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평양냉면 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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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평양냉면 명가
  • 조주연 팀장
  • 승인 2020.03.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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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면옥> 이경미 대표

결혼 이후 40년째 <서북면옥>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미 대표. 1968년에 개업해 평양냉면의 개성을 이어가고 있는 냉면 맛집으로, 크지 않은 매장이지만 냉면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이제는 딸에게 매장 업무를 조금씩 가르치면서 노포의 명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서북면옥 이경미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서북면옥 이경미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결혼을 하면서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서북면옥>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이경미 대표는 40년을 하루처럼 일하면서 평양냉면 전문점의 명성을 지켜왔다. 힘들 때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 대표를 매일 매장에 나와있게 한 힘은 <서북면옥>의 맛과 전통을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이다.  


40년을 하루처럼 이어온 평양냉면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이경미 대표의 시어머니는 1968년부터 현재의 매장 자리에 <서북면옥>을 오픈했다. 이 대표 역시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게 됐고, 남편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면서 자리를 지켜왔다. 지하철역도 명소와도 가깝지 않은 위치라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데, 그덕에 오히려 ‘서북면옥 사거리’라는 별칭을 받을 정도로 소문난 곳이 되었다. 40년을 하루처럼 매일 아침 6시에 주방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늘 찾아주는 단골손님 덕분에 힘을 얻고 있다고.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할 때면 보람을 느껴요. 그래서 고된 일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인기가 높다 보니 프랜차이즈 및 입점 제안도 심심치 않게 온다. 대기업은 물론, 지역의 랜드마크와 인천공항에서도 연락이 왔을 정도지만, 이 점주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형 쇼핑몰이나 건물에 입접한다면 브랜드를 알리기도 좋고 매출도 많아지겠죠. 하지만 그렇게 매장을 오픈하면 제가 관리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고, 본점의 가치와 영향력도 약해질 게 분명하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하나의 <서북면옥>으로 그 맛과 가치를 이어나가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서북면옥 이경미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서북면옥 이경미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대미필담, 담백하고 깊은 맛
<서북면옥>의 대표 메뉴는 역시 물냉면. ‘대미필담(大味必淡)’이라는 성어와 가장 어울리는 맛으로, 담백함 속에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50여년의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육수와 함께 면의 쫄깃함도 잘 어우러져 평양냉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맛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이 바로 메뉴의 가격. 물냉면을 비롯한 기본 메뉴들이 모두 8천원일 정도로 저렴하며,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같은 가격으로 온면, 만두국, 떡만두국 등의 메뉴를 추가해 취향을 고려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육과 편육 그리고 접시만두까지 가벼운 사이드 메뉴를 함께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여름이 되면 손님들은 말그대로 인산인해다. 이를 알고 있는 단골손님은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오후 2시에 방문할 정도. 일이 힘든만큼 직원들을 위해 라스트 오더는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저녁 8시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더 원활한 운영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덕분에 가장 짧게 일한 직원이 10년차일 정도다. 오래된 맛집인만큼 유명한 연예인과 셀럽들이 많이 방문하기도 했다. 워낙 바쁘다 보니 제대로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데, 한 번은 유명 가수를 다른 손님들과 합석시키는 에피소드도 있을 정도였다. 다행히 합석한 손님들이 이를 알아챘지만 모른 척 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3대를 이어가고 싶은 냉면 명가
이 대표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뜻밖에도 세금이다. 자가건물에서 <서북면옥>을 운영하다 보니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이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세금입니다. 자가 건물에서 운영을 하다 보니 월세나 관리비 등 비용이 적게 드는데, 그 과정에서 순수익이 커져 세금이 매우 많이 나오더라고요. 비슷한 규모의 매장과 비교해 봐도 세금을 많이 내는 편이라서 세무서에 상담을 했더니 어쩔 수 없다고 해서 난감해 하더라고요.

” 딸에게 <서북면옥>을 있게 하고 싶어 알아보면서도 같은 문제를 겪게 됐다. 물론 내야 하는 세금은 당연히 낼 것이지만, 전통을 이어가는 과정인데 혜택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더 오래 매장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유서 깊은 매장을 다음 세대들이 이어갈 때 다른 문제가 아닌 세금 관련 문제로 포기해야 한다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더 많아지리라 기대하는 맛집 명소들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라 정책적으로 좀 더 합리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운영을 하면서 힘든 부분도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서북면옥>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늘 한결같은 맛을 지켜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재료, 변하지 않는 맛으로 담백하고 소박한 메뉴들을 더 많은 단골손님과 함께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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