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 5분 지각 벌금,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갑질
法, 미용실 경쟁적 영업금지 약정 '무효'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업주가 미용사들이 지각할 때마다 벌금을 물리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한 사실이 재판 과정을 통해 드러났다. 업주는 미용사와 형식적으로 동업 관계를 맺으며 경업금지 계약을 체결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김명한)는 미용실 업주 A씨가 자신의 업장에서 일하다 근처에 미용실을 개업한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B씨는 2009년 12월 계약서를 작성하고 A씨가 운영하는 경기 과천에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작성한 '헤어디자이너 자유직업소득 계약서'는 A씨와 B씨가 서로 독립되고 대등한 사업주체로 B씨가 미용서비스를 제공하면 A씨는 브랜드와 장소, 부대시설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B씨가 A씨가 동업자로 명시된 것이다.
계약서에는 경업금지 조항도 포함됐다. B씨가 A씨와 계약을 끝낸 뒤 1년 내에 같은 지역에 있는 미용실로 전직할 수 없고, A씨의 매장 반경 4㎞ 이내에 미용실을 개점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실제 두 사람의 관계는 동업자가 아닌 노사 관계에 가까웠다. B씨를 비롯한 미용사들은 쉬고 싶으면 월차를 신청해 A씨의 허락을 얻어야 했고, 지각·결근에 대해서는 진료확인서 등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 했다. 미용사들은 지각하면 5분에 벌금 5000원씩을 지불하기도 했다.
이후 B씨는 2012년 A씨의 미용실을 그만두고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미용실을 열었고, A씨는 "계약을 파기한 데 따른 손해배상금 4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계약서상 경업금지 조항은 대등한 사업자인 미용사가 이직하면 단골 고객이 이탈되는 등 손해를 방지하려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B씨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B씨를 비롯한 미용사들은 근무시간과 업무 태도 등에 관해 관리·통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노사간 경업금지 약정이 존재하더라도 B씨가 A씨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특별한 미용기술을 전수받는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얻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경업금지 약정은 경제적으로 약자인 근로자에 대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생존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고객들이 B씨를 따라 다른 미용실을 이용하더라도 이러한 인적관계는 경업금지 약정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