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목식당에 방영된 “덮죽” 사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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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골목식당에 방영된 “덮죽” 사건 분석
  • 김민철 변리사
  • 승인 2020.1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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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이야기

얼마 전 SBS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포항에 소재하는 음식점을 소개한 것이 논란이 된 듯하다.(필자는 직접 시청하지 못해 관련 기사를 참조함) ‘악의적 상표선점행위’에 해당한다는 여론이다. 과연 “덮죽”이라는 상표가 상표등록될 수 있을까?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의 “덮죽” 사건에 관해 살펴보도록 한다.

 

관련 기사들을 종합해 보면, 포항에 소재하는 덮죽집의 내용이 방영된 후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덮죽 메뉴를 표절하면서 “덮죽”이라는 브랜드에 대하여 상표출원을 하고 ‘골목식당’에 방영된 브랜드인 양 마케팅을 하여 포항에 소재하는 덮죽집에 피해를 입혔고, 이것이 문제가 되고 사회적 논란이 일자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이 이에 대하여 사과와 함께 사업철수를 선언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심을 끄는 기사는 국회 관련 상임위 소속 이 모 국회의원이 표절이 명백한 상표권 출원에 대해서는 특허청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 신속한 구제와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서 표절 피해자의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기사이다.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의 행위는 ‘악의적 상표선점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들끓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악의적 상표선점행위란 타인이 사용 중인 브랜드를 특정인이 상표출원하여 상표권을 선점하고 타인에게 부당한 권리요구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법리적 관계를 정리해 본다.

 

“덮죽”과 관련된 또 다른 상표출원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SBS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포항에 소재하는 덮죽집의 내용이 방영된 후 이와 관련된 상표출원들이 6건 있었다. 이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죽과 관련하여서는 2020. 07. 16. 상기 사건의 내용과 상관없는 인천 소재 이모 씨가 죽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덮죽”을 상표출원하였고, 2020. 08. 04. 상기 포항 덮죽집 관계인으로 추정되는 최모 씨가 죽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시소덮죽”, “소문덮죽”을 상표출원하였다.

2020. 09. 04. 상기 서울 소재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이 곡분 및 곡물 조제품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덮죽덮죽”을 상표출원하였고, 음식점과 관련하여서는 2020. 08. 04. 상기 포항 덮죽집 관계인으로 추정되는 최모 씨가 음식점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THE신촌’s덮죽”을 상표출원하였다. 2020. 09. 04. 상기 서울 소재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이 음식점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덮죽덮죽”을 상표출원하였다.

상표법은 특허법이나 디자인보호법과 마찬가지로 상표에 대하여 선사용주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선출원주의를 취하고 있다. 즉 상표를 먼저 사용한 자에게 상표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표를 먼저 출원한 자에게 다른 거절이유가 없는 한 상표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에 대해서는 지정상품을 지정하고 특허청에 먼저 상표출원한 자가 다른 거절이유가 없을 시 상표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상표는 선출원주의
“덮죽”이라는 상표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상표라는 전제로 상기 상표출원들을 살펴보면, 죽과 관련된 상품에 출원된 상표 “덮죽”, “시소덮죽”, “소문덮죽”, “덮죽덮죽”은 모두 유사한 상표라 할 것이며 선출원주의를 적용하면 상기 사건의 내용과 상관없는 인천 소재 이모 씨가 가장 먼저 상표출원하였기 때문에 이모 씨의 “덮죽”에 대하여 상표등록을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사한 상표로서 후출원에 해당하여 등록이 거절될 것이다.

한편 음식점과 관련된 상품에 출원된 상표 “THE신촌’s덮죽”과 “덮죽덮죽”은 서로 유사한 상표라 할 것이며 선출원주의를 적용하면 상기 포항 덮죽집 관계인으로 추정되는 최모 씨가 가장 먼저 상표출원하였기 때문에 최모 씨의 “THE신촌’s덮죽”에 대하여 상표등록을 인정하고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의 “덮죽덮죽”은 유사한 상표로서 후출원에 해당하여 등록이 거절될 것이다. 그렇다면 죽과 관련하여서는 이모 씨가, 음식점과 관련하여서는 최모 씨가 상표권을 가지게 되어 어떠한 경우에도 후출원인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의 “덮죽덮죽”에 대하여 상표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 표절이 명백한 상표권 출원에 대해서는 특허청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 신속한 구제와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서 표절 피해자의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수사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간과되었는데, 필자는 상술한 바와 같이 “덮죽”이라는 상표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상표라는 전제로 설명하였지만, 과연 “덮죽”이라는 상표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상표인가는 따져보아야 하는데 이를 간과하고 기사가 작성되고 여론도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덮밥”이 상표로서 상표등록될 수 있는가
“덮밥”은 제육덮밥, 회덮밥, 오징어덮밥 등 반찬이 될 만한 요리를 밥 위에 얹어 먹는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서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음식의 이름이다.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유형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상표가 사용될 상품의 성질을 그대로 표시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하였는데, “덮밥”은 상품의 원재료, 용도 등을 나타내는 성질표시만으로 된 상표로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 형태나 용도를 볼 때 “덮죽”도 반찬이 될 만한 요리를 죽 위에 얹어 먹는 음식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어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덮죽” 자체만으로는 상품의 성질을 나타내는 상표로서 상표등록을 받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상기 출원상표들 중 이모 씨의 “덮죽”은 성질표시로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고, 최모 씨의 “시소덮죽”, “소문덮죽”은 시소, 소문과 관련된 선출원이 없다면 시소, 소문 때문에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의 “덮죽덮죽”도 성질표시로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최모 씨의 “THE신촌’s덮죽”은 정관사+현저한 지리적 명칭+성질표시의 결합으로서 상표의 식별력이 없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법리적으로는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의 행위가 ‘악의적 상표선점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상표권을 선점하고 타인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상표의 표절과 유사개념
물론 (주)올카인드코퍼레이션이 포항 덮죽집의 덮죽 메뉴 레시피를 표절하거나 도용했고 부당하게 마케팅을 하였다면 그에 대해서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음식의 이름이나 종류로 인식될 수 있는 “덮죽”을 상표로 사용하거나 상표출원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를 비난한다면 <교촌치킨>, <네네치킨>, <굽네치킨> 등도 치킨이라는 용어 사용에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표절’이란 남의 창작물의 내용 일부를 취하여 자기 창작물에 제 것으로 삼아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특허나 디자인, 저작물, 음식레시피 등과 같이 창작물에 대하여는 표절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으나, 창작이 아닌 문자 등을 선택하는 상표에 대하여는 표절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상표의 표절이라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으며, 상표는 유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김민철 변리사 현재 G&W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이며, KT 등 다수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등 10여개 대학에서 지적재산권 특강을 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산업재산권법』, 『특허법』 등이 있다.   e-mail kmc02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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