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은행만이 ‘우리은행’상표를 독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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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리은행만이 ‘우리은행’상표를 독점할 수 있을까?
  • 김민철 변리사
  • 승인 2020.08.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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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이야기

필자는 지난 호 ‘평화의 소녀상’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에 대하여도 상표등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취지는 상품의 출처표시로 인식되지 않거나, 상표법의 목적이나 거래실정을 고려할 때 특정인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도 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접하게 되는 상표 ‘우리은행’은 특정인이 상표등록을 받아 독점할 수 있는 상표일까? 

 

 

(주)우리은행은 1998년 금융업에 ‘우리은행’을 상표출원해 1999년 상표등록을 받았다. 그러자 관련 금융업계에서는 2가지 점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상표권은 독점배타적인 권리이므로 (주)우리은행 외에는 ‘우리은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점과, 혹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를 했을 때 이것이 상표권의 침해인지 또는 여기서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인지 (주)우리은행인지 혼란을 일으키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2005년 당시 국민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신한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조흥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이 공동으로 상표 ‘우리은행’은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에 해당하므로 상표등록을 무효로 하여야 한다는 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2010년 상표 ‘우리은행’은 상표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확정판결을 하였다.

 

‘우리은행’ 상표등록의 무효 상표 확정판결
대법원은 그 이유로, 상표 ‘우리은행’은 한글 ‘우리’와 ‘은행’이 결합된 상표로서 ‘우리’는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로 누구나 흔히 사용하는 말이어서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은행’은 그 지정서비스업의 표시이어서 식별력이 없고, 또한 그 결합에 의하여 ‘우리’와 ‘은행’이 결합한 것 이상의 새로운 관념을 도출하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어서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등록상표 ‘우리은행’은 등록무효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우리’라는 단어는 ‘우리 회사’, ‘우리 동네’ 등과 같이 그 뒤에 오는 다른 명사를 수식하여 소유관계나 소속 기타 자신과의 일정한 관련성을 표시하는 의미로 일반인의 일상생활에서 지극히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용어이고, 한정된 특정 영역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제, 장소, 분야, 이념 등을 가리지 않고 어느 영역에서도 사용되는 우리 언어에 있어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인칭대명사로서 일반 공공의 이익에 속하는 것이며, 만일 이 단어의 사용이 제한되거나 그 뜻에 혼란이 일어난다면 보편적, 일상적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일반인에게 필수불가결한 단어이다.

따라서 상표 ‘우리은행’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우리’라는 단어에 대한 일반인의 자유로운 사용을 방해함으로써 사회 일반의 공익을 해하여 공공의 질서를 위반하는 것이며, 나아가 상표 ‘우리은행’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지정된 업종에 관련된 사람이 모두 누려야 할 ‘우리’라는 용어에 대한 이익을 그 등록권자에게 독점시키거나 특별한 혜택을 줌으로써 공정한 서비스업의 유통질서에도 반하므로, 상표 ‘우리은행’은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로서 그 등록이 무효가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특정 상품을 표시, 식별할 수 없는 상표 ‘몬테소리’, ‘MONTESSORI’
이렇듯 상표실무에서는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에 대하여는 상표등록을 인정하지 않는데, ‘몬테소리’, ‘MONTESSORI’도 대표적인 그에 해당하는 상표이다. 1997년 김모 씨가 목제완구, 세트완구, 플라스틱제완구, 금속완구, 서적출판업, 홈스쿨교수업, 교육정보제공업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몬테소리’, ‘MONTESSORI’를 상표출원해 1998년에 상표등록을 받고 (주)한국몬테소리에 사용권을 허락하였다. 그 후 2011년 김모 씨와 (주)한국몬테소리는 (주)아가월드가 목제완구, 세트완구, 플라스틱제완구, 금속완구 등에 ‘몬테소리’, ‘MONTESSORI’를 상표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표권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표 ‘몬테소리’, ‘MONTESSORI’가 상표등록 될 당시인 1998년 경 유아교육 관련 업계 종사자 및 거래자는 물론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몬테소리’, ‘MONTESSORI’가 특정 유아교육법 이론 또는 그 이론을 적용한 학습교재·교구를 지칭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등록상표의 지정상품 중 목제완구, 세트완구, 플라스틱제완구, 금속완구 등 완구류 상품은 모두 유아교육이나 유아교육용 교재·교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몬테소리’, ‘MONTESSORI’는 완구류와 관련해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에 해당, (주)아가월드가 완구류에 ‘몬테소리’, ‘MONTESSORI’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의 침해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상표 ‘몬테소리’, ‘MONTESSORI’가 목제완구, 세트완구, 플라스틱제완구, 금속완구, 서적출판업, 홈스쿨교수업, 교육정보제공업 등에 대하여 상표등록된 것은,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임에도 불구하고 착오로 등록된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참고로 ‘몬테소리’는 놀잇감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법을 개발해 낸 이탈리아의 여의사이며 심리학자, 아동교육자였던 마리아 몬테소리(1870-1952)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부자리’로 인식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들면, 2011년 (주)백합상사가 침구류에 를 상표출원한 건에 대하여 특허청이 거절결정을 하고, 이에 불복하여 심판청구 및 불복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출원상표 중 한글 부분 ‘이브자리’는 일반 수요자들에게 사람이 잠잘 때 쓰는 이불과 요를 가리키는 ‘이부자리’로 인식되고, 영문자 부분도 우리나라의 영어보급 수준과 함께 그 우측 하단에 한글 ‘이브자리’가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 수요자들은 이를 ‘이브자리’로 발음하여 역시 사람이 잠잘 때 쓰는 ‘이부자리’로 인식할 것으로 보이는 바, 침구류 판매대행업, 이불 판매대행업, 침구류 도매업, 이불 도매업 등을 포함하여 사람의 잠자리용 물품과 관련된 제반 서비스업에 관하여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민철 변리사 현재 G&W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이며, KT 등 다수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등 10여개 대학에서 지적재산권 특강을 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산업재산권법』, 『특허법』 등이 있다.   e-mail kmc02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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