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재무 설계를 할 필요가 없다

2015-07-09     창업&프랜차이즈

계획 없는 투자는 투기에 가깝다. 너무나 많은 재무 설계와 프로그램이 판치고, 우리를 유혹하지만, 과연 거기에 답이 있을까? 어쩌면 욕심에 눈 먼 우리는 돈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가진 돈을 가치 있게 만들고 있다면 이 시대에 넘쳐 나는 속설과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길 바란다. 돈을 잠재우고 있다고 해서 당신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부자와 투기
2000년대 초반 IMF의 충격파가 아직 남아있는 시기에 한 일본계 미국인의 책 덕분에 ‘부자’라는 말이 한 해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곤 하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가장 많이 들렸던 단어 중의 하나인 ‘재테크’라는 것을 하기 위해 사람들은 공부 아닌 공부를 하게 되었고, 때마침 불어온 펀드 열풍에 저마다 부자가 되는 꿈을 꾸곤 했었다. 자, 그때로 돌아가 본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졌고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는 가장들이 즐비했다. 주가지수는 곤두박질쳤고 사람들은 직장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실업자들은 더 이상 내가 하던 일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니 뭐라도 해야 했고, 주가지수는 밑바닥이었으니 올라갈 일만 있었다. 물론 사업을 하던 사업주들은 부도가 속출하며 엄청난 빚더미를 떠안게 됐지만 대다수의 샐러리맨들은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일정금액의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나왔기에 ‘한방에 밀어 넣을 돈’은 있었다.

그 돈을 노리고 달려드는 하이에나들이 바로 금융회사들이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월급이라는 소득을 올릴 수 없게 된 이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를 잔뜩 부추겨서 ‘투자’라는 이름의 ‘투기’를 하게 만들었다. 왜 투기냐고? 그 당시 했던 투자라는 행동들이 진정으로 나의 투자성향과 투자 목표 등을 고려한 돈의 투입이었는가? 아니면 그냥 남들 하니까 나도 하는 식으로 우르르 몰려가서 했던 행동이었나? 후자였다면 그 행동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맞다.

욕심 때문에 잃어버린 기회
IMF시절 예금금리는 20%에 육박했다. 상상이 가는가? 불과 20년 전 일인데 이미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 당시 한 은행의 3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연이율이 무려 20%였다. 지난달 대한민국의 기준금리가 1.75%이다. 기준금리와 예금금리의 온도차를 감안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수치인건 사실이다. 은행에 고이 넣어만 놨어도 엄청난 이자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때 우리는 은행에 돈을 넣어놓지 않았을까? 그때는 은행이 아니라 모두 펀드에 돈을 넣고 있었다. 은행금리 정도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40~50%라는 펀드수익률이 우리의 눈을 멀게 했다. 모든 돈을 펀드에 쏟아 붓고 자고 일어나면 주가지수는 빨간 화살표만 보이니 굳이 간접투자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에 직접 주식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열심히 재테크 한 사람들은 부자가 됐을까? 아마 그들이 비웃었던 은행 예금 통장에 손도 안 댄 사람보다 더 많이 벌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물론 그 당시 은행들도 여기저기 무너졌다. 조금의 관심을 기울였다면 예금에 넣어놓은 돈을 지키는 방법은 분명히 있었다. 필자가 항상 말하는 ‘욕심’ 때문에 안정적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신의 돈을 노리는 하이에나들
이제는 수익률을 과시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하이에나 같은 금융회사들은 시스템을 이야기 한다. 시스템의 궁극이 바로 재무 설계다. 예전에는 상품만 팔면 되었는데 이제는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상품이 없으니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검색 창에 ‘재무 설계’라는 단어를 넣기만 하면 엄청난 사이트와 회사들, 그리고 블로그가 판을 친다. 그런 회사들과 블로그에 있다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상담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단언컨대 99.8%이상은 보험회사들(GA라고 불리는 대리점들이다)이고, 재무 설계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보험 설계사다. 보험 설계사라고 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인식이 좋지 않으니 재무 설계사라는 이름의 투명한 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왜 투명하냐고? 이젠 다들 아는데 본인들만 쑥스럽게 재무 설계사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을 팔기 위해 재무 설계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그들은 단·중·장기로 재무목표의 시기를 나누어서 나의 소득을 나눠놓아야 그때그때 닥치는 재무 이벤트에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보험도 들고 펀드도 들게 한다. 적금은 없으면 이상하니 구색을 맞추기 위해 권한다. 이제는 그냥 말만 해서는 통하지 않으니까 프로그램을 돌리기도 하고 멋진 나만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로. 필요 없다.

옳은 정보를 찾아라!
지금 당신은 재무목표를 세울 때가 아니다. 아니 그럴만한 돈이 없다. 시기별로 나누어놓은 돈이 지금 당신의 전 재산만큼이나 커야 재무 설계의 진짜 의미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월 소득의 몇 십만 원씩 목표별로 나누어 놓는 재무 설계는 전혀 당신에게 도움도 되지 않고 쪼개놓은 만큼의 수수료만 더 떼이는 셈이다. 부자들의 투자에 관심 가지면 뭐 하는가? 그들은 우리와 차원이 다른 세상에서 베팅을 한다. 어설프게 쫓아간 우리의 돈에 빨대를 꽂아서 끝까지 빨아먹는다. 왜 주식시장에서 개미만 털리겠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재테크도, 재무목표도, 재무 설계도 아니다. 바로 ‘재무교육’이 필요하다. 올바른 재무가치관이 제대로 서 있어야 하이에나들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주관을 가지고 돈의 투입을 할 수 있다. 은행에 100% 올인하면 어떤가? 나의 가치관에 따른 투입이라면 그 역시 투자인 것이다.

요즘 제대로 된 재무교육을 하는 곳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상품을 팔아야 거기서 나오는 커미션을 챙기지만 교육 몇 번 하는 걸로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큰 회사의 재테크팀장이라는 사람들의 말과 재무 설계사라고 재무 설계를 해주겠다는 보험회사 명함을 가지고 있는 설계사들과 언론의 재테크 관련 기사들을 맹신하지 말길 바란다. 모두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상품이 좋다는 식의 말들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욕심을 버리는 순간 당신은 수많은 정보 중에서 옳은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강경완 W에셋 지점장은 국민대학교 마케팅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언론사와 각종 강의를 통해서 솔직하고 정확한 금융의 이면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뜬구름 잡는 기존의 재무설계에서 벗어나 삶을 가장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설계 상담을 하고 있으며 이패스코리아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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