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프랜차이즈 전문가 안태양 본부장

프랜차이즈 해외 론칭사업이 '주특기'

2016-05-18     최윤영 기자
GNP TRADING 안태양 신사업본부장 ⓒ사진 최윤영 팀장

GNP TRADING의 안태양 신사업본부장은 필리핀 프랜차이즈 전문가다. 대학을 휴학하고 필리핀에 건너가 <서울시스터즈>라는 떡볶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성공시켰고, 지금은 현지 외식프랜차이즈·무역업체에 스카웃돼 아시아 각국 프랜차이즈의 다른 나라 진출을 돕고 있다. 앞으로 <맥도날드> <스타벅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안 본부장을 만나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초연결 시대의 지식 중개인

지난 4월 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인 차세대의 취업 등 진로에 대한 고민 해결을 돕는 ‘청춘 멘토’ 강연회가 열렸다. 현지 외식프랜차이즈·무역업체 GNP TRADING(이하 GNP)의 안태양 신사업본부장이 기획한 이날 행사는 안 본부장과 함께, 「세상을 서빙하다」의 저자 이효찬 <스타족발> 대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현지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의 저자 김성준씨가 나섰다. 좌절과 고난을 떨쳐내고 꿈을 향해 전진한 이들의 이야기에 자리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안 본부장은 “필리핀에서 자란 한인 1.5세와 필리핀으로 유학 온 한인 청년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함께 뜻을 모아 각자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요즘 아시아 각국을 바쁘게 다니며 생활하는 안 본부장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비즈니스를 중개하고 연결하는 일을 주로 한다. 올해 들어서는 관련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자 중앙대 외식최고경영자과정에 등록해 매주 한국에 온다. 회사의 양해를 얻어 수요일, 목요일을 휴일로 하고 주말에 출근하고 있다.

안 본부장은 “지금은 ‘초연결 시대(hyper-connected)’다. 초연결 시대에는 물리적 거리가 먼 지역 간에 심리적 거리가 좁혀진다. 한국에서 어떤 TV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출연한 배우가 시차 없이 필리핀에서 유명인사가 될 정도”라며 “<서울시스터즈>의 성공으로 한국과 필리핀의 심리적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떡볶이는 필리핀에서 낯선 ‘음식’이었지만 <서울시스터즈>가 생긴 이후에는 친숙한 한국 ‘문화’의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한류는 한식을 춤추게 한다

사실 한식은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의 음식보다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필리핀에도 한국 사람들이 세운 식당이 많아졌지만 아직까지는 현지인보다 교민들이 주요 고객이다.

안 본부장은 “2008년~2009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왔을 때 필리핀에 한국식당이 크게 늘었다. 갑자기 원하지 않던 은퇴를 하고 한국을 떠나 필리핀에 온 분들이 많았다. 주로 식당을 열었는데, 외국의 음식문화를 모르고 언어장벽도 있어 현지인을 대상으로 사업하기가 어려웠다. 반면, <서울시스터즈>는 한국음식을 팔기보다는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전략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음식이 아닌 문화를 소개한다는 <서울시스터즈>는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마케팅으로 인터넷 가상공간에 참여의 장을 열었다. <서울시스터즈>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면 한류스타들이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서울시스터즈> 직원들이 신나게 떡볶이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에다가 필리핀 고객들이 맛있게 먹는 광경까지 접하게 되면 나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서울시스터즈>에 다녀간 필리핀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소셜미디어로 전파한다. 이를테면, “길고 둥근 모양이 신기했어. 매웠는데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지. 맛이 괜찮았어”라는 식이다.

안 본부장은 “떡볶이는 사실 세계화가 어려운 음식이다. 찐득하고 뜨겁고 매워서 외국인이 좋아하는 맛이 아니다. 양념과 떡만으로 만들어서 레시피를 변형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세계 최고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맥도날드가 맛으로 승부하나. 맥도날드는 문화다. 어떤 나라의 문화를 좋아하면 그 나라의 대표 음식을 먹어보게 되고 음식을 먹는 일이 하나의 문화현상이 된다. 필리핀에서 K-팝 행사를 하면 5000명씩 모인다. 이런 자리에 <서울시스터즈>가 대한민국 음식대표로 소개되어 좋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서울시스터즈>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이었던 안 본부장은 여느 학생들처럼 알바를 열심히 해서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런데 스파르타식 어학원의 주입식 교육방식에 실망해 2주만에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한국에 있었던 동생을 불러서 함께 마닐라 올티가스 지역 야시장에 <서울시스터즈> 1호점을 차린다. 첫 1~2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떡볶이와 김말이가 주력메뉴로 자리 잡자 하루에 수백명이 몰려왔다. 대성공이었다. 그렇게 몸으로 부딪히다보니 영어실력도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 앞으로!

창업비용 300만원으로 시작한 <서울시스터즈>는 푸드코트에 출점하는 등 점포를 6개까지 늘렸다. 사업은 순항했지만 안 본부장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제대로 익혀보고자 GNP에 입사하게 된다.

그는 “30년 넘게 스팸, 프링글스 같은 식품을 유통해온 GNP는 최근 몇 년간 프랜차이즈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미국계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 <토니로마스>의 필리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추진하고 있어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며 “GNP 업무에만 집중하려고 <서울시스터즈>를 쉬겠다고 했더니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서울시스터즈>를 언젠가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키우고 싶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서울시스터즈>의 성공 원인을 브랜드 정체성과 표준화된 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업에 대한 사명과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시스터즈>는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인 서울에서 온 자매가, 한국의 대표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파는 곳이라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었다”며 “요즘 중국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만나보니 왜 여러 중국 업체들이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베끼기만 하고 정식 계약을 하지 않는지를 알게 됐다.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은 브랜드만 사는 것이 아니고 정체성과 시스템을 사는 것이다. 단지 브랜드 이름만 가져올 것이라면 로열티를 낼 필요 없이 ‘짝퉁’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에게 만만치 않은 중국보다 필리핀 진출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또 한국에 소개할만한 필리핀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소개했다. 그는 “디저트카페 <메리그레이스mary grace>, 돼지바베큐 <시엔티레촌cnt lechon>, 한국형 빙수카페 <설화> 같은 브랜드는 한국에서 통할 수 있다. 교민이 만든 <설화>의 경우 한국의 다른 빙수카페 브랜드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필리핀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법과 제도가 어떤 부분에서는 한국보다 더 정교하다. 특히 세법과 노동법을 잘 살펴야 한다. 이를 간과하다가 갑자기 문 닫는 교민식당이 많다”며 “앞으로 한국 프랜차이즈의 해외진출을 돕고 외국의 좋은 프랜차이즈를 한국에 소개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