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요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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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요령이 없다
  • 박기범 기자
  • 승인 2020.03.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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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옥> 황재명 대표

요란한 홍보도 없고, 현란한 마케팅도 없다. 그래도 설렁탕을 좋아하는 분들이 매일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삼미옥>은 기본이 잊혀진 시대에 음식 장사의 기본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삼미옥 황재명 대표 ⓒ 사진 김효진 포토그래퍼
삼미옥 황재명 대표 ⓒ 사진 김효진 포토그래퍼

 

<삼미옥>은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설렁탕을 좋아하는 사람들 누구나 한 번쯤 찾는 곳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삼미옥>은 40년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으로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황재명 대표는 음식 장사에서 레시피나 노하우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사와 예절을 강조한 아버지 
서울대입구역 8번 출구에는 <삼미옥>이라는 설렁탕집이 있다. 1978년 현재 위치에 문을 연 <삼미옥>은 43년 동안 설렁탕 한 그릇으로 봉천동 주민들의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왔다. 아버지가 시작한 <삼미옥>을 2000년경부터 황재명 대표가 이어오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황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삼미옥>을 맡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평소 자식이 장사하는 것을 원치 않던 아버지였는데, 건강이 쇠약해지자 장남에게 권유한 것이다. 

“부모님이 온 힘을 다해 일구신 식당이었고, 그 덕에 저와 제 동생들이 편히 지낼 수 있었죠. 일본에는 대를 잇는 가게들이 많다면서 권유하시는데, 맡아서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삼미옥>에서 황 대표가 가장 먼저 일한 곳은 주방이 아닌 홀이었다. 아버지는 황 대표의 주방 출입을 금지시키면서 홀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잘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동네에서는 술과 담배도 못 하게 하셨고, 음식에 여유가 생기면 이웃과 나누어 먹으라고 가르쳤다. 그렇게 1~2년이 지나자 아버지는 비로소 황 대표를 주방으로 불렀다. 그 사이 황 대표는 손님들과 친숙해졌고, 식당 전체의 시스템 파악을 마쳤다.

삼미옥 황재명 대표 ⓒ 사진 김효진 포토그래퍼
삼미옥 황재명 대표 ⓒ 사진 김효진 포토그래퍼

 

“아직 남아 있어 고맙습니다”
황재명 대표는 아버지의 레시피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음식을 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황 대표는 아버지의 레시피를 바꿀 생각이 없다. “설렁탕은 전통 음식이잖아요. 변형보다는 전통 방식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지킨 음식 맛을 손님들이 맛있다고 해주시면 힘이 납니다.”

<삼미옥>에는 옛 시절 꼬마 손님들이 성인이 되어 방문하거나, 결혼을 앞두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황 대표에게 ‘아직 남아 있어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그럴 때면 황재명 대표의 마음도 뭉클해진다. 40년이 넘는 세월을 공유하는 식당 주인과 손님은 서로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다. 

황 대표에게 노하우를 묻자 설렁탕집에는 노하우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정확하고, 예민한 것이 손님들의 입맛이며 손님들 모르게 레시피나 재료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식 장사에는 요령도, 노하우도 없다고 믿는다. “좋은 재료를 꼼꼼하게 손질하고, 정성껏 끓이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노하우입니다. 홍보와 마케팅이 아무리 중요해져도 음식 장사의 기본은 결국 맛입니다.”


마케팅보다 중요한 원칙
<삼미옥> 인근에는 ‘샤로수길’로 이름난 골목이 있다. 황재명 대표도 이곳을 종종 찾는데, 새로운 레시피와 현란한 마케팅으로 무장한 청년 사장들을 많이 본다. 그런데 안타까울 때가 많다.

“맛도 있고, SNS에서도 인기가 많아도 장사를 오래 못 하더라고요. 유행 아이템으로 반짝하고 마는 경우도 많아요. 원칙을 지키고 요령을 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안타깝죠.”

황 대표의 눈에 비친 젊은 사장들은 손님이 감소하거나 계획처럼 수익이 나지 않으면 ‘요령’을 피웠다. 재료를 아끼거나, 맛보다 홍보에 더 신경을 쓰게 되면 누구보다 손님이 먼저 알게 된다. 그래서 황 대표는 음식에는 요령이 없고, 한번 세운 원칙은 아무리 힘들어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요령을 부리지 않았기에 지금의 <삼미옥>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삼미옥>은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맛과 원칙을 지키며 누구보다 깊은 맛의 설렁탕을 끓여낼 것이다. 

“<삼미옥>의 맛은 언제나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레시피를 지키면서 손님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삼미옥>의 설렁탕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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