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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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을까?
  • 김민철 변리사
  • 승인 2020.07.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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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이야기

필자는 5월호부터 상표의 유사에 대하여 글을 게재하였는데, 6월 중순 ‘평화의 소녀상’ 관련 상표출원에 대한 한 일간지의 기사를 보게 되어 시사성이 있다고 판단해 상표의 유사에 대한 글을 다음으로 미루고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된 상표법상의 법리를 먼저 정리하기로 한다.

이미지 ⓒ www.iclick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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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일간지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김 모씨(필자의 판단으로 실명은 밝히지 않음)가 과거 특허청에 소녀상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두 차례나 시도했다가 퇴짜를 맞았던 것으로 6월 15일 밝혀졌다. 김 모씨가 스스로 소녀상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했다는 의미다. 특허청 통합검색시스템에 따르면, 김 모씨는 2016년 6월 3일 특허청에 상(像), 조각, 인형, 플라스틱제 조각품판매대행업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평화의 소녀상 상표권을 주장하며 상표등록출원서를 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11일 특허청은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며 이를 한차례 거절했다. 즉 상표 등록을 하려면 구매자들이 누가 만든 상품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소녀상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식별이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러자 김 모씨측은 10월 11일 의견서를 내며 재심사를 요청하였는데, 문자 ‘평화의 소녀상’은 본인이 미술저작물로 등록한 소녀상의 제호에 해당한다며, 온·오프라인에서 이미 평화의 소녀상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이미 거래계에서 수요자들이 본인의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하여 특허청은 11월 18일, 현재 평화의 소녀상은 특정인이 만든 ‘동상’이 아니라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조형물로 인식되고 있으며 수요자들이 출원인의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미술저작물로 등록된 사실여부와 상표법상 상표 등록여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결정을 하였다”는 것이 기사 내용의 골자이다. 

일단 기사내용 중 법리적으로 사실관계를 바로 잡으면, 김 모씨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하여 상표출원을 순차적으로 두 차례나 시도했다가 거절결정을 받은 것이 아니라 2016년 6월 3일자로                                                      두 가지 상표를 출원하여 모두 같은 날짜에 거절결정을 받은 것이고, 2016년 8월 11일 특허청이 한 차례 거절을 한 것이 아니라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이유를 통지하여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 의견제출통지서를 발송한 것이다.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거절결정이 된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 상표등록 받을 수 없어 
필자는 앞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의 유형(자타상품의 식별력이 없는 상표)에 대하여 4회에 걸쳐 연재하였는데, 상표법에는 그와 같이 구체적인 사유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표등록을 인정하지 않는 규정을 보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출원된 상표가 보통명칭, 관용명칭, 성질표시, 현저한 지리적 명칭, 흔한 성 또는 명칭, 간단하고 흔히 있는 상표 외에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에 대하여도 상표등록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 취지는 식별력이 없어 출처표시로 인식되지 않거나, 상표법의 목적이나 거래실정을 고려할 때 특정인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 상표에 대하여 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한 보충적 규정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 출처표시로 인식되지 않거나 자유사용이 필요한 일반적인 구호(슬로건), 광고문안, 표어, 인사말이나 인칭대명사 또는 유행어로 표시한 것 2) 방송이나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매체 등을 통하여 출처표시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일반인들이 유행어처럼 사용하게 된 방송프로그램 명칭이나 영화, 노래의 제목 3) 단기 또는 서기로 연도를 나타내거나(이를 문자로 표시한 것을 포함한다) 연도표시로 인식될 수 있는 것 4) 사람·동식물·자연물 또는 문화재를 사진·인쇄 또는 복사하는 등의 형태로 구성된 것 5) ‘LAND, MART, PLAZA, WORLD, OUTLET, DEPOT, BANK, VILLAGE, HOUSE, CITY, TOWN, PARK, 마을, 마당, 촌, 나라’ 등과 같이 상품의 집합·판매·제조 장소나 서비스 제공장소의 의미로 흔히 사용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를 바탕으로 상기 ‘평화의 소녀상’을 살펴보면, 역사적인 관점이나 공론화 된 현실적인 사회적 합의상 ‘평화의 소녀상’에 대하여 특정인에게 독점배타적인 상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공익에 반하고 또한 식별력이 없어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상품에 대한 출처표시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평화의 소녀상’에 대하여 상표등록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상표법상의 상표등록요건 모두 만족해야
특허청이 상기 상표들에 대하여 의견제출통지서를 발송하면서 게재한 거절이유를 그대로 옮기자면 “상표 중 문자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한 예술 조형물로 널리 인식되고 사용되고 있어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않고, 이를 그 지정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상표인지를 식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영문 ‘THE STATUE OF PEACE GIRL’은 ‘평화의 소녀상’의 영문으로 쉽게 인식되는 것으로 봄)

즉 ‘평화의 소녀상’은 특정의 누구에겐가 상표권으로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 보다는 누구나 필요한 때에 필요한 자가 그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익에 훨씬 적합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저작권이 발생한 저작물의 제호(題號)라는 이유만으로 그 저작자에게 독점적으로 상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껏이 상표의 심사실무이다. 제호는 저작물의 이름일 뿐 상품에 대한 이름이 아닌 것이고, 그 제호로 상표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상표법상의 상표등록요건을 모두 만족하여야 한다. 최인호 작가의 ‘겨울나그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등의 제호와 동일한 상표가 제3자에 의하여 자유롭게 선택되어 상표등록된 것이 다수인 것도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이와 같이 출원된 상표가 보통명칭, 관용명칭, 성질표시, 현저한 지리적 명칭, 흔한 성 또는 명칭, 간단하고 흔히 있는 상표는 아니자만 ‘수요자가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를 식별할 수 없는 상표’에 해당하여 상표등록을 받지 못한 사례로는 ‘우리은행’, ‘몬테소리’, ‘이브자리’, ‘HAIR SPA’ 등이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다음 호에 하기로 하고, 적어도 금융업에 ‘우리’, 교육교재와 관련하여 ‘몬테소리’, 침구류에 ‘이브자리’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고 공익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평화의 소녀상’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민철 변리사 현재 G&W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이며, KT 등 다수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등 10여개 대학에서 지적재산권 특강을 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산업재산권법』, 『특허법』 등이 있다.   e-mail kmc02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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