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마차>가 브랜드 식당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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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마차>가 브랜드 식당이었다면
  • 김태경 Ph.D
  • 승인 2020.12.1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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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식당

최근 고기 관련 외식 시장의 변화 중 주목해 봐야 할 메뉴중 하나가 돈가스다. 코로나 이후 공유형 식사에 대한 감염 위험이 높아지면서 일인 서비스인 돈가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저녁 술 장사를 하던 고깃집 사장님들이 돈가스 식당으로 전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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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만큼 다양한 포지셔닝으로 시장에 퍼져 있는 메뉴도 찾아보기 힘들다. 폭넓은 가격대와 다양한 형태의 돈가스 식당들이 치열한 경쟁중이다. 아니 어느 분식집에 가도 돈가스 메뉴가 있다. HMR 냉동제품으로도 각가지 돈가스들이 출시되어 있다. 돈가스 배달 업체도 너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돈까스클럽>, <홍익돈까스>, <101번지 남산돈가스>, <부엉이 돈까스>, <호천당>, <무공돈까스>, <유미당> 등 수많은 돈가스 브랜드들이 있지만 나를 가장 놀라게 한 브랜드는 망원시장의 <바삭마차> 였다. 

 

돈가스 GRAB N GO <바삭마차>
망원시장 일대가 한창 힙해지던 시절 망원시장 입구에 작은 GRAB N GO 돈가스 <바삭마차>의 인기는 SNS 상에서 매우 핫했다. 파인 다이닝에서 요리를 했던 세프가 망원시장에 작은 GRAB N GO 돈가스 매장을 운영한 것. 네온으로 만든 간판과 인테리어도 아주 힙한 분위기라 재래시장인 망원시장의 새로운 관심을 집중시켰다. 

돈가스 맛은 사실 각자의 기호라 그렇게 놀라운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의 맛을 유지하고 독특한 판매 방식으로 돈가스를 팔았다. 돈가스 한 장에 2,500원하는 돈가스에 대한 사람들의 가격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인기가 있고 성업을 하니 나름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는지 서울에 한 두곳 매장을 오픈하는 시점에서 유사한 콘셉트의 돈가스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빠르게 전국에 프랜차이즈 개점을 진행해서 별 자본없이 작은 가게 하나를 시작해서 사업을 키워가던 오너 세프에게 큰 좌절을 안겨 주었던 일이 있었다. 아마 2018년 경의 일이다.

아마 지금 유사 프랜차이즈가 생겨나지 않고 <바삭마차>가 초기에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으면 제법 인기 있는 브랜드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에 의해서 젊은 세프의 땀과 눈물이 좌절되는 걸 목도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바삭마차>는 아주 발상이 좋은 브랜드다. 기회만 좋았다면 <삼진어묵>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 

 

‘브랜드 식당’이 되고 싶다면 
외식업은 메뉴나 운영 방식에 대해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어느 식당에서 신메뉴를 개발해서 인기가 있으면 몇 달 후에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똑같은 메뉴를 만날 수 있다. 메뉴뿐 아니라 응암동 감자탕 골목이나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에 가보면 다들 원조 감자탕, 원조 부대찌개라고 간판에 걸려 있다.

아마 서로 자기가 원조 식당이라고 이야기 하는 건 과거에는 SNS나 정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여서 식당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니 그저 사람들이 응암동에 감자탕집이 맛있더라 이야기하고 의정부가 부대찌개가 맛있더라 이야기하니 그곳으로 몰려 들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조 논란이 거의 사라졌다. SNS 시대가 되니 TMI(Too Much Information) 과다한 정보들이 공유되는 시대라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지만 누가 누구의 노력을 응용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다만 브랜드 식당이 된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브랜드 식당이 된다는 건 사람들이 그 식당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통해 팬이 된다는 거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를 다른 식당에서 비슷하게 만들면 팬이 나서서 더욱 화를 내고 악소문을 낸다. 졸지에 아무 노력 없이 따라한 식당은 영원히 ME TOO 전략을 쓰는 약삭빠른 식당이 된다. 브랜드 식당이 되면 브랜드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를 사람들이 지켜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브랜드식당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메뉴다. 맛있는 식당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맛없는 식당은 성공할 수 없다. 지속가능한 식당이 되고 싶다면 맛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식당을 구성하는 마케팅 7P’S MIX가 있다. 이 7가지 식당 마케팅 믹스를 나누면 한 요소당 14%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제품력 즉 음식의 맛이 30%라면 다른 요소들보다 3배 이상 더 중요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식당에서의 핵심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맛’
<바삭마차>가 GRAB N GO라는 독특한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콘셉트뿐만 아니라 맛에서 일반 식당들이 따라 올 수 없는 시그니처 메뉴가 있었다면 쉽게 ME TOO 브랜드에게 시장을 내어 주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과 차별화된 메뉴를 가지는 것이 브랜드 식당이 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맛의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다른 식당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잘 기획된 SNS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 방문하는 식당들이 잘 되었지만 그 시장은 코로나 이후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외식업의 양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추세다. 즉 잘 되는 식당은 더 잘 되고 안 되는 식당은 폐점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잘 되는 식당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맛있고 친절하고 깨끗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성비와 가심비가 다 만족스러워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막 생기는 식당이다. 안 되는 식당은 그저 그런 맛에 비싸다는 생각이 들고 식당 점주가 프로답지 않은 식당이다. 잘되는 식당이 더욱 발전하면 브랜드 식당이 된다. 최근 들어 외식업의 가장 큰 변화는 잘되는 몇몇 식당은 더 잘된다는 거다. 

프랜차이즈 식당이 살아남고 싶다면 구매나 CK 등에 과학적 시스템을 도입하여 맛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일반 식당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점심 시장에서 가격 1,000원이 식당의 성패를 좌우하는 식당 무한 경쟁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험난한 시대일수록 확실한 자기 식당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는데 식당에서의 핵심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맛이다. 개인 식당이 생존하려면 단 하나의 ONLY ONE ‘메뉴’에 집중해야 한다.

식당 규모도 비용을 감안해서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이제는 어설픈 마케팅 활동으로 식당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행복한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건국대학교 미트컬쳐비즈랩·식품유통경제학교 겸임교수.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에서 학부과정과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롯데햄우유, 도드람양돈농협, TGIF 등 국내외 주요 육류생산과 가공, 그리고 외식업체에서 식육마케터로 활약해왔다. 국내 축산물이 처음 브랜딩 되기 직전 축산물 브랜드화의 필요성을 가지고 학위논문을 작성했고, 실제로 1세대와 2세대 돈육브랜드 론칭 과정에 참여하며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며 축산물 전문 마케터로 오랫동안 활약해 왔다.   e-mail pigres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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