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따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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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따로있다
  • 김민정 부장
  • 승인 2019.10.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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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랩> 양대성· 한탁 대표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공간을 연출한 인테리어디자이너는 점포의 운명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어느 대표의 말은 그만큼 공간 디자인의 중요성과 그 책임감을 표현한다. 외식 및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 업소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인 만큼 이들의 자부심 또한 그 어떤 장인못지 않다. 

▲ <디자인랩> 양대성· 한탁 대표 ⓒ 사진 황윤선 포토그래퍼

양대성 대표와 한탁 대표를 찾아온 창업자들은 ‘잠깐’ 물어보러 왔다가 며칠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애초 예정한 콘셉트 대신 생각지 않은 콘셉트는 물론 아이템마저 달라지기도 한다. 두 사람의 조언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이한 외관으로 눈에 띄게 하거나 멋지고 예쁘게 꾸미는 게 관건이 아니다. 식당 인테리어의 본질은 따로 있었다. <디자인랩> 양대성 대표· 한탁 대표는 외식업을 운영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면서 성공 노하우를 쌓았다. 고객의 발길을 이끌고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인테리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창업자들이 믿고 따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글 김민정 부장 사진 황윤선 포토그래퍼

▲ <디자인랩> 양대성· 한탁 대표 ⓒ 사진 황윤선 포토그래퍼

창업 자금 아껴주는 회사 
홍대88식당, 화우식당, 무교동낙지집, 심술고기집, 왕십리연탄집, 고와스시, 밀레카페, 미소다이닝 등 <디자인랩>이 만든 외식 공간은 보기에도 멋지고 무엇보다 편하기로 유명하다. <디자인랩>은 지난 8년간 700여 개의 식당 인테리어를 맡으면서 최소 자금 700만 원으로도 번듯한 모습을 갖출 수 있는 노하우까지 쌓았다. 

양대성 대표와 한탁 대표는 ‘수저통 사이즈로 인테리어를 시작한다’고 얘기했다. 두 사람 모두 인테리어보다 외식업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식당 창업에서 뭐가 중요하고 뭐가 덜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많은 디자인회사들이 식당 인테리어를 하지만, <디자인랩>은 장사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최대한 효율성을 찾아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주방 동선 및 홀 동선을 편하게 만들면서 창업자금을 아끼게 해줬다.

으리으리한 간판을 부탁하는 창업자에게 ‘간판에 돈 들이지 마시라’는 직언을 했다. 50만원 짜리 테이블을 설치하겠다는 창업자에게는 35만원에 공급하는 공장을 알아봐줬다. 테이블을 먼저 세팅했다면 그에 맞는 의자를 찾아보고, 동선을 조절했다. 창업자도, 고객도, 일하는 직원도 편한 동선과 분위기를 만들었다. 


답답해서 시작한 일
두 사람은 창업자들이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시작하는 모습이 ‘답답해서’ 인테리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자인랩>을 찾아온 창업자들은 식당을 왜 하려는지, 목표는 무엇인지, 하고 싶은 아이템은 어떤 건지 속내를 털어놓는다.

상담을 하다가 자금에 맞게, 목적에 맞게, 컨디션에 맞게 아이템이 조정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디자인랩>은 인테리어만 맡게 되지 않는다. 식자재와 주류 등을 연결해주고 상호명을 짓는 등 개인창업자를 위한 브랜드 론칭까지 맡으면서 전반적인 인큐베이팅을 한다. 덕분에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인테리어를 의뢰하는 창업자들이 계속 찾아왔다. 

“식당 인테리어를 한다는 건 명운을 걸고, 또한 돈을 들인다는 얘기죠. 그런데 정작 중요한 매출에 대해선 막연한 환상만 갖고 있습니다. 전에 받던 월급 만큼만 벌면 좋겠다면서요. 그렇게 시작하면 장사가 잘 돼도 금세 남의 걸 따라하고, 그러다 망하기 쉽습니다.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 <디자인랩> 양대성· 한탁 대표 ⓒ 사진 황윤선 포토그래퍼

베트남도 먼저 경험한다
두 대표가 말하는 불황의 원인은 불경기가 아니었다. ‘고객이 똑똑해지고 까다로워져서’라는 것이다. 고객을 사로잡으려면 맛은 물론 식당의 스토리를 만들고, 고객이 그 스토리에 이입해서 매장에 오래 머물게 해줘야 한다. 

특히 양대성 대표는 양대성 대표는 손님을 편안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인테리어의 시작’이라고 얘기했다. 후식이 아니라 에피타이저부터 기분좋은 식사를 하게 해주란 얘기다. “대부분의 식당에 가면 서랍에 수저와 함께 생선 세척하지 않는 오프너가 들어있습니다. 얼마나 찜찜한가요. 정말 고객을 위한다면 머리를 묶을 수 있는 머리끈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이쑤시개가 들어있는 편이 낫습니다.”

사소한 부분까지 헤아리니 <디자인랩>이 만든 외식 공간에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객이 잘 돼야 우리도 일이 안 끊어지니까’이런저런 조언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디자인랩>은 이번에는 베트남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한탁 대표의 설명이다. “3년 전부터 두들겼던 베트남 외식 시장에 진출합니다. 해외에 식당을 내는 창업자도 많은데, 우리가 직접 경험해볼 생각입니다. 하노이와 호찌민에 떡볶이 전문 식당을 곧 오픈하게 됩니다. 외식 뿐 아니라 인테리어 등 연계사업도 할 생각입니다.”

‘인테리어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양대성 대표와 한탁 대표의 꿈은 순댓국집에서 클래식을 틀어두는 것. 두 사람의 꿈은 베트남에서 먼저 이뤄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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