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값 폭등으로 ‘무한연어’ 침몰 위기

전문가, “무한연어 창업 절대로 하지마라”

2016-02-16     최윤영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 추이.

<연어상회> <살몬마켓> <연어세상> <눈꽃연어> 등 이른바 ‘무한연어’ 콘셉트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다. 그런데 노르웨이산 연어값이 계속 올라가면서 이들 가맹본부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들어 노르웨이 연어가격은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현지 연어 현물 기준가격은 1㎏당 60크로네(약 8200원)를 돌파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노르웨이산 연어를 취급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르웨이산 연어값이 왜 이렇게 올라갈까. 한 마디로 그간 폭등한 수요에 공급이 맞추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노르웨이산 연어 수요가 늘었는지가 궁금해진다. 원인은 크게 2가지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청정지역에서 왔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가격도 지난해까지는 괜찮았다.

언제부턴가 무한연어 프랜차이즈 점포가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난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노르웨이산 연어값은 지난해 상당히 저렴했다. 2014년 1㎏당 50크로네 정도 하던 횟감 부위가 2015년 40크로네 초반으로 급락했다. 당시 한국 돈으로 7000원 선이다. 국내에 들여오는 유통비용과 손질 후 수율을 감안하더라도 돼지고기 등 육고기를 대체할만 했다.

게다가 한국 업체들은 국제 시장가격보다 더 싸게 연어를 들여오기까지 했다. 노르웨이 수출업체들의 수입선 다변화 정책 덕분이다. 노르웨이 현지에서 직수입하는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연어를 1㎏당 40크로네 이하로 사왔기에 ‘무한연어’를 해도 재미가 쏠쏠했다.

노르웨이산 연어회 무한리필을 강조하는 업체 측의 광고 문구.

노르웨이산 연어값이 크게 떨어진 까닭은 이렇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우크라이나 내부갈등으로 유럽과 러시아가 기싸움을 벌이면서 노르웨이산 연어의 러시아 수출길이 막혔다. 양쪽이 서로 경제제재를 하는 과정에서 연어가 수입금지 품목에 올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연간 10억 달러(약 1조 594억원) 가량 수입하는 최대 고객이다. 당연히 노르웨이산 연어값은 뚝 떨어졌다.

환율도 노르웨이산 연어값 하락에 한몫 했다. 지난해 노르웨이의 크로네화(貨) 가치는 달러 대비 16% 떨어졌다. 유가가 수직낙하를 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산유국들의 화폐 가치가 죄다 떨어졌다. 노르웨이의 돈 가치가 낮아지면, 노르웨이산 연어의 수출가격도 내려가게 된다.

반대로, 연어 양대 수출국의 하나인 칠레산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쌌다. 칠레산 연어의 주요 수출시장인 브라질과 러시아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지만 칠레 페소화는 덜 떨어졌다. 지난해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화가 34%, 러시아 루블화는 25% 떨어지는 상황에 칠레 페소화는 15% 하락에 그쳤다.

이런 상황 덕분에 노르웨이는 러시아에 연어를 못 팔았지만 미국, 브라질 등 미주시장에 예전보다 많이 팔게 됐다. 노르웨이산 연어가격의 급락은, 노르웨이 경제에 타격을 줬지만 수입국가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한국에 무한연어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던 시기가 이 때다.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직수입한다는 업체 측의 안내문.

문제는 달이 차면 기울 듯 상황은 언젠가 변한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수입을 재개했고, 미주와 아시아 등 다른 권역에서도 갈수록 잘 팔리는 바람에 노르웨이산 연어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반면, 칠레산 연어는 항생제 논란으로 인기를 잃었다.

사실 적절하게 통제된 항생제 사용은 연어 양식에 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통념과 달리 항생제를 써서 양식한 연어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꼭 건강에 나쁘지는 않다고 말한다. 항생제를 적게 쓰는 연어 양식장은 ‘바다 이(sea lice)’를 비롯한 생물학적 위험 요소에 취약하다.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비용도 많이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연어 생산업체들은 잘못된 상식에 맞춰 항생제 사용을 크게 줄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에 따르면 2013년에 노르웨이는 연어 125만t을 생산하면서 972㎏만의 항생제만을 썼다. 같은 기간 칠레는 75만t을 생산하면서 450만t의 항생제를 썼다.

항생제에 대한 잘못된 통념은 무한연어 프랜차이즈 업체에게 커다란 고통을 예고한다. 노르웨이산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고, 그렇다고 고객이 외면할 것이 뻔한데 칠레산을 횟감으로 쓸 수도 없다.

몇몇 무한연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훈제연어의 경우 칠레산을 제공하고 있다. 칠레산 훈제연어는 1kg당 5000원 이하로 들어온다. 무한연어집에 가는 고객은 연어회만 먹지 않는다. 무한연어집은 대체로 매우 혼잡하므로 직원들이 바빠서 연어회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물론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이유로 빨리 안 나올 수도 있다). 고객들은 연어회를 기다리면서 훈제연어나 오징어튀김 같은 다른 음식을 먹는다. 

무한연어는 재방문율이 상당히 낮은 아이템이다. ‘롱런’할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다. 한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요즘처럼 노르웨이산 가격이 폭등하고 칠레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되면 무한연어 아이템의 생애주기는 극적으로 짧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