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아닌 시스템으로
(주)엔씨리테일그룹 양진호 대표
Break Time
“우리 회사 내부의 소통 점수는 100점 만점에 30점이다.”
(주)엔씨리테일그룹이 소통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이지만 아직 내부의 소통은 개선할 여지가 많
다며.
“농구는 아무나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장사는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여긴다.”
자영업의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지만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소질과 경험, 노력이 다 필요하다며.
“소통은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하는 거다.”
소통은 생각만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 분장을 확실히 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
야 가능하다며.
<못된고양이>를 운영하는 (주)엔씨리테일그룹 양진호 대표는 최근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됐다. 특성화고 출신의 젊은 출연자들이 구직을 향한 노력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양 대표는 우승자는 물론이고 아쉽게 탈락한 나머지 2명에게도 입사를 제안했다. 그는 “우리 회사가 매출로 보면 나갈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 하지만 특성화고 졸업생에게 맞는 일자리를 줄 수 있다고 봤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부분 외식을 취급한다. 특성화고에 외식전공이 있지만 다른 전공도 많으므로 우리가 소통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통은 생각이 아니라 노력
<못된고양이>를 운영하는 (주)엔씨리테일그룹은 23년의 업력을 지닌 국내 최초의 액세서리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액세서리 사업은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액세서리는 쌀, 휘발유 같은 필수재가 아니다. 없어도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지만 기분이 좋으면 얼마든지 충동구매할 수도 있는 것이 액세서리다.
(주)엔씨리테일그룹의 양진호 대표는 “액세서리는 판매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장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할 거 없으면 장사나 하겠다지만 장사는 아무나 못 한다. 프로농구 선수가 되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듯이 장사도 그렇다. 액세서리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소질은 소통능력”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시대가 변해도 소통을 위한 공통적인 원칙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업은 반지를 팔면서 팔찌까지 사도록 하는 연계판매를 해야 성공한다. 연계판매를 하려면 고객과 눈을 마주치면서 소통해야 한다. 이것이 세대를 관통해서 변하지 않는 소통의
‘원칙’이다. 하지만 그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귀찮아하는 고객과 관심 있는 고객을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능력은 소질과 노력으로 완성된다. 일단은 감이라는 소질이 필요하고 여기에다가 고객의 심리를 철저하게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못된고양이>가 어떻게 보면 수많은 회사 중의 하나지만 소통능력 없이는 갑자기 이런 조직을 꾸릴 수 없다. 나의 경우 사업을 시작하고서 17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이 업에 소질이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야간대학을 다닐 때도 공부하지 않는 시간에는 일을 했다”고 밝혔다.
양 대표의 소질과 노력이 결집된 <못된고양이>는 액세서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최첨단 디자인의 사옥은 젊은 여성 구직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또 양 대표의 경영철학을 듣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해만 해도 100명이 넘는 CEO들이 <못된고양이> 사옥을 견학하고 양 대표를 만나고 갔다. 이밖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 온 양 대표는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이사도 맡고 있다.
이렇게 소통의 달인으로 알려진 양 대표지만 사내의 소통은 아직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그는 “CEO인 나부터 소통능력이 더 필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마다 업무를 규정하는 매뉴얼이 완전하지 않다. 흔히 소통이 중요한데 소통할 생각이 없어서 실천하지 않는다고 쉽게 말한다. 과연 소통은 생각을 바꾸면 잘 되는 것일까. 요즘 우리 사회가 불통이라는데 자꾸 소통 의지가 없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소통능력이 없는 거다. 소통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의 규범을 만들어라
양 대표는 “소통은 생각이나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 시스템으로 하는 거다. 사람의 감정은 일시적이다. 가족이 사망하면 슬퍼하지만 이내 잘 지낸다. 연애를 시작하면 기뻐하지만 이내 사랑이 식는다. 생각과 감정을 내세우면 소통이 어렵다. 서로 고집을 못 꺾고 사고가 난다”라며 “일본 사회는 생각보다 소통이 잘 된다. 매뉴얼 중심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후쿠시마 원전사태처럼 매뉴얼에 없는 일이 닥치면 사고가 나긴 한다. 하지만 매뉴얼이 있기에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 어떤 직무가 있다면 세세한 규정이 필요하다. 매뉴얼이 없으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을 앉혀도 소통이 안 된다. 소크라테스 같은 현자도 부부간에 소통을 못했다. 부인이 악처라지만 나름대로 할 말이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처가 득도를 위해 집을 나가겠다고 했을 때 보통의 부모라면 이해할 수 있었겠나”라고 덧붙였다.
또 “가족 간에 소통이 쉽지 않고 심지어 부부끼리도 소통이 어렵다. 하물며 기업조직의 소통은 정말 쉽지 않다. 기업 조직의 불분명함을 해소해야 소통이 잘 이뤄진다”며 “사내 성추행이 사회적 화두다. 농담도 지나치면 성추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지나친 것이고 어디까지가 괜찮은 것인가. 수치심을 느끼면 성추행이라는데 기준이 불분명하다. 명확하지 않으면 나는 소통이라지만 상대방은 불통이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한 기업의 CEO로서, 내 몸에 푸른 피가 흐른다는 삼성맨의 말에 질투심과 부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내 회사의 직원이 자부심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방송인 김구라와 유재석이 소통의 달인이라고 해서 자세히 관찰해봤다. 그들은 말과 행동의 규범이 있다. 자부심은 소통에서 나오고, 소통을 잘 하려면 매뉴얼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내 짧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1991년에 서울 남가좌동 모래내시장에서 노점으로 시작해 해외진출로 100만불 수출탑을 받는 기업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더 기쁜 것은 내 회사에서 사내결혼커플이
4쌍이나 나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족한 연륜이지만 주례를 받아들였다. 나는 이것이 소통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돌이켜보면, 리어카에 개당 1000원짜리 액세서리를 싣고 시작해 남가좌동에서 종로로, 종로에서 명동으로, 그리고 세계로 진출하게 된 원동력은 바로 소통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