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잇는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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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잇는 자부심
  • 김민정 부장
  • 승인 2020.06.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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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특집Ⅰ백년가게에서 배우다 : <하영사> 차명순 대표

결혼 하기 전 동네에서 누가 매듭한다고 가르쳐준다길래 배우게 된 것이 50년 매듭 역사의 시작이다. 알고 보니 시누될 사람이 동생 신붓감으로 보고 차명순 대표를 유혹(!)했는데, 그만 매듭의 매력에 푹 빠졌다. 국무총리상, 시장상 등 상은 다 휩쓸어온 차명순 대표는 매듭 기능전수자로서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하영사 차명순 대표 ⓒ 사진 김효진 기자
하영사 차명순 대표 ⓒ 사진 김효진 기자

 

3년이 50년으로
50년 동안 운영해온 남대문 <하영사>에는 차명순 대표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공예품들이 진열돼있다. 노리개 등 전통 공예품을 비롯해 화려한 모양과 고운 빛깔의 팔찌, 반지, 귀걸이 등 지나가다가도 눈길이 머무르게 된다. 

차명순 대표는 디자인할 때가 행복하다면서 자신의 작품에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매듭에 열중하다보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장교인 남편이 교육과 훈련으로 집을 비우는 때가 많자 시간을 보내고자 매듭을 다시 하게 됐다. 굳이 나서서 돈을 벌 필요도 없어서 돈 벌려고 가게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남편은 비오는 날 한 소쿠리를 갖다 버리면서 반대했다.

차 대표는 우리 집은 교육자 집안이다. 장사하는 사람 없다면서 불호령을 내리는 남편에게 딱 3년만 하겠다고 설득했다. 약속했던 3년이 어느새 50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고객들을 만났는데, 그 중 먼 미국에서 일부러 찾아온 분도 있었다.

“아리랑TV에서 찾아와서 촬영을 하고 간 적 있어요. 금방 끝난다 곧 끝난다 하면서 1주일 넘게 집에 있다 갔지 뭡니까. 그런데 그 방송을 보고 미국에서 찾아온 분이 있었어요. 100만원 상당 사갔는데 방송 촬영하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었네요, 하하.”

하영사  ⓒ 사진 김효진 기자
하영사 ⓒ 사진 김효진 기자

 

상보다 지원을 
가게를 50년 동안 운영해왔으니 그동안 만들어낸 작품은 얼마나 많을까. 전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전시회를 열었고, 상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받았다. 굵직한 것만 해도 1976년 한국민속연구원 회원 전시를 비롯해 1989년에는 문화부 주관 미국 MIT 대학 전시, 멕시코 국립박물관 전시, 1990년 중국 연변대학 초청 전시, 2020년 자카르타박물관 초청 전시, 2002년 일본 게이요 백화점 초청 전시 등 국내외에서 많은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승공예대전은 장려상을 비롯해 5회나 입상했고, 서울시 문화상품전 은상, 경기도 공예품 경진대회 장려상 외에도 다양하다. 차 대표는 상이라는 명예도 좋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를 갖췄으면 한다.

“전통 공예를 살리자면 국가 지원 제도가 필요합니다. 집이나 공방을 마련해주거나, 자녀 학자금을 대주거나. 장인이 만든 고가의 공예품은 나라에서 사들여서 외국 사절단에게 선물하는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영사  ⓒ 사진 김효진 기자
하영사 ⓒ 사진 김효진 기자

 

며느리에게 물려줄 계획도 
차 대표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 10~20만원 정도. 비취, 호박, 은, 칠보 등 보석이 재료인 데다가 직접 만드니까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거치니 그에 걸맞는 가격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이 가격은 아무래도 일반 서민에게는 부담이 된다. 차 대표도 평창문화올릭픽 무대에 설 정도로 명망있는 성악가인 딸이 큰 고객 중 하나라고. ‘백년가게’는 주변의 강력한 권유로 신청했다. 선정되면 지하철과 공항 등에 영상이나 포스터 등으로 홍보해준다는 조건이 있어서였다. 홍보와 함께 안정적인 지원제도가 생기면 장인으로서, 자영업자로서도 한결 힘을 덜 것이란 기대가 있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며느리가 야무진 솜씨를 갖고 있어 차 대표의 지식과 함께 <하영사>도 물려줄 생각이다. 또한, 안성에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50년 전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는 물건도 많아서 거의 100억원 여의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박물관에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영사  ⓒ 사진 김효진 기자
하영사 ⓒ 사진 김효진 기자

 

01. 백년가게의 자랑

1. 기능전수자의 집
2. 50년 역사 
3. 전통 공예를 이어간다는 자부심

02. 창업자에게 바란다

전통공예를 하는 장인이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원과 제도가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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