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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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의 의미
  • 임나경 편집국장
  • 승인 2020.01.29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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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식당

한 십년전에 모 외식 잡지사 대표님하고 “식당하시는 분들은 식당을 비울 수가 없으니 교육도 못 받고 벤치마킹도 못 다니고 자꾸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것 같아” 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요즘은 10년 전과 반대의 걱정을 한다. 외식 교육이 과열되었다. 정말 수없이 많은 식당 관련 교육이 있고 다들 참 열심히 참여한다.

 

교육 프로그램 운영하는 분들은 돈 많이 벌고 SNS 상에서 다들 셀렙이고 추종자들이 많은 듯하다. 요즘은 돈 버는 것에 관한 책이나 강연이 확실히 인기가 있는 세상이다. 정부 지자체, 대학, 은행, 수입육업체, 잡지사, 컨설팅회사, 요리학원 등이 수많은 외식관련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그중 마케팅과 브랜드 관련 내용이 상당수다. 

 

브랜드에 대한 개념 제대로 알자
필자도 숙성육 관련 강의를 한 달에 한번 열고 있는데, 전국에서 찾아오는 것을 보면 식당 사장님들의 공부에 대한 욕구와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장사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외로이 장사를 하다보면,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과 정보도 얻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위해 오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필자도 때론 정보도 얻을 겸, 스타 강사는 어떻게 강의를 하는지 배워 볼 겸 남의 강의를 시간 나는 대로 찾아서 들어보기도 한다. 새로운 정보를 얻을 때도 많지만 강사가 자기 스스로도 강의 하는 내용의 개념도 모르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기도 한다. 특히 마케팅이나 브랜드에 관련된 강의를 할 때 보면 강사들이 해당 과목을 전공한 이들이 아닌, 실무에서 익힌 것을 강의하다보니 이론적 기초를 엉뚱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소상공인 마케팅 강의를 가보면 진짜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원리 한번 제대로 읽지 않은 강사나 컨설턴트들이 많다. 창업 하시는 분들은 마케팅 강의를 처음 듣다시피 하다 보니, 강사들의 얘기를 무조건 믿을 텐데 어쩌나 하는 안타까움이 일기도 한다. 

 

식당에서의 브랜드란 무엇인가? 
브랜드 분야는 더 하다. 외식업계에서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건 얼마 안 되었다. 브랜드란 단어는 <코카콜라>나 <스타벅스>를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단어다. 그런데 브랜드란 무엇인가? 정의하고 설명해 보라면 그렇게 쉽지 않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런 이론은 마음 먹고 제대로 공부하면 된다. 메타브랜딩이라는 회사에서 브랜드 이론 강의 프로그램이 많아서 메타브랜딩 박항기 대표 수업만 제대로 들어도 브랜드 이론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식당에서의 브랜드란 무엇인가? 

식당 브랜딩 강사나 컨설턴트들의 요즘 추세를 보니 ‘사람이 곧 브랜드다’, ‘식당 주인의 품성과 식당의 브랜드 비전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같아야 한다.’ ‘상품보다 성품을 팔아야 한다’, ‘식당 성공은 맛은 30%고 분위기가 70%다. 분위기가 브랜드다’ 등등.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성격과 식당 브랜드의 성격을 일치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식당 사장님의 성품과 식당 브랜드가 같으면 정말 좋다. 그런데 사람의 성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식당 브랜드와 식당 사장의 성격이나 품성을 일치시키려는 건 잘못된 발상이다. 식당 사장의 철학이 식당 브랜드의 철학과 같아야 성공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요즘 유행한다고 육식주의 사장이 채식주의 식당을 하면 피곤하고 어렵다. 반대로 식당 사장님이 채식주의자면서 고기집이 잘 된다고 고깃집을 운영하면 그 식당은 잘 될 리가 없다. 

 

첫 번째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부터 
식당 브랜드를 만들어 보겠다고 디자인을 돈 들여서 하고, 브랜드 콘셉트도 전문가들하고 의논해서 만들어 보아야 의미가 없다. 디자인 회사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하고 브랜딩 회사는 브랜드 콘셉트가 중요하다고 한다. 요리학원은 맛이 중요하다고 할 거다.

<코카콜라>를 디자인 회사에서 만들었을까? <스타벅스>의 브랜드 콘셉트를 브랜딩 컨설팅회사에서 만들었을까? <우래옥>의 불고기를 요리학원 원장님이 만들어 주었을까? 아니, <코카콜라>를 개발했던 약사는 당초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브랜드가 될 거라고 만들었을까? <스타벅스>가 지금같은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우래옥>을 처음 시작했던 분이 2019년까지 <우래옥>이 이어져 올 것이라 생각했을까?

모든 브랜드의 시작은 처음엔 다 첫 번째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50년 이상의 노포 가운데, 처음 문을 여는 순간 브랜드 마케팅을 생각하면서 문을 연 식당은 없다. 하루하루 한분 한분에게 최선을 다한 맛과 서비스가 세월 속에서 소문이 되고 브랜드가 되어 온 것이다.

 

식당의 브랜드 정의는 달라야 한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판매자 또는 판매자 집단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자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구별하도록 의도된 이름, 용어, 기호, 심볼, 디자인 또는 이것의 조합을 말한다.“ 미국마케팅 협회의 브랜드 정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브랜드를 이렇게 알고 있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소비자의 마음속에 가치 있게 느끼게 하는 경험적 상징체계를 말한다.” 메타 브랜드의 브랜드 정의다. 설명을 듣지 않으면 어렵다. 

두 정의 다 ‘브랜드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식당이 식별되는 건 철저히 ‘맛’이다. 맛은 같은 신라면을 끓여도 식당 마다 다른 맛이 난다. 작은 식당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맛이다. 그런데 다들 맛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같이 영세 식당이 많은 시장에서는 맛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 편의점 도시락의 맛과 우리식당 맛의 차이에 대해서 고민할 정도의 식당이라면 식당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식당이 브랜드가 되는 건 <맥도날드>나 <롯데리아>가 브랜드가 되는 것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궁극의 브랜드는 어렵게 이론을 정립하고, 비싼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나 로고를 만드는 것도 브랜드 컨설턴트들의 자문을 받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 음식을 먹어본 고객 체험들이 보여서 고객들 스스로의 평가에 의해서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브랜드 식당의 자격 
중소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맛이다. 과거 <맥도날드> 시대처럼 각 매장의 맛이 일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이 입점해 있는 시장상황에 맞는 최상의 맛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제 시장 세분화를 넘어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메뉴제안을 해야 하는 시대다. 매장 위치에 따른 맛의 현지화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식당은 고객의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고객이 원하는 걸 내가 우리 식당이 제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식당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것이 요즘 시대에 사치일 수도 있다. 지금의 외식 시장은 전술적인 마케팅으로 해답을 찾기보다 누군가 구조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은 외식산업 구조의 문제점을 살펴야 할 때다. 식당 브랜드는 맛에서 시작하고 고객들 맛의 경험으로 끝난다. 맛없는 식당, 맛의 진정성이 없는 식당 브랜드 식당이 될 자격이 없다. 

 

 

김태경 Ph.D  식육마케터, 식육역사학자, 30년간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식육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롯데 후레쉬포크 등 브랜드 돈육을 만들고, T.G.I.F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찹스테이크 등 메뉴 기획을 했다. <만덕식당>, <모두의 한우>, <제주 숙성도>에 숙성기술을 전수하고 지금은 고기에 관한 역사를 찾아서 소개하는 일과 어려운 식당 재활사업, 청년 기업들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돼지브랜드 경영지침서』, 『삼겹살의 시작』 (2019.4월 출판예정)   e-mail pigres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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