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브랜드 전략, 영화 아바타를 닮았다
상태바
배달의 민족 브랜드 전략, 영화 아바타를 닮았다
  • 임나경 편집국장
  • 승인 2020.02.22 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랜드 식당

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게르만 민족이 된 배달의 민족이다. 전단지 앱이 4조가 넘는 가격에 독일계회사와 딜이 성사된 것에 대해서 다들 말이 많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배 아픈 일이다. 배달의 민족 설립자 김봉진 대표가 운이 좋은 건지 실력이 좋은 건지 말이 많다. 운도 좋고 실력도 있는 거다.


벤처니 스타트업이니 하면 다들 거창하게 생각할 때 배달의 민족은 우리일상에 있는 소재를 가지고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그게 성공의 비결이다. 우리나라에서 1조 가치가 넘는 유니콘 기업들을 보자. 쿠팡, 위메프, 야놀자, 우아한형제 등 다 우리 일상에 관계된 기업들이다. 어려운 일을 하는 화려한 회사가 아니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
배달의 민족 회사 이름부터 친숙하다. 만화가 고우영의 ‘대야망’  방학기의 명작 ‘ 바람의 파이터’ 주인공 최영의가 일본에서 오래 살면서도 한민족의 혼을 잊지 않기 위해 최배달 이란 이름으로도 행세했다. 우리민족이 한민족임을 강조하던 시대에 배달의 민족이라는 자부심이 다들 있었다.

지금은 배달의 민족이라는 단군의 자손이라는 의미가 좀 약하지만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런 배달의 민족을 배달앱의 브랜드로 사용한다는 발상이 좋았다. 브랜드는 친밀하고 친숙해야 한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는 정말 친밀하고 친숙하고 유머가 있는 브랜드다. 언제부터인가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을 들으면 단군 할아버지도 생각나지 않고 최배달도 생각나지 않고 오직 티파니 블루라고 해야 하나 배민 특유의 옅은파란색 오토바이만 생각난다. 그만큼 배달의 민족, 배민이 성공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력 
필자는 사실 배달의 민족에 대해서 대단히 불안해 하는 사람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 배민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 준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배민 때문에 골목에서 일등하면 먹고 살았던 식당들이 이제는 서울시에서 일등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 배달앱 때문에 영세한 개인 브랜드 식당들이 살아남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배민 아카데미 강의에서 했다. 다시는 날 강사로 초대하지 않으리라. 강의 평가 점수는 높았는데 말이다. 

혼자 힘들게 식당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배민 아카데미가 도움이 된다. 배민앱 덕분에 배달도 하게 되니 시장도 넓어졌다. 소자본으로 창업도 가능해졌다. 배달앱에서 히트쳐서 돈도 벌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위험 요소를 늘 가지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고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다. 자본력이 있는 프랜차이즈들에게 잘못하면 밀릴 수 있다.

이제 게르만 민족으로 우리나라 배달앱시장이 독점이 되었으니 그 위험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동남아에 진출하는 한국의 외식기업이 많지만 사실 동남아의 외식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외식기업보다 더 크고 전문화 되어 있다. 태국의 닭고기 산업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크다. 태국의 CP그룹1)1) 태국의 최대 그룹이다.

CPF(CPFOOD)는 아시아 최대의 닭고기사업을 하고 있다. 연매출 17조원 규모다. CP그룹 전체 매출은 465억 달러(2013년) 기준에서 우리나라 치킨 시장에 직접 진입하면 우리나라 치킨 시장은 어떻게 될까? 베트남의 레드썬과 골든게이트 같은 기업은 자본력에서 백종원보다 더 튼튼한 회사다. 이런 베트남 외식기업이 쌀국수 프랜차이즈 한국에 상륙시키면 우리나라의 중소 프랜차이즈들 쉽게 경쟁할 수 없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의 효과  
브랜드 측면에서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친숙한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한 것이 매우 훌륭했다. 브랜드개발은 창업 당시에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니 운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이후의 광고나 배민의 각종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보면 다분히 의도적인 면이 있다.

배민이 외식시장의 구조 변화를 가져 오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영세 외식 업체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들 배민은 영세 외식업체의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을 한다.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사람들이 배민이 외국기업에 팔렸다고 하니 좀 서운해 하는 것이 왠지 배민이 우리 민족기업 같았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노골적으로 배민이 애국마케팅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미지 전략이 잘 된 사례를 난 “미군이 철수하면 전쟁이 날거다”,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망한다”는 말이다. 미군 철수는 정치적인 문제니 이야기하지 않겠다. 대다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 배민이 없으면 장사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싶다. 

이런 좋은 배민의 브랜드 이미지가 배민이 독일기업에 팔려나가는 걸 도왔을 것이다. 직접 배민과 거래하는 분들이 많을테니, 그간 배민이 식당 사장님들에게 혜택을 주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해 보자. 아무도 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 수수료 0%나 배민 아카데미가 그 좋은 사례 중의 하나다. 무엇보다 배민의 모든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어렵지 않았다.

 

식당도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배달의 민족이 영화 아바타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2009년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 최신 기법의 영화지만 줄거리는 존웨인의 서부영화다. 스토리와 주제가 선함을 권하고 악함을 징계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내용을 당시의 최첨단 기술과 접목해서 만들어 인기가 있었다. 영화 아바타 영화 내용이 어려웠다면 과연 그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쉽고 친밀하고 친숙한 걸 원한다.

특히 식당에서는 사람들은 절대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냥 먹으려 할 뿐이다. 브랜드에 대해서 복잡하고 어렵게 설명하지만 브랜드는 사람들이 체험하고 느끼는 경험의 합이다. 브랜드 만드는 사람은 브랜드 콘셉트이니 브랜드철학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니 별별 어려운 개념들을 이야기하고 고민하지만 사람들은 그냥 내가 이용해 보니 좋았으면 좋은 브랜드다. 옆에서 누가 좋다고 하면 좋은 브랜드다. 브랜드는 폼 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것보다 늘 익숙하게 먹어 왔던 음식들을 더 정성스럽게 영혼을 담아서 만들어야 한다. 특히 프랜차이즈들은 신메뉴에 대한 강박관념들이 있다. 신메뉴를 정기적으로 만들어 가맹점에 소개해야 한다는, 그러면서 다들 가맹주가 편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가맹주가 편하면 가맹 사업 자체는 잘 된다. 아무 고생 없이 쉬게 돈 벌 수 있다고 하니 가맹점 개설하려고 줄을 선다. 처음에는 핫한 브랜드라 장사가 잘되지만 곧 비슷한 프랜차이즈가 옆에 생긴다. 같은 크기의 파이를 나누어 먹어야 하니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다.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영화 아바타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최단 기술이 가득한 친숙하고 쉬운 스토리의 영화를 봤지만 만드는 영화사나 감독입장에서는 투자도 많이 하고 고생도 많이 했다.

배달의 민족도 우리에게 B급 정서로 쉽고 친밀하게 어렵지 않게 다가오지만 기술개발이나 브랜드 마케팅 전략 등을 수립하면서 많은 땀과 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나 가맹주들은 힘들어야 한다. 쉽게 돈 버는 법이 있으면 좋지만 그건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편하게 쉽게 친근하고 친밀하게 맛있어야 한다. 이게 식당 브랜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식당도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식육역사학자, 30년간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식육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롯데 후레쉬포크 등 브랜드 돈육을 만들고, T.G.I.F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찹스테이크 등 메뉴 기획을 했다. <만덕식당>, <모두의 한우>, <제주 숙성도>에 숙성기술을 전수하고 지금은 고기에 관한 역사를 찾아서 소개하는 일과 어려운 식당 재활사업, 청년 기업들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돼지브랜드 경영지침서』, 『삼겹살의 시작』 (2019.4월 출판예정)   e-mail pigresort@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