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I프라이데이스도 양준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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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I프라이데이스도 양준일처럼
  • 임나경 편집국장
  • 승인 2020.03.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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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식당

1969년생 1991년에 데뷔 올해 51살의 가수가 요즘 화제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는 가수 양준일. 슈가맨이라는 프로에 참 많은 가수들이 다시 나왔지만 정말 양준일 만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는 없다. 양준일은 활동 당시 그렇게 큰 인기가 있었던 가수는 아니다. 요즘 그의 인기는 기적에 가깝다. “죽은 브랜드는 못 살려” “너무 올드한 것 아니야” “한 물 갔어” 라고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상식이 아닐 수 있다. 


필자는 가수 양준일을 보면서 TGI프라이데이스를 생각했다. 가수 양준일이 데뷔한 해가 1991년, TGI프라이데이스가 한국에 오픈한 해가 1992년이다. 거의 같은 시기다. 
TGI프라이데이스 “죽은 브랜드다” “너무 올드해” “요즘 누가 패밀리레스토랑에 가요” “한 물 갔어” 라고 좋은 소리하는 사람들이 없다. 영업성적도 별로 안 좋다. 아마 소유하고 있는 그룹 자체에서도 별 기대를 안 하고 있는 듯하다. 

 

패밀리레스토랑의 원조, TGI프라이데이스 
2000년대 중반 잠시 TGI프라이데이스 마케팅을 책임지던 때가 있었다. 필자와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 간부가 되고 내가 기획한 찹스테이크는 아직도 베스트셀러 메뉴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마케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내가 진짜 B2C 마케팅을 제대로 현장에서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미국의 프랜차이즈인  TGI프라이데이스는 미국 본사의 마케팅팀과 교류하는데 그들의 마케팅 방식이 놀랍게도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원리 그대로 도입했다.

그 당시,아니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특히 외식산업쪽은 마케팅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마케팅 용어도 생소하다. 아니 마케팅 전략 흐름을 이해하는 한국의 마케터들도 별로 없다. 식당브랜드의 개념은 도입도 안 되었던 시절인데 그걸 교과서처럼 이야기하는 TGI프라이데이스의 마케팅팀에서 참 많은 걸 배웠다. 

1992년  TGI프라이데이스가 처음 한국에 들어 올 때 메뉴 단가 20,000원 전후의 가격은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또 미국식 메뉴들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사람들에게 맛으로 승부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패밀리레스토랑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TGI프라이데이스는 패밀리레스토랑의 원조가 된다. 주로 생일 파티하는 곳이 된다. 좋은 추억과 새로운 경험을 하는 장소 만약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 외식 산업 포지셔닝 맵을 그리며  TGI프라이데이스는 상당히 고가의 고급 레스토랑에 위치한다.

 

가볍게 한 끼 해결하는 장소
문제는 사실 미국의 외식산업 포지셔닝 맵에  TGI프라이데이스는 우리나라 외식산업 포지셔닝 맵의 김밥천국 정도의 위치다. 가볍게 햄버거나 한 끼를 해결하는 장소, 조금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금요일 날 퇴근 후 저녁 먹으면서 헌팅하는 장소가 TGI프라이데이스였다.

막상 TGI프라이데이스 마케팅 팀장으로 출근하려고 하니 TGI프라이데이스를 본 적이 한 두 번 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국 유학을 하고 온 친구들에게 물어 봤다. “TGI프라이데이스 알아?” 놀라운 건 다섯 친구 중 4명이 “거기 햄버거 가게야” 미국에서는 TGI프라이데이스가 그냥 우리 김밥천국 같은 한 끼 가볍게 먹는 미국 밥집이었다. 해외 여행을 할 때 TGI프라이데이스를 만나면 난 한국 식당 만난 것처럼 행복하다. 일본 도쿄돔 야구장에 TGI프라이데이스가 있다. 야구 끝나고 친구들과 맥주나 칵테일 한잔하기 좋다. 스페인 바로셀로나 공항 안에 TGI프라이데이스가 있다. 비행기 기다리면서 그냥 한 끼 먹는 식당이다. 

한국의 TGI프라이데이스는 1990년대 성공한 상징적인 식당이다.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형,  TGI프라이데이스는 2000년대의 스타벅스 같은 곳이예요”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 레스토랑” 미국에서는 1965년에 생겼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노포인 셈이다. 지금도 전 세계 60개국에 992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TGI프라이데이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패밀리레스토랑이 힘들어 하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는 잘 나간다고 하는데, 이 레스토랑은 패밀리레스토랑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 스테이크 하우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이동했기 때문에 잘 나가고 있다. 원래 미국에서의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의 포지셔닝 맵의 위치는 우리나라의 삼원가든 같은 고급 다이닝 스테이크식당이다. 그걸 한국에 가져 들어오면서 당시에 유행하던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재포지셔닝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패밀리레스토랑을 버리고 원래의 스테이크하우스로 포지셔닝을 이동하고 있는 것 같다. 

TGI프라이데이스에게도 아직 기회가 많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의 푸드 매장을 롯데에서 운영하는데, 이곳에  TGI프라이데이스를 입점시키면, 미국인들이나 외국인들이 좋아할 듯싶다. 타국에서 TGI프라이데이스를 만나면 우리가 해외에서 한국 식당 만난 것처럼 좋아한다. 그리고 그곳이 공항이라 그저 한 끼를 해결하는 TGI프라이데이스 본래 브랜드 콘셉트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패밀리레스토랑이라는 낡은 카테고리를 버리고 TGI프라이데이스에 대한 새로운 포지셔닝이 가능하지 않을까.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 
브랜드 마케팅은 가격이나 프로모션이나 메뉴에 집착하는 단순한 전략적인 문제가 아니라 STP분석이라고 이야기하는 S. (segmentation) 시장세분화 ,T. (targeting) 목표 설정, P. (positioning) 위치 설정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나라 외식산업 문제는 단순히 마케팅 전술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제 마케팅 전략에 대한 고민들을 심각하게 해야 하는데 왠지 우리 외식산업은 과거의 영광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이다.

또 어설픈 속단으로 기존의 브랜드를 버리고 다시 브랜드를 만들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브랜드를 다시 살릴 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심각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양준일이 그냥 평범한 50대 아저씨로 살았다면 그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을까? 나름 유튜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슈가맨이라는 프로 한번 출연해서 지금의 신드롬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 피나는 노력을 했을 거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잡았다. 

TGI프라이데이스도 양준일처럼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다른 브랜드 식당들도  제기하고 싶다면 마케팅을 전술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사회의 변화 그리고 나자신의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다. 흔히 SWOT 분석이라 걸 객관적으로 해 봐야 한다. 

외식업계는 조용필은 있어도 삼성은 없다. 한번 삼성은 영원한 삼성이다. 조용필이 아무리 가왕이라고 하고 한때 최고였다. 지금은 BTS 방탄소년단의 시대다. 우리나라 외식 산업 전성기에 성공한 프랜차이즈 한때 누군 조용필이었고, 누군 H.O.T었고, 소녀시대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BTS가 대세다. 다시 BTS처럼 되고 싶다면 시장을 전략적으로 바라보기 바란다.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식육역사학자, 30년간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식육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롯데 후레쉬포크 등 브랜드 돈육을 만들고, T.G.I.F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찹스테이크 등 메뉴 기획을 했다. <만덕식당>, <모두의 한우>, <제주 숙성도>에 숙성기술을 전수하고 지금은 고기에 관한 역사를 찾아서 소개하는 일과 어려운 식당 재활사업, 청년 기업들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돼지브랜드 경영지침서』, 『삼겹살의 시작』 (2019.4월 출판예정)   e-mail pigres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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