부동산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선거와 지지율 때문이다.

외식업자 수는 거주민 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나 언론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상승 문제에 꾸준히 관심갖고 건물주를 압박해 보기도하지만 건물주의 세금부과로 해결하려는 상황 외에는 뚜렷한 정책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실질적, 장기적 지원은 없다고 봐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지원하는 재난지원금은 재난 상황이 종료되면 끝이다. 그러므로 외식업자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위에서 제기한 1번, 2번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차츰차츰 늘어나고 있는 것이 다브랜드 운영 매장(혹자는 스마트키친이라고도 부른다)의 등장이다. 단일종목으로 외식업장을 운영하기에는 또 언제 어떤 악재이슈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형 매장의 경우에는 시간대별 운영전략이 필요하며, 신규창업자는 임대료가 저렴하면서 배달전문점, 숍인숍 운영점포로 적합한 곳을 찾는 게 좋을 수 있다. 골목상권이라도 상관없다. 또한, 공유주방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니 초보창업자라면 주목할 만하다.

모바일 SNS시대에 소비자들은 꼭 유흥상권이나 찾기 쉬운 A급상권이 아니더라도, 배달전문 매장이라도 기꺼이 발품을 팔거나 손품을 팔아서라도 찾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A급상권, 유흥상권에서의 점포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 정말 프로급 사업자들의 맛집이거나, 기술집약형 패스트푸드 매장이거나,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매장 역할을 통해 고객 체험의 공간으로 변신해야 한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로 촉발된 오프라인 점포들의 변화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위에서 말한 변화의 흐름 3가지는 어떻게 해석하면 외식업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필자는 내식업에 몰두하는 전문가로써 외식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통해 대안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동시에 외식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형·소형 외식업장의 구분적 역할, 미래 음식서비스 시장의 트렌드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국내 내·외식업계가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단, 사소하고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말이다.

 

삼정코리아. 장기석 전무  현재 식품 &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삼정코리아의 사업전략 및 마케팅 총괄 전무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를 나와 프랜차이즈 분야 마케팅전문가로서 <망고식스>, <엔타스>, <룩옵티스>, <BBQ> 등을 거쳤다. 현재 삼정코리아에서 혁신적인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으며, 외식프랜차이즈 기업을 넘어서 푸드큐레이션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e-mail film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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