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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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의 기억
  • 임나경 편집국장
  • 승인 2020.03.0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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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분쟁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안 그래도 업계가 경기불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국가적 재난인 각종 바이러스와 질병은 유통업계와 프랜차이즈 업계에 긴장감을 더욱 부추긴다. 5년 전 메르스의 직격탄을 받았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몇 년 전 일이다. 한 프랜차이즈 숙박업체 가맹점주의 가맹본사에 대한 소송을 맡은 적이 있다. 가맹계약서에 분명히 독점적 영업지역이 2킬로 반경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가맹본사가 그 2킬로 내에 가맹점을 내준 것이다. 졸지에 근처에 똑같은 브랜드의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자 매출이 급락했고, 프랜차이즈 숙박업체 가맹점 사장님은 본사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독점적 영업지역 조항을 위반 
소송에서 이기려면 두 가지를 증명해야 한다. 
하나는 계약위반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그로 인한 손해가 있어야 한다. 가맹본사가 가맹점주와 체결한 프랜차이즈 계약서에서 규정한 독점적 영업지역 조항을 위반한 것은 명백했기 때문에 첫 번째 조건은 쉬웠다. 한 달에 매출 3,500만원 올리던 업소 근처에 동일 브랜드의 경쟁 업체가 생기면서 매출액이 2,000만원으로 격감했기 때문에 손해의 입증도 쉬워 보였다.

그러나 큰 문제가 있었다. 근처에 같은 가맹점의 경쟁 숙박업소가 문을 열 즈음에 마침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매달 줄어든 매출액 1,500만원 중 얼마만큼이 경쟁 업체 출현으로 인한 감소분이고, 어느 부분이 메르스로 인한 관광객 감소로 인한 하락 부분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가맹본사는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지는 것이지, 이를 넘어 메르스 발생으로 인한 감소분까지 배상을 명하는 것은 공평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르스로 인한 업소의 심각한 타격 
모든 소송은 금전적 손해배상으로 귀결한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한 우리는 줄어든 월 1,500만원 매출의 상당 부분이 같은 브랜드의 경쟁 숙박업체가 근처에 영업을 시작함으로 인한 경쟁으로 매출이 하락한 것이라는 입장이고, 상대(프랜차이즈 본사)는 메르스로 인한 전반적 업계의 불황으로 인한 매출액 저하이지 근처에 동일한 브랜드의 숙박 시설 하나 생긴 것 때문에 매출액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청구한 금액의 절반 정도로 판결이 났다. 솔직히 그 정도 금액의 판결이 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메르스로 인한 숙박업소의 타격은 정말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업계에 치명타 우려 
‘우한 폐렴’이라 불리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유통업계와 외식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5년 전 메르스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식당과 백화점 등 외식업계와 유통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메르스 사태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75만명으로 사태 발발 직전 1년 전(약 127만명)과 비교해 40%가량 급감하였다고 한다.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획기적인 마케팅을 펼쳐 봤자 천재지변, 질병이라는 국가 재난 사태에는 무용지물이다. 
이번 ‘우한 폐렴’이 하루빨리 진정되기를 손 모아 기도한다.

 

 

 

법률사무소 여름의 배선경 변호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8기를 수료했다. 프랜차이즈 관련 소송 수행, 가맹거래 관련 분쟁조정 업무, 공정거래위원회 관련업무, 가맹본부 자문업무, 공정거래위원회 및 조정원 관련 업무, 한국진출 외국 프랜차이즈 기업의 자문, 정보공개서 및 가맹계약서 자문, 가맹본사 직원 교육 등의 업무를 해오며, 업종에 상관없이 다양한 프랜차이즈 기업의 법률자문을 해오고 있다.
e-mail hoyul222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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